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거나 좆거나 :
100자보다 길고 1000자보다 짧은 두 개의 리뷰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한다 : 나는 20대 개새끼'론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 명제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30, 40, 50, 60대 개새끼'론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영화 << 살인의 추억 >> 에서 시골 형사를 연기한 송강호의 말을 비틀자면 " 여, 여여여여기가 무슨 개새끼들의 제국이야 ? " 20대 개새끼는 60대 개새끼'가 낳은 결과이다. 그 아비에 그 아들이듯이, 핏줄은 속이지 못하듯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을 수 있듯이 말이다. 니체의 명쾌한 정의 : " 결과를 원인으로 잘못 보는 것보다 더 위험한 오류는 없다. 나는 그것은 이성이 본질적으로 타락한 모습이라고 본다. " 이 문장은 니체가 << 우상의 황혼 >> 에서 지적한 사항이다. 내가 보기에 20대가 개새끼(20대 개새끼론에 동의한다는 가정에서 보자면)가 된 것은 < 결과 > 이지 < 원인 > 이 아니다. 괴물을 비판하기에 앞서 그 괴물을 만든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잘못부터 지적해야 하는 것이 합당한 것이 아닐까 ?
오찬호의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한다 >> 가 가지고 있는 오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채집한 표본이 너무 작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이 표본을 가지고 20대 전체를 " 일반화 " 한다는 점이다. 여론 조사'에서 전화 설문 응답 비율이 평균점 이하'로 떨어지면 여론을 반영하는 지표로 사용될 수 없듯이, 채집한 표본이 적을수록 일반화에 대한 오류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이 단순한 에세이'라면 흥미진진한 이야기'이지만, 사회 현상을 진단하는 사회학자의 주장이라면 허튼소리에 불과하다.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 부분을 연구하는 방식은 문화인류학자의 방법론1 이지, 티끌 같은 표본으로 태산을 말하는 것은 사회학자의 방법론이 아니다. 전형적인 침소봉만대'다.
⒝ 김병완 식 기적의 독서법 : 저자의 주장2 에 의하면 3년 동안 책을 10,000권'이나 읽었다고 한다. 이 값을 얻기 위해서는 1년에 3,333권을 읽어야 한다. 또한 책을 1년에 3,333권을 읽기 위해서는 하루에 대략 10권 내외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하루에 책을 열 권이나 읽기 위해서 투자해야 할 시간은 ? 하루에 평균 8시간만 자고 15시간을 독서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그는 책 한 권을 읽는 데 90분'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책 분량이 대략 300페이지'라고 했을 때 1페이지를 읽는 데 3초'가 걸린다. 그렇게 하루에 3,000페이지'를 읽는다는 말씀. 사실일까, 이 정도면 기적의 독서법'이 아니라 영혼 없는 기계적 독서법'이 아닐까 ?
김병완 식 독서법은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병폐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정도면 " 미션 임파서블 " 이다. 3초에 1페이지를 독파한다고 쳐도 김병완의 과제는 결국 4당5락이다. 4시간 자면 성공하고 5시간 자면 실패한다. " 여유 " 는 없고 " 집착 " 만 남았다. 그런 그가 이렇게 충고하고 있다. " 절대 책을 속독으로 읽지 마라 ! " 그에게 묻고 싶다. 1페이지를 3초에 독파하는 것은 속독이 아니란 말인가 ? 좀더 " 디테일 " 하게 딴지를 걸어볼까 ? 1페이지에 600음절이 인쇄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1초에 200음절을 독해해야 한다. 결코 만만한 속도가 아니다. 김병완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 몰빵의 단점 > 을 < 몰입의 장점 > 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의 의도를 곡해했다면 사과드린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오늘 내가 도서관 內 서고 앞에 서서 이 책을 3초에 1페이지씩 읽은 결과이니 이 리뷰는 오독일 가능성이 높다. 속독의 부작용은 오독이다. 그 사실은 이 책에 대한 내 엉터리 리뷰가 그것을 증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