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빤따쓰띡한 악몽 :
토끼와 입춘
화장실 수건 수납장 안에 국어사전을 넣어 두고는 똥을 눌 때마다 사전을 꺼내서 읽는다. 1일1똥을 실천한다고 계산했을 때 1일1독(국어사전)을 하는 셈이다.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한다는데 화장실에서 국어사전을 읽은 지 어언 6년. 이제는 사전을 읽으면서 드라마를 보듯 낄낄거리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아, 재미있네 ! 이 맛에 사전을 읽는다잉.
한자어로 조합된 단어보다는 순우리말로 구성된 단어가 오래된 낱말이다. 사전을 뒤적이다가 순우리말이 나오면 집중하게 된다. 왜냐하면 순우리말은 영화에서 씬스틸러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영화 << 베테랑 >> 에서 재벌3세로 나오는 유아인이 시니컬하게 말해서 유행어가 된 " 어이가 없네 " 의 유래'를 보라. 순우리말로 구성된 단어가 연식이 높다 보니 구구절절한 사연이 많은 거라. 나는 오래된 단어의 하소연 어원을 정감 있게 표현하자면 " 오래된 단어의 하소연 " 이 아닐까 ? 을 읽으며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이 맛에 사전을 읽는다잉. 목숨이라는 단어도 내공이 깊은 말이다.
사람은 어릴 때나 건강할 때는 배로 숨을 쉰다고 한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허약해지면 가슴으로 올라오고 마지막으로 목에 차오르면 종생을 고한다.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내뱉는 숨이 목숨이다. 어제는 변기에 앉아서 사전을 임의 방식대로 펼치니 도끼눈'이 눈에 들어왔다. 사전적 의미는 분하거나 미워서 매섭게 쏘아 노려보는 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다. 도끼(斧 : 도끼 부)처럼 생긴 눈이라는 말인데 선뜻 그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눈 맵시 혹은 그 형국을 나타낼 때는 대부분 동물의 눈에 빗대어 표현하는데 말이다(가자미눈, 나비나비가 아니라 고양이를 의미한다눈 따위).
호기심이 생겨서 도끼눈의 어원을 찾아보니 여기서 도끼는 그 도끼가 아니라 토끼'란다. 원래는 토끼눈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도끼눈이 되었다고. 하긴, 새빨간 토끼 눈을 떠올리면 수긍하게 되는 대목이다. 분하거나 미워서 매섭게 쏘아 노려보는, 화가 난 눈에 빗댈 만하다. 또한 관용구로 놀란 토끼 눈을 하다는 표현이 있으니 도끼눈은 토끼눈의 변형인 듯하다. 재미있지 않은가 ? 문득, 박근혜가 화장실에 사전을 두고 똥을 쌀 때마다 1일1독을 했다면 박근혜 번역기'라는, 눌변가로서는 최악인 평가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사전을 찾아보 " 지 말고 사전을 " 소설처럼 읽다 " 보면
오래된 단어의 하소연이 전하는 진득한 핑계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예부터 대체 불가능하거나 으뜸인 경우는 한 글자로 구성했다. 어디까지나 내 개똥 같은 주장이올시다. 사계를 지시하는 여름, 가을, 겨울은 두 글자인데 봄이 한 글자인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겨울보다는 가을이 좋고, 가을보다는 여름이 좋고(취향에 따라 여름보다는 가을이 좋은 사람도 있으리라), 여름보다는 봄이 좋은 법이다. 봄의 어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불을 뜻하는 옛말 블(불)과 옴(오다)가 합쳐서 봄이 되었다는 설과 보다(見)의 변형이라는 설이 있다. 볕이 따스한 계절이 왔다는 의미도 좋고 보다의 변형이라는 설도 좋다.
이래저래 봄은 계절의 여왕이다. 오죽했으면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첫봄을 뜻하는 " 새봄(신춘) " 이라는 단어가 다 있을까. 사전을 아무리 뒤져봐도 새여름, 새가을, 새겨울이라는 단어는 없다. 오늘은 입춘이다. 광장에서는 탄핵대길이라는 피켓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봄이라...... 봄이 좋긴 좋은가 보다. 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말문이 너무 긴 글을 썼다. 하지만 옛날처럼 마냥 좋지만은 않다. 꽃 피는 봄날, 서해 차가운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이들을 생각하면 좋다가도 슬퍼진다.
봄의 정령에게 바라는 두 가지 소원이 있다. 하나는 벚꽃 피는 계절에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다른 하나는 벚꽃 피는 계절이 박근혜에게 악몽이 되었으면 좋겠다. 벚꽃 피는 계절만 돌아오면 안 좋은 기억이 되살아나는, 빤따쓰띡하며 졸라 쓰빽따끌한 당신의 악몽을 보고 싶다 ■
덧대기 ㅣ 박근혜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그녀에게 투자할 생각이 있다. 당신이 잠을 자야 쓰빽따끌한 악몽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