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당쇠의 생활백서 #12
-많을수록 좋은 것
마님의 친구 중에는 부루조아 친구가 한명 있다.
일전에 말한 결국 이혼의 길을 선택했던 친구. 자주 연락을 주고 받진 않아도 근근히 소식을 서로
전하면서 지내는 비교적 친한 친구 사이이다. 그 친구가 잘못 선택한 결혼을 하고 나서 몇달이 지
난 후의 일어난 일이였다.
그 친구가 집들이를 한다고 연락이 왔었나 보다. 그런데 도통 마님의 표정은 밝지가 않다.
이유가 그 친구는 지금 한참 마무리 공사중인 강남구의 D동의 그 유명하다는 T아파트로 이사를 가
기 전에 경기도 S시의 아파트에서 잠시 기거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그래도 그 아파트 평수는 세
상에 단 둘이 사는데도 60평에 육박을 했단다.)
마님이 잘사는 친구집이 배가 아퍼서 라기 보다는 그렇게 반대를 했던 남자와 끝내 결혼을 선택한
그 친구에 대한 서운함과 무모함에 그때 당시 마님은 그 친구와 가깝게 지낼려고 하지 않았는 듯
싶다. 그리고 겸사겸사 직장이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S시의 아파트 집들이에는
가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몇명의 친구들이 초대되었고, 집들이는 별일 없이 끝났었단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그 집들이가 끝난 몇일이 지난 후, 방문을 했던 친구들의 소식통이 속속들이 마님의 사정권에
포착이 되기 시작했다. 역시 남자는 접대골프를 핑계로 주말 낮시간에 이미 집을 비웠고, 잠깐
사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가구와 침구는 모두 이태리 직수입.. 커튼 도배부터 시작해서 들어오는
현관부터 돈을 들인 티가 팍팍 나는 그 주거공간이 초대되어 갔던 친구들의 입방아에 올랐나 보다.
특히 방 하나를 서재풍으로 꾸며놓고 의리의리한 수입가구로 책장을 짜맞췄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
꽂이에는 볼만한 책은 커녕 스프링이 돌돌 달린 연습장이 몇개 였었다는 부분에서 마님은 보일듯
말듯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기까지 했었다.
물론 이러한 이바구들은 저녁을 먹은 후, 뒹굴거리고 있는 내귀에 마님의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음성으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화려한 책꽂이에 비해 빈약하기 짝이 없는 서재의 내용에선
마님은 이런말까지 나에게 했었다.
`호호호 자기야 그래도 우린 돈은 없지만, 책도 제법(?) 있고.... 시디도 남들에 비하면 제법(?) 있는
편이잖어....?? 아무리 가구가 수입이고 아파트가 크면 뭐해~!! 알맹이가 실하지 못하는데 그치..??? '
맞장구 쳐주는 수밖에. 경험적으로 직감적으로 여기서 반론을 제가하면 반찬이 틀려지니까..
그렇게 호호 거리던 마님이 갑자기 표정을 바꾸면서, 막판 반전으로 내 뒤통수를 후려 치셨다.
` 그래도 돈은 많을수록 좋아....그치..?? 엉..??? 대답해 봐...어..??'
그걸 누가 모르나...참나.. 돈이 많을수록 좋다는 걸...
확실히 마님은 나보다 비교적 현실적인 인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