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부제: 마태우스를 위한 변)

 

 

 

 

 

 

 

 

 

 

    

 

 


 


 



 

 

애타게 마태복음을 찾아서

 

                                                                                                                       나는 한때 영화 < 오타쿠 > 였다. 극장 간판을 그렸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영화관은 내 집 안마당이었다. 영화 스틸 가운데 좀 야하다 싶은 사진은 아버지 몰래 친구들에게 팔기도 했다. 전체적인 사진 톤이 핑크일수록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는데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렸던 영화 스틸은 << 나인 하프 위크 >> 였다. 또한 가슴이 클 수록 불티나게 팔렸다.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자본 상품과 섹스 어필의 수상한 관계를 너무 일찍 알아차린 애늙은이로 성장했다.  핑크는........ 위대했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한다고 했던가. 영화를 자주 보다 보니 키는 안 자라고 눈만 높아졌으니 대중 영화를 멀리 하고 예술 영화를 찾아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짓도 오래 하다 보니 서서히 질리기 시작했다.

자연주의 웰빙 음식을 챙겨 먹다가 길거리 음식에 침이 고이기 시작한 것이다.  A급에 대한 이유 없는 반항이라고나 할까 예술가 특유의 무거운 < 도도 > 함에 질려서 쌈마이 특유의 가벼운 < 시시 > 함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우리 모두 함께 해요 < 라라라 >.      그때부터 나는 대중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예술 영화도 아닌,  재미에 목숨을 걸었으나 재미가 없는,   A도 아니고 B도 아닌 C급 영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일명 << 컬트 영화 >> 라고 불리는 영화들이었다. 컬트 중에서도 시시껄렁한 컬트 위주로 보았다.  당시, 컬트 영화 테이프는 대부분 희귀해서 구하기 힘들었지만 바로 그 맛에 컬트에 열광하기도 했다. 영화인이 뽑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이 오손 웰즈라면 그 반대편에는 에드워드 D 우드 감독이 있었다.

에드워드 우드 감독의 << 외계로부터의 9호 계획 >> 이라는 영화는  어느 평론가가 웃자고 만든 설문 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투표자 3000명의 절대적 지지를 얻어 영화사 통틀어서 < 최악의 영화 부문 > < 최악의 감독 부문 > 을 동시에 석권했던 감독 작품'이었는데,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정말 감동했다. 너무 못 만들어도 훌륭한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나 같은 루저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는 메시지였던 것이다무엇보다 최첨단 우주선 안 가구(소품)들이 1950년대 지구인들이 사용하는 가구(소품)보다 질이 떨어진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외계 침공은 뚱딴지 같은 소리였던 것이다. “ 아방가르드하며 아스트랄한 디지털 퍼니처 Digital Furniture ” 는 알고 보니 노가다 공사판에서 뒹굴던 각목 위에 실버 페인트을 덧칠한 것이었다.

외계인은...  그러니까...... 지구인보다 가난한 것이었다외계의 궁색한 살림 앞에서 눈물이 났다.  박근혜가 이 영화를 보았다면 우주의 기운이 대한민국을 도우리라 따위의 말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데 누가 누굴 돕는다는 말인가요. 각하,  벼룩도 낯짝이 있지 어찌 벼룩의 간을 빼먹으려 하시나이까. 너나 잘하시면 됩니다. " 지구를 침공한 우주선 비행 장면은 더욱 가관이었다. 우주선은 빛의 속도로 비행하는 게 아니라 인천 앞바다에 뜬 사이다 병처럼 둥둥 떠다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주선 중앙 위로 가느다란 철사()이 보인다. 우주선을 움직이는 동력은 석유도 아니고 울트라 슈퍼 에너지원도 아니고 철사 줄이었다. 우주선은 낚시줄에 매달린 루어(lure)였다.  땅을 치며 통곡했다.  관객이여 !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  

낄낄거리며 웃다가 갑자기 이 빈곤한 제작비를 가지고 고군분투하려 했던 감독의 똥줄이 떠올라서 숙연한 마음이 생겼다. 그 누군들, 플라스틱 장난감 우주선에 구멍을 뚫어 철사로 연결하고 싶어 할까. 에드워드 우드 감독은 할리우드판 흙수저였던 셈이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가난했을 뿐더러 재능도 없었던 것이다.  말년에는 죠니 카펜터나 돈 밀러라는 가명으로 포르노 영화를 감독했고, 결국에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심장 마비로 생을 마감한다. 내가 찾아다닌 영화들은 대부분 이런 영화들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실패한 영화들만 찾아다녔던 것이다. 이 당시에 내 일과 중 하나는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 << 나이트메어 >> 로 대박을 치기 전의 영화를 찾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엉성한 영화들이었다.

