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방망이와 물빠따 사이 :

 





메두사와 여성 혐오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연출한 영화 << 링 >> 에서 사다코 귀신은 메두사를 " 우라까이 " 했다흉측한 사다코 얼굴을 보는 자는 피가 얼어붙어 딱딱한 얼굴을 하고 죽는다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피가 쏠려서 딱딱하게 굳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발기 현상이다. 이상하다. 이 죽음은 타나토스일까, 에로스일까 ?  어쩌면 그들이 본 것은 얼굴이 아니라 여성 성기'가 아닐까 ? 51% 범성론자인 나는 사다코 귀신과 메두사 괴물을 " 바기나 덴타타 " 로 이해한다. 메두사에서 머리카락을 대신한 우글거리는 뱀 이미지'는 울창한 거웃이고 얼굴은 여성 성기'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메두사는 크게 벌어진 입, 길게 늘어뜨린 혓바닥, 멧돼지 어금니처럼 뾰족한 이빨을 가지고 있다. 이 이미지는 정신분석용어 중 하나인 바기나 덴타타 환상과 연결된다. 바기나 덴타타란 라틴어로 이빨이 달린 질'이란 뜻이다.



" 이빨을 가진 질에 관한 전설은 세계 여러 인류학자들에 의해 보고되었다. 랑크(Otto Rank, 1924)에 의해 처음 묘사되었고 페렌찌(Sandor F. Ferenczi, 1925)에 의해 정교화된 이 현상은 대체로 신경증과 성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발견된다. 이 환상은 거세 공포와 관련되어 있다. 거세 공포가 전치됨으로써, 질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기관으로 여겨진다. 질에 있다고 여겨지는 환상 속의 이빨은 종종 아버지의 성기를 상징한다. 또는 그 이빨의 이미지들은 때때로 깨무는 거대한 입을 가진 쥐나 뱀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은 또한 남성에 대한 보복의 수단으로 이빨을 가진 질을 소유하는 무의식적 환상을 간직할 수도 있다1). "



메두사 서사와 바기나 덴타타 서사가 한통속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자면  :  프로이트의 주장과는 달리 " 거세하는 주체 " 는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인 셈이다.  메두사가 " 지배하는 여자 " 라는 말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사다코도 마찬가지'다. 우물은 검고 축축한 구멍이라는 점에서 사다코 귀신은 메두사와 관련이 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남성 주류 사회가 힘 있는 여성을 괴물로 만드는 방식이다. 힘이 여성에게 주어지는 순간 사회는 여성을 괴물(팜 느와르)로 만든다. << 판타지의 주인공들 >> 이라는 책에서 저자인 다케루베 노부아키는 메두사가 원래는 " 그리스의 선주민족()인 페라스고이인들의 주 여신 중 한 명 " 라고 주장한다.


메두사는 괴물이 아니라  코린토스  대지의 여신으로 숭배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우스가 신화의 영토를 장악하고 중심 서사에 놓이자 제우스보다 오래된 신들의 서사는 그 지위가 강등된다. 그 결과, 메두사는 여신에서 괴물로 강등된다.  여성 혐오 현상이 힘을 잃은 남성이 힘을 가진 여성에게 느끼는 박탈감에서 시작된 열등감이라는 점에서 여성 혐오 현상은 거세 공포와 연관이 있다.  즉, 경제적 지위를 힘 있는 여성(남성을 지배하는 여자)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이 만든 현상인 셈이다. 느와르 영화에 등장하는 팜므 파탈은 우글거리는 뱀과 뾰족한 맷돼지 어금니가 없다 뿐이지 메두사의 후예'다. 검은 여자(팜 느와르)는 남자를 파멸에 이르게 한다.

