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빠다.
나는 문빠다. 내가 문빠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계기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만 보면 방그레 웃게 된다는 점이었다. 일단, 웃게 된다. 뿌듯하기도 하고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울컥하기도 한다. 내 한몸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가끔 그를 지켜줘야 한다는 사명감도 가지고 있으니 이 감정..... 참 묘하다.
하여튼, 잘은 모르겠으나 이러한 지지는 전적으로 이명박 때문에 생긴 반작용임은 틀림없다. 이명박이라면 뼛속까지 증오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 적이 있다. 이토록 다크하고 바이올런스한 감정의 골은 깊이가 아득하여 오죽했으면 입고 다니던 청바지에 쥐가 불에 타 죽는 그림을 그려서 입고 다니고 이명박은 XXX라는 문장을 썼을까. 나중에는 들고 다니는 가방에도 이명박 XXX 라는 문장을 새겨서 탑골공원 가스통 할배 무리로부터 다구리를 당할 뻔도 했다. 집회 때문에 경찰서에 끌려간 적이 있었는데 형사가 나를 보더니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 혹시..... 뭐하시는 분이세요 ? "
서민 교수가 문빠는 미쳤다라는 글을 썼을 때 묘한 감정이 들었다. 나는 우르르ㅡ 몰려다니며 문재인을 비판하는 기사나 그 무리를 적폐라며 적개심을 드러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저 마음 속으로만 문재인을 지지할 뿐이니 유령 문빠인 셈이다. 무조건 옹호하지도 않는다. 비판할 거리가 있으면 비판해야 하니까. 하지만 맞은 놈보다 때린 놈을 옹호하는 극렬 문빠에 대한 서민의 지적은 조금 어설프다. 그는 “ 미운 내 새끼라 해도 남에게 맞으면 화가 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문빠들은 도대체 왜 우리나라 기자의 폭행에 즐거워하는 것일까 ”라고 썼지만 맞은 기자를 동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문빠가 기자의 폭행을 즐거워한다는 논리는 지나친 비약이다.
때린 놈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렇다고 맞은 놈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맞을 짓을 했다는 소리는 아니다. 평소 언론이 행했던 짓을 생각하면 동정은 들지 않는다. 서민은 중국에서 맞은 기자를 내 새끼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나는 아나키스트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남의 새끼처럼 보였다. 한국 기자 폭행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폭발적인 울분을 보면서 자기 연민에 함몰된 기득권 논리를 보게 된다. 기자의 고슴도치 외사랑을 보면서 정작 세월호 때에는 왜 그토록 침착했을까 _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그 이중적 태도가 경멸스러웠다.
김훈의 말투를 흉내 내자면 : 광분하는 기자라는 직종을 가진 부류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 통곡을 금한다. 자기 연민이 지나치구나 ! " 하여튼 서민 교수가 문빠를 미쳤다고 하고 정신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내가 문빠라는 사실이 하나도 부끄럽지가 않아서 이렇게 커밍아웃을 한다. 나는 문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