하지만 내가 실패한 영화를 찾아다니면서 깨달았던 것은 만듦새가 형편없다는 것이 반드시 나쁜 영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툭, 까놓고 말해서 << 외계로부터 온 9호 계획 >> 은 만듦새가 형편없는 영화였지만 역설적이게도 좋은 영화였다. 반면 만듦새는 훌륭한데 나쁜 영화도 있다. 오히려 후자인 경우가 더 많다. < 타인의 실패 > 는 종종 위로를 선물한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작가 지망생에게 있어서 힘을 주는 영화는 오손 웰즈의 천재성'이 아니라 에드워드 우드의 평범함'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저런 건 나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오손 웰즈의 << 악의 손길 >> 은 작가 지망생에게 위압감을 준다. 저런 작품은 죽었다 깨어나도 만들 수 없을 거야. 이런 영화들은 경외감과 함께 절망에 따른 소외감이 동반되기 일쑤'다.

문학도 마찬가지. 실패한 문학 작품은 그것대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 형편없는 소설 > 보다 형편없는 소설은 < 나쁜 소설 > 이다. 내 기준에 의하면 신경숙의 << 엄마를 부탁해 >> 는 나쁜 소설이지 형편없는 소설은 아니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어느 것이 더 정신 건강에 해로운가, 라고 묻는다는 주저없이 나쁜 소설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전자는 빈곤의 문제이고 후자는 양심의 문제인 것이다. 서평이나 비평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  성공한 것(인생,영화,소설,인물 따위)은 반드시 인간적인 얼굴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패한 것은 반드시 인간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다알라딘에서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 서민의 삐삐소설 << 마태우스 >> 는 소설판 << 외계로부터 온 9호 계획 >> 인 모양이다.

그 옛날 삐삐라는 기기의 30초 녹음 기능을 이용한 구술 연재 형식이었다고 하니파격인 셈이다. 이 얼마나 미래지향적 글쓰기 형식이었나 ! 어쩌면 이 소설은 대한민국 포스트모더니즘 본격 소설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이 소설을 홀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소설 < 마태우스 > 가 대한민국의 < 마태복음 > 이 될지도 모른다. 애타게 이 소설을 찾는다. 소장하신 분은 연락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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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곰곰생각하는발 고객님이 원하는 책을 찾았습니다
    from 冊性愛子 2016-01-29 20:54 
    아니, 이것은!!!!!!! (그 와중에 왼쪽에 있는 콜레트의 소설 《천진난만한 탕녀》 발견!) 쌍마태우스의 위엄! 곰곰생각하는발 고객님이 원하는 책을 찾았습니다. 이 정도면 저를 헌책방의 인디아나 존스라고 불러야겠습니다. 마태우스님의 제2 소설 《닳지 않는 칫솔》을 못 찾아서 아쉬워요. 두 권 모두 발견했으면 최고였을 텐데. 이로써 저는 당분간 세상 유례없는 ‘쌍마태우스’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태우스님이 이 글을 보면 또 속
 
 
samadhi(眞我) 2016-01-16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그렇게 대놓고 말씀하시다니... 작가 눈물 나겠어요.
아직 읽어보지도 않고서.
사진이 흐려 그런가^^ 마태우스님의 평소 주장(못 생겼다는)과 달리 잘 생긴 청년으로 보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16:56   좋아요 0 | URL
눈 오면 개 데리고 산책이나 갈까 했는데 눈이 안 오네요..ㅎㅎ
개인적으로 A급에 대한 체질적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느낌 안 옵니다. 삐삐소설 함 읽어보고 싶어요. 흑흑..

samadhi(眞我) 2016-01-16 16:58   좋아요 0 | URL
주말 따뜻해서 눈님이 안 와주시네요. 다음주에 추워진다니 다음주를 기대하시구랴.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22:56   좋아요 0 | URL
사실 올 겨울은 겨울 같지가 않아요. 솔직히 옛날에 비하면 어디 이게 겨울입니까.
그냥 추운 가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 진아님은 아래쪽이니 눈 구경 하는 날도 별로 없겠네요..

samadhi(眞我) 2016-01-16 23:02   좋아요 0 | URL
네 전 눈을 좋아하지 않아서... 오로지 비님만 좋아합니다.

겨울답게 추워야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텐데요. 저는 추위를 많이 타는데도 추운 게 좋거든요. 추워지면 사람이 마구마구 그리워져서. 애틋함에 혼자 빠져들어요 ㅋㄷㅋ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23:22   좋아요 0 | URL
추워지면 사람들 옹기종기 모아서 술 마시고 싶잖아요.
겨울은 술 마시기 정말 좋죠..
일찍 어두워지니 이보다 좋은 것도 없습니다.

samadhi(眞我) 2016-01-16 23:2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역시 곰발님 다웁네요. 신영복 선생님도 그러셨죠. 감옥의 겨울이 서로의 체온 때문에 붙어있으려해서 사람을 싫어하게까지 만드는 여름보다 견딜만 하다고.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23:36   좋아요 0 | URL
네, 신영복 하면 항상 그 에피소드가 떠오릅니다..
타인의 체온은 여름에는 지옥이지만 겨울에는 천사가 된다는... 그래서 견딜 수 있었다는 말은
정말 울림이 컸습니다. 어째 요즘은 어른은 떠나고 개새끼들만 남아 있네요...
욕 먹어서 오래 사나.. 앞으로는 칭찬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신영복 선생에 대한 글을 쓰려다 다른 분들이 많이 언급하셨고
막상 쓰게 되면 우울하게 될까봐 일부러 안 썼습니다.