남자는 팜 느와르에게 사로잡혀 검은 구멍 속에 몸을 담그는 순간 제거되거나 혹은 거세된다. 죽음은 곧 거세니깐 말이다. 장윤현 감독이 연출한 << 텔 미 썸딩, 1999 >> 에서 심은하는 하얀 옷을 입은 천사로 등장하지만 사실은 검은 여자'다.  한석규는 심은하의 얼굴을 보는 순간 메두사에게 홀린 남자처럼 사로잡힌다. 그는 그녀에게 뜯어먹힌다. 이처럼 느와르 장르를 움직이는 기본 서사는 메두사 신화'다. 프로이트는 여성 성기를 페니스가 거세된 증후로 읽었지만 어쩌면 " 거세를 실행하는 장소 " 는 아니었을까 싶다. 요즘은 바기나 덴타타를 실감하게 된다. 강정호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보면 말이다. 

사건 이후, 강정호의 방망이가 식은 것을 보면 더욱 상징적인 현상이다. 이빨 달린 질,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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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이버 지식백과] 이빨을 가진 질 [VAGINA DENTATA] (정신분석용어사전, 2002. 8. 10., 서울대상관계정신분석연구소[한국심리치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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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6-07-07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각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0:53   좋아요 0 | URL
강정호 사건 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어쩌면 강정호에게 그 여성은 바기나 덴타타일 수가 있겠구나.. 이런 생각.. 약을 타서 성폭행했다면 강정호는 진짜 개새끼입니다. 전 쉽게 납득이 가진 않습니다.
일단 구단 모둔 선수들이 숙소로 있는 호텔에 여성을 불러들인다 ??!

cyrus 2016-07-07 12:21   좋아요 0 | URL
모든 야구 구단 선수들이 그러지 않겠지만, 어떤 모 야구선수는 숙소로 정해진 호텔에 여성을 불러들인다 ‘카더라’ 통신이 있습니다.

제 동생이 대구 모 호텔에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구에 원정경기 하는 야구팀들이 동생이 일하는 호텔에 묵습니다. 동생이 서빙을 담당했는데, SK 시절 김성근 감독의 방에 서빙한 적도 있습니다. 동생 말로는 김성근 감독 음식 주문이 상당히 까다로웠고, 고집스럽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호텔 일을 하면 야구 선수들과 잠깐이라도 마주치는 횟수가 많아집니다. 여기서 야구 선수 실명을 거론할 수 없지만, 동생이 모 선수가 혼자 쓰는 방에 여성이 들어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충격 받았습니다. 실명을 들어보면 야구도 모르는 사람들도 다 아는 선수거든요. 동생의 목격담이지만, 확실하지 않을 수 있기에 그냥 동생의 ‘카더라 통신’으로 받아들이셨으면 합니다. 선수 혼자 개인 방을 쓰고 있고, 프로 경험이 많다면 여성을 숙소에 불러들여서 만나는 일을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감독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안 생길 거라 믿고 선수 개인 활동에 터치하지 않을 듯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2:2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사생활 간섭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피해 여성이 검사를 했더군요. 만약에 수면제 성분이 나온다면 강정호는 징계 차원이 아니라 징역을 살아야 하는 상황.


지나가는이 2016-07-0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이야말로 감각적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0:53   좋아요 0 | URL
두 분이 모두 감각적이라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마립간 2016-07-0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렌 식수 Helene Cixous의 ≪메두사의 웃음≫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vagina dentata (그리고 penis dentata도) 잘 공감하지 못합니다.

모계 사회는 있었어도, 모권 사회는 없다고 (있었어도 희박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성이 성대립에 있어 권력 박탈의 공포가 있었을까 싶네요. Penis dentata야 제가 남성이 아니니,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겠지만요.

성선택의 패자 敗者의 공포를 거세 공포라고 한다면 일리는 있겠습니다만.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1:39   좋아요 0 | URL
바기나 덴타타 현상은 그렇게 생각하는 환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성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 중에 말이죠. 잘릴 것 같다는 상상 때문에 성관계를 거부하게 된다네요..


