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나 자신을 낯선 환경 속에 던져놓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러 가는 일이다. 거꾸로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나에게 최적화된 즐거움을 추구하러 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모든 일이 기대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사실, 어떤 경험도 단정하거나 장담할 수 없다는 점, 심지어나 자신조차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빈틈들을 기꺼이 껴안을 때 여행은 훨씬 흥미진진해진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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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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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인데 장마철의 후덥지근한 더위에 정신을 못차려서 그런지 스릴러,라는 걸 기대했다가 뜻밖에 스릴러는 없는 감동 미스터리를 읽은 느낌이다.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무엇인지를 떠올려볼 때 왠지 그냥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랄까.


크리스마스 이브에 노숙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건물위에서 추락한 것 처럼 보이는데 그로인한 사망이 아니라 둔기로 맞은 흔적과 추락 후 이동되어 옷매무새가 흐트러져있는 것으로 성폭행이 추정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형사 가쿠토는 괴짜로 통하는 형사 미쓰야와 한조가 되어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소설의 화자가 형사 가쿠토뿐 아니라 전지적 화자시점이라 그 흐름만 잘 따라가면 어렵지 않을 소설인데 등장인물의 이름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그저 이 인물이 누구려니...하고 무작정 읽다가 한순간 이름이 꼬여 내용정리가 필요한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한 박자를 쉬고 소설을 읽다보니 이 소설은 범인찾기가 아니라 제목 그대로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된다. 


노숙인의 죽음에서 시작해, 한 가정이 어떻게 행복을 찾게 되고, 또 한 가정이 어떻게 불행해지며 무너져버리는지를 바라보게 하고 있는데 가족의 신뢰라는 부분도 있지만 전혀 연결점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미워하지 않고, 나 자신만의 안위를 위해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 추상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서로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의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끌어내지 못하겠다. 다만 살인사건이 결국 살인사건인 것은 맞지만 그 살인에 담겨있는 살의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할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살해 당한 그녀의 죽음에 담겨있는 의미가 가장 큰 것이겠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괜히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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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과 마음을 장난스레 이어붙여 세상이 가끔씩 툭툭 던지는 유쾌한 농담들이 사람답게 살고싶다는, 이왕이면 선하고 어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꿈을 계속 꾸게 만들어요. 그래서 누가 오해받기 쉬운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왜 술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답하고 싶습니다. 술은 언제나 저를 조금 허술하게 만드는데, 허술한 사람에게 세상이 좀더 농담을 잘 던져서 그렇다고요.
2023년 4월 8일


어떤 마음과 마음을 장난스레 이어붙여 세상이 가끔씩 툭툭 던지는 유쾌한 농담들이 사람답게 살고싶다는, 이왕이면 선하고 어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꿈을 계속 꾸게 만들어요. 그래서 누가 오해받기 쉬운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왜 술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답하고 싶습니다. 술은 언제나 저를 조금 허술하게 만드는데, 허술한 사람에게 세상이 좀더 농담을 잘 던져서 그렇다고요.
2023년 4월 8일 - P187

다만 즐거운 일들을 주로 쓰자고 마음먹었는데 꼭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 편지저편 ‘혼비씨‘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꽃이 피었다가 졌다. 시간이 사람에게 하는 일이 그사이 어김없이 우리에게도 일어났다. 풍경 사이로 끊임없이 일상의 피로를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늙음과 죽음을, 죽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흘려보내는 것 말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태풍을 안고서 잔잔하게 살아가듯 그 모두를 품고도 되도록 명랑한 소식을 전하려 애썼지만 실패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덜 검열하고 덜 재촉했던 건 모니터 저편에서 기다릴 수신인의 존재 덕분이었다. 무엇을 써 보내더라도 사려 깊게 읽어줄 혼비씨가 있어서였다. 편지 쓰는 사람은, 편지를 기다리는 사람을 떠올리면 더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당연한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다만 이 사람의 안부와 안녕을 묻는 일이야말로 편지의 처음이자 끝이고 전부라는것을. - P212

더 놀라운 것은 초반에는 목탁이 필요할 정도로 조금 헤맸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편지 쓰는 일이 정말 즐거워졌다는 것이다. 이래서 편지를 쓰는구나. 다들 이런마음으로 썼겠구나. 편지를 쓴다는 것은, 쓰는 동안만이아니라 쓰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편지를 받을 상대방을 계속 생각하게 되는 일이라는 걸 이번에 (이제서야!)알았고, 떠올릴 때마다 웃음과 기운이 나는 사람을 자주생각하는 게 얼마나 삶을 즐거운 방향으로 이끄는지를 새삼온 마음으로 느낀 1년 남짓의 여정이었다.
이 모든 걸 경험하고 알 수 있게 해준 황선우 작가님께 정말 감사하다. ‘당연히 최선을 다하겠지만 죽을 만큼최선을 다하지는 않는 것‘을 실현하는 여러 방법이 있을텐데, 그중 ‘함께 나눠서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꼭 물리적인 몫의 나눔이 아니더라도 함께 꾸준히 일상을, 웃음을, 마음을 나누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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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군자비추 공자에게는 임신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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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 속에서는 수평 자세로 누워서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그렇게 애써 쉬는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여러 일들이 사람을 조금씩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살수록 실감합니다. 눈을 꼬옥 감고, 햇살이 스며들면 앞발로 양 눈을 가린 채 어떻게든 하루에 20시간쯤은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고양이들이란 ‘쉼‘을 생명체로 형상화한 모양새 같아요.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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