samadhi(眞我) 2016-01-16 23:41   좋아요 0 | URL
신영복 선생님 너무 보고싶어요 ㅠㅠ 두 번 밖에 뵙지 못 했지만. 책에 싸인을 부탁하면 늘 그 글귀를 쓰곤 하신다며
夜深星逾輝 를 적어주셨죠. 그 말씀이 따뜻한 위로가 되었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23:44   좋아요 0 | URL
저도 신영복 어른이 쓰신 부채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채에 직접 쓰신 ...
글씨체도 뛰어나셨던 분이셨습니다.

samadhi(眞我) 2016-01-16 23:48   좋아요 0 | URL
수줍은 웃음도 부드러운 목소리도 예쁜 글씨도 모두모두 따뜻하지요. 그 분 뵜을 때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느꼈어요. 세속과 어울리지 않는 순진무구. 우리를 어엿비 여겨 잠시 머물다 본래 자리로 가셨나봐요.

자주오는이 2016-01-16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 외에 문고판보다 살짝 작은 크기의 `닳지 않는 칫솔``한글 3.0b 한걸음`인가 하는 책까지 제가 알고 있기론 초창기 마태우스님 책을 다 소장하고 오래전에 친분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비판하고 솔직한 평을 썼던 분이 파란여우님으로 기억나네요. 요즘은 이젠 이런 장르(?) 책은 안 읽으시는 것 같던데 혹시 모르니까 한번 빌려보심이 어떠신지요? 재미있는 서평을 써 줄 것으로 기대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22:55   좋아요 0 | URL
??! 닳지 않는 칫솔이란 책도 쓰셨군요.... 이야, 자주오는이 님 알라딘 오랜 지기로군요.
사실 전 여기 얼마 안됩니다 터잡은지 말이죠...

파란여우 님은 제가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좋은 서평가이십니다. 파란여우 님 글은 일단 믿쑵니다.
서평 비평의 핵심은 글빨이 아니라 친소 관계에서 휘둘리지 않는 공평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뭐. 사이러스 님도 헌책방에서 구했으니 저도 뒤지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내일 한 번 돌아다녀봐야겠어요... 오랜 만에 헌책방 구경이나 할랍니다.

살리미 2016-01-16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에드워드 우드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이리 자세히 하시나 했더니만... 형편없는 소설과 나쁜 소설을 비유하시며 소설 마태우스를 마태복음으로 승화시키는 솜씨에 경탄을 금치 못하옵니다^^
마태우스님은 경악하시겠지만 이 소설 재판매되도록 압력 넣어야 하는거 아닐까요? ㅎㅎ 지난번 cyrus님께서 잠깐 맛보기로 보여주신 부분만 봐도 충분히 재미있던데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22:52   좋아요 0 | URL
제가 깨달은 것은 형편없는 것과 나쁜 것은 같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형편없지만 좋은 의도가 있고 세련되었지만 나쁜 의도가 있는 작품도 있죠.
후자의 경우는 참 많습니다. 만듦새가 훌륭한 것은 많습니다. 하지만 나쁜 의도가 엿보이는 작품도 많죠.
차라리 후지게 만들었으나 좋은 선의가 엿보이는 작품이 더 좋은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표맥(漂麥) 2016-01-16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 관련 곰발님과 cyrus님의 글을 보면서 전 지금 읽고 있는 <트렌드코리아 2016>의 한부분이 너무나 정확(?)하여 살짝 놀랐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취향공동체`를 다루는데, 대세를 따르기보다는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에 관한 추세 이야기를 합니다. 천편일률적인 것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스스로 편집하고 관심사를 서로 추천하는데 익숙한 현상을 파악한 거지요. 다르게 말하면 나만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인식의 확산이라고 볼 수 있다네요.
곰발님의 글과 이상하게 맞물리는 부분인지라 내심 놀란거지요...
하여튼 항상 놀라움을 주시는 곰발님... 아무쪼록 오랫동안 글을 보고 싶습니다... 건승하시길...^^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22:49   좋아요 0 | URL
블로그가 활성화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향공동체가 생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음지에서만 있다가 나와 같은 부류도 많다는 사실에 의기투합하는 형식아리고나 할까요.. 후후...
트랜드 코리아 시리즈는 저도 관심이 있어 종종 살펴보는 책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표맥 님의 과찬에 제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군요. 표맥 님의 저의 어깨뽕입니다.

기억의집 2016-01-16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요? 박근혜가 우주의 기운을 도우리란 말은 못할 것이다!!!!라는 문단 읽고 땅을 치고 웃었네요.

누가 보면 곰발님은 신경숙 저격자인줄 알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22:46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 님은 이 비밀에 휩싸인 책이 봉인되기를 간절히 원하시기 때문에 협조를 안 하실 겝니다. ㅎㅎ


신경숙 비판은 표절 사건이 발생하고부터가 아니라 < 엄마를부탁해 > 라는 소설에서부터 시작된 딴지였습니다. 저는 이 소설이 굉장히 촌스럽다고 생각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