제가 보기엔 여성 혐오는 지배하는 여자(메두사)에 대한 불만이 아닐까 싶습니다. 외국인노동자가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하는 원주민처럼..

마립간 2016-07-07 11:56   좋아요 0 | URL
제 사견이기 때문에 심리학자나 신화학을 연구하는 학자의 결론을 반박할 근거는 없습니다.

저는 vagina dentata와 penis dentata 두 가지 모두, 첨단 공포증이나 조류 공포증의 부류로 봐야 하지 않나 생각했거든요.

여성 혐오, 역시 성의 대립보다 장애인 혐오와 같은 약자 혐오의 subtype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2:28   좋아요 0 | URL
전 개인적으로 왜 약자를 혐오하는지 잘모르겠습니다. 약자 혐오라긴 보다는 약자 경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립간 2016-07-07 14:05   좋아요 0 | URL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를 추천합니다. 재미도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4:17   좋아요 0 | URL
읽었습니다.. ㅎㅎ

마립간 2016-07-07 14:37   좋아요 0 | URL
저는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를 읽기 전에,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읽었읍니다. 저는 결국 같은 것을 이야기한 것이고 제가 실제 사회에서 느끼는 것을 설명했기 때문에 이 두 책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기회의 평등, 노력이 강조되는 사회(, 이것을 가장했더라도)에서는 여성 혐오를 포함한 약자 혐오를 강화시켰다고 봅니다.

경멸은 혐오와 질적 차이보다 약화된 양적 차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숙고없는 즉각적인 생각이라 바뀔지 모르겠지만.)

시이소오 2016-07-07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사키아타루는 베이컨 편에서 이빨 이야기를 하다 바기나 덴타타를 언급합니다. 근데 페니스 덴타타도 있다네요. 상상이 안가던데 메두사가 그 예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바기나일까요, 페니스일까요. 아무튼 기관없는 신체네요. 이빨달린 페니스도 문제라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1:35   좋아요 0 | URL
바기나 덴타타 신화는 전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신화입니다. 아마도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페니스 덴타타도 있다 던데.. 저도 처음 들었습니다.

cyrus 2016-07-0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사람들은 월경혈도 부정적으로 봤습니다. 월경혈을 이빨 달린 괴물의 입(질)에 나오는 침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2:29   좋아요 0 | URL
왜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협박하는 여자를 꽃뱀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메두사를 상징하는 동물도 뱀인 걸 보면 꽃뱀이란 작명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듭니다...

cyrus 2016-07-07 12:34   좋아요 0 | URL
부정적인 여자를 짐승과 연관지어서 보는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 같습니다. 하와를 유혹한 존재도 뱀이잖아요. 그래서 옛날 그림을 보면 뱀과 악녀는 세트로 등장합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3:47   좋아요 0 | URL
성경에서 못된 짓 해서 죽을 때까지 대중으로부터 린치를 당하는 캐릭터가 뱀이죠.
가끔 보면 불쌍하기도 합니다.
성경 보면 어느 땐 뱀을 지혜를 상징하더군요..

syo 2016-07-07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어마어마한 댓글들이 달리는군요...... 다들 멋지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2:30   좋아요 0 | URL
이 댓글도 어마어마하네요..

yureka01 2016-07-07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글이 아주 재미나게 쫄깃쫄깃 합니다.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3:5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재미있으면 장땡이죠.

재는재로 2016-07-0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있었보이는 글이네요 웬지 옛날부터 그런 의도가 있었나 보내요 마녀는 있어도 마남은 없는걸 보면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4:00   좋아요 0 | URL
마남.. ㅎㅎㅎ.. 진짜 그렇군요. 마녀는 있어도 마남은 없고. 오히려 마남인 드라큘라는 백작이잖습니까. 불공평하군요..

보빠 2016-07-1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두사가 여자였군요...좋은 것 알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2 13:4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미모의 여자였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