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품격 : 언니, 나 마음에 안 들죠 ?
인터넷에 접속하면 종종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확인하고는 한다. 글자 그대로 가장 핫한 키워드가 실시간으로 떴다가 사라지고 떴다가 사라지니 < 실시간 검색어 꼭지 > 를 구수한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면 < 떴다방 > 이다. " 떴다방 " 에 올라온 검색어는 대부분은 잠시 머물다가 사라지지만 끈덕지게 살아남아서 끝까지 버티는 녀석이 있다.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검색어에 이름을 올린 연예인 같은 경우는 " 긍정적 관심 " 을 먹고 사는 직업군이니 좋은 소식이지만 일반인인 경우는 이 상황을 부담스러워할 것이 분명하다. 비록 좋은 일로 " 회자된다 " 고 해도 말이다. < 회자 > 와 < 구설 > 는 한끗 차이'다. 어차피 회자나 구설은 입방아의 한 종류가 아니었던가 ? 하물며 불미스러운 일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달린다면 당사자'는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어제 무심코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했다가 화들짝 놀랐다. 실시간 검색어 목록 1위'에 내 이름이 걸린 것이다. 좋은 일로 회자될 가능성은....... 그렇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내 성질머리를 생각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제로'다. 내 이름을 본 순간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심정으로 신문 기사'를 클릭했다. 대서특필은 아니었지만 꽤 비중 있는 분량이었다. 내용을 읽어 보니 공인으로서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린 점, 잘잘못을 떠나 사과드립니다, 라는 연예인용 멘트'가 나열되어 있었다. 공인 ?! 나는 낮게 소릴 질렀다. " 시바, 뭐지 ? " 뭐긴.... 개꿈이었다. 꿈 내용이 하도 엉터리'라 눈을 뜨자마자 실없이 웃긴 했으나 꿈속에서 내 이름이 불미스러운 일로 검색어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느꼈던 압박감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일은 하지 말자고 괄약근 꽉 조이며 다짐을 했다. 문득 < 공인 > 이라는 말풀이'가 궁금해졌다.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공인 公人 : 명사, 공적인 일에 관여하는 사람
내가 주목한 부분은 公이라는 한자 구조'였다. 公은 [ 八(여덟 팔) + 厶(사사 사)] 이 합쳐진 한자'다. 여기서 厶 은 사사롭다( = 私 : 사사로울 사) 는 뜻이고, 八은 " 물건'이 둘로 나누어지는 모양, 등지다, 벌어지다, 헤어지다 " 는 뜻을 가지고 있다. 종합하면 사사로운 일과 등진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 공인 > 이란 개인 부귀와 영달에 욕심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공공公共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다. 사익보다는 공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는 " 공인 " 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내가 보기에 박세리'는 성공을 위해 남들이 교복을 벗고 사회에 진출할 때 양말을 벗고 인당수에 빠졌고, 박찬호도 출세를 위해 남들이 주먹 불끈 쥐고 괄약근 꽉 조일 때 어금이 꽉 깨물고 팔이 빠져라 공을 던졌으며, 김연아 또한 개인 영달과 부귀를 위해 돌고, 돌고, 돌고, 다시 돌고, 돌고, 돌았을 뿐이다.
사익을 취하니 공익'은 따라온 것이다. 이들은 公人이라는 범주보다는 工人에 속한다. < 工 : 공교하다 > 이 솜씨나 꾀 따위가 재치 있고 교묘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가끔 연예인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과를 하며 " 공인으로서 ~ " 라는 말을 남발할 때마다 그들이 안쓰럽다. 사회가 그들에게 씌운 공인이라는 가시나무 월계관'은 족쇄처럼 작용한다. 공인'이 되는 순간 대중보다는 더 완벽한 도덕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은 잘잘못을 가리면 되지만 공인은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는 이유로 잘잘못을 떠나 고개를 숙여야 한다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하다. " 이태임 ㅡ 예원 " 사이에 오고간 사사로운 에피소드'를 두고 < 파문 > 이라거나 < 사건 > 이라고 규정하는 대중(언론)의 욕지거리를 볼 때마다 대한민국 공인'으로 살아가면서 참고, 참고, 참아야 하는 고충'이 이해가 간다.
일을 하다 보면 싸우기도 하고 욕을 하기도 하는 것이지, 그것을 두고 " 공인이 말이지... " 라는 말머리로 시작해서 흥야항야하며 설왕설래하는 모습이 존나 좆같다. 연예인은 일하다가 욱해서 욕하면 안 되나, 스무살 성인 여성이 애인과 호텔에서 뜨거운 밤을 보내면 안되나, 연예인은 똥 안 싸나 ? 되묻고 싶다. 정작 대중은 진짜, 오리지날, 레알 公人에 해당되는 정치인이나 공무원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제수'를 성폭행하려던 인간도 당당하게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수준이니 논문 표절, 성추행, 부동산 투기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公人보다는 工人에 가까운 연예인에게는 눈에 쌍 라이트를 켜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나는 시늉을 하는 것일까 ? 이태임이 잘한 것은 없다만 그렇다고 국민 쌍년'으로 몰고가는 여론몰이나 동영상 유출 후, 그 화살을 예원 쪽으로 돌리는 태도 모두 좆같다. 일하다 보면 언성을 높이며 서로 삿대질한 경험은 모두 있지 않은가 ?
당시 상황을 보면 : 이태임 입장에서는 예원이 반말을 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고, 예원 입장에서 보면 이태임에게 반말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양시론으로 어정쩡하게 물타기 하자는 소리가 아니다. 평소 말하던 습관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경우'다. 누군가는 촬영에 임하는 자세가 글러 먹었다고 지적할지는 모르겠지만 촬영하다가 콧대 높은 연예인이 서로 싸우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할리우드 비사秘史에는 온갖 추문이 떠돌지만 대중이 그것을 가지고 인격 운운하며 방송 하차'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 표독스러운 말풍선과 강박적 도덕성 강요는 연예인이 아니라 정치인에게 돌리자. 연예인의 일상사를 두고 시시콜콜 트집 잡는 대중에게 나도 앙칼지게 대꾸 한 번 하자. " 이보셔, 나 마음에 안 들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