2022년 03월 10일 새벽 2시. 개표가 90% 진행되었을 때 모니터 화면을 끄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졸음이 쏟아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잠들 수 있을까, 걱정할 만큼 또렸했으니까요. 지금은 제목을 잊은 영화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사형수는 자신에게 제공된 특별식을 보고 사형 집행일이 바로 오늘이라는 사실을 직감합니다. 그는 특별식의 반을 남깁니다. 교도관이 묻습니다. " 음식을 왜 남기셨소? " 그때 사형수가 말을 합니다. " 내일도 먹으려고요. " 그가 남긴 것은 음식이 아니라 간절한 희망이었을 겁니다. 저도 그런 심정으로 침대에 누운 겁니다. 내일 먹기 위해 남겨둔 초콜릿 한 개'라고나 할까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그 사이에 역전이 발생하는 그런 기적 말입니다. 물론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최종 결과를 보았을 때 교묘하다는 것과 오묘하다는 것이 뒤섞인 감정이었습니다. 압승을 자신했던 윤석열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서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생환했으니 승리했지만 승리하지 못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저의 정신 승리'일까요 ? 어찌 되었든, 윤석열은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준석은 완벽하게 패배했다는 점입니다. 20대선에서 이긴 자는 윤석열도 이준석도 아닌 혐오였습니다. 혐오가 이겼습니다 ! 전통적 지지층인 6070세대와 잰더 갈라치기로 2030세대를 포섭하여 4050세대를 포위한다는 이준석의 세대 포위론은 실패했습니다. 거센 역풍에 가까운 완벽한 실패였습니다. 최종적으로 2030세대는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에게 더 많은 표를 주었습니다. 여성 혐오로 단결한 2030남성보다 여성 혐오에 분노한 2030여성들이 더 많이 결집했습니다. 안철수와의 단일화도 득보다는 실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안철수와 단일화하지 않았다면 윤석열은 지금보다는 넉넉하게 큰 차이로 이겼을 겁니다. 윤석열 입장에서 보면 이준석과 안철수는 둘 다 계륵입니다. 배신의 정치에 익숙한 윤석열이 그들과 손을 잡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배신은 여기서 끝이 아닐 겁니다. 윤석열은 2030 남성들도 배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의힘은 배제했고 민주당은 외면했던 2030 여성들은 막판에 매섭게 결집했습니다. 이재명이 2030 여성을 설득한 것이 아니라 2030 여성들이 이재명을 변화시켰습니다. 저는 2030 남성들의 혐오에 맞서 싸웠던 2030 여성들에게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나의 내일을 위하여 음식의 반을 남겨봅니다. 이재명 후보님,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