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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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캐드펠 시리즈를 읽는다. 재판본이 출간되면서 - 그때도 무더운 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두 권의 책을 가방에 넣고 동네 도서관에 가서 단숨에 다 읽은 기억이 있다. 시리즈 도서의 구체적인 내용보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도서관 열람실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그 분위기만을 기억하고 있다니.

내가 정말 캐드펠 시리즈를 읽은것이 맞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는데, 뭔가 한가지는 분명히 떠올릴 수 있다. 내가 기억하는 캐드펠 시리즈의 이야기들은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지만 기승전 '다정함'이다. 그리고 이 책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이 그 다정함을 최대치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망인이 된 주디스는 자신 소유의 집을 수도원에 기부하고, 성 위니프리드 축일에 그 집의 장미나무에서 핀 장미 한송이를 받는 것을 계약조건으로 내건다. 그녀에게 장미 한송이를 전달하는 수사의 고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시기와 질투, 욕망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갈까 싶었는데 역시나 그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뿐만 아니라 상황을 주도해나가는 '주디스'의 활약이 중요한 키 포인트를 주고 있다. 굳이 또 언급을 하지 않아도 캐드펠 시리즈의 이야기에는 어떠한 편견이나 차별이 담겨있지 않다는 것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주디스의 장미나무 아래에서 살해당한 수사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또 사건이 발생한다. 사실 살인사건 이후 이야기의 흐름으로 - 아니, 그냥 감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아무튼 이 사건의 경우 범인은 바로 그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의심의 여지없이 생각했던 그 인물이 바로 범인이다. 

캐드펠 시리즈에서 감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것은 첫머리에 언급한 것처럼 이야기안에 담겨있는 다정함 때문인 것이고 - 이건 솔직히 지극히 사적인 감상이라 할 수 있는 - 에피소드를 따라 가면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너무나 뻔한 소설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인간군상과 심리묘사, 우연과 필연의 사건들, 그리고 결국은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캐드펠시리즈는 추리소설의 고전 명작 시리즈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의란 물론 좋은 거죠. 하지만 정의가 나쁜 짓을 한 자보다 희생자에게 더 큰 해를 끼친다면, 과연 좋다고만 할 수 있을까요? 이제 부인이 곤경에서 빠져나왔으니 숨겨진 것은 숨겨진 채로 묻어두기로 하죠."(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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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익스포저 (포토에세이) 듄 시리즈
그레이그 프레이저.조쉬 브롤린 지음, 채효정 옮김 / 아르누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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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익스포져는 일반적인 포토 에세이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다. 출연 배우가 직접 글을 쓰고 촬영감독이 스탭사진을 찍었다니 이건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조금 성급한 결론을 내리자면 영화를 보지 않고 미공개 스냅사진을 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걸 떠올릴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 책에 실려있는 사진들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사진을 보고 글을 읽어본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이 책 '듄 익스포저'는 영화촬영을 하는 배우, 스탭 모두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고 또 그들 모두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전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치기는 하지만.


모래언덕을 타고 내려가는 샌드백이 있지만 이미 다들 모래사막을 걷는데 익숙해져 있어서 샌드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다,라는 문장 하나에서도 그들의 영화촬영이 어떤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솔직히 소설 원작을 먼저 읽고난 후 영화를 보려고 미뤄둔 상태에서 아직도 나는 듄 영화를 보지 못했다. 소설은 이제야 첫째권인데 처음부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는 않았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스타워즈를 열광하며 봤고, 우주와 외계에 관한 화려한 영화들을 봤기 때문에 좀 밋밋한 느낌이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이 그보다 훨씬 더 이전에 쓰여진 소설이 아닌가, 라는 걸 떠올리며 책을 읽기 시작하니 듄이 얼마나 대단한가 싶어진다. 그리고 상상으로만 구상하던 이야기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형상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들은, 어쩌면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더 의미있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마다 울리는 호텔의 무료 조식 알림이라거나 촬영지 근처의 맛있는 식당을 스탭 가족들과 공유를 하는 글에서는 다정함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휴식시간을 보내는 배우들의 표정이라거나 널부러지듯 드러누워 있는 모습, 분장 한 이후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은 에너지가 넘치지는 않지만 왠지 모를 열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가, 정말 책을 더 열심히 읽고 미뤄둔 영화를 빨리 봐야겠다는 결심을 새삼 또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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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물론 좋은 거죠. 하지만 정의가 나쁜 짓을 한 자보다 희생자에게 더 큰 해를끼친다면, 과연 좋다고만 할 수 있을까요? 이제 부인이 곤경에서빠져나왔으니 숨겨진 것은 숨겨진 채로 묻어두기로 하죠.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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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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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 '하늘을 나는 교실'이라는 책을 읽은 기억때문에 그런지 이 책은 읽기전부터 감동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으며, 일반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아닌 야간고등학교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사람들의 조합으로 학교교과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낙오자로 분류되어버린 학생, 일본으로 이주한 외국인 노동자, 건강때문에 또래 친구들과 정규교육을 받기 힘든 학생과 가정환경으로 인해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70대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나이도 사정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조금 극적인 장면들이 연출되기는 하지만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이 현실성 있게 그려지고 있어서 백퍼센트 실화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감성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의 관계, 일률적인 학습평가가 아니라 난독증이 있다거나 몸이 아픈 환자라고 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래 친구들과 같이 동일한 환경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 대해, 편견과 차별이 선량한 사람들을 도둑으로 몰아가기도 하는 현실에 대해, 나이를 먹으며 무능력하고 무기력해지는 사람도 그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갖고 있다는 아포리즘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데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에피소드가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해 빠르게 읽힌다. 

특히 야간반 학생들의 연결고리가 되는 담임선생님에게 감춰진 비밀같은 정체의 궁금증이 또 감초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과학반의 실험이라거나 천체에 대한 설명은, 아주 전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큰 관심이 없는 독자에게는 좀 지루한 느낌을 갖게 하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는데 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뭔가 빤한 감동일 것 같았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의 전개가 이 소설의 묘미라고 생각해본다. 한때 이 이야기속에 나오는 후지타케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을 꾸던 내게, 이제는 후지타케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기도 하다. 

"배움이라는 것을 알고, 진짜 동료라는 것을 알고, 내 안에 있는 수많은 감정을 알게 된 날들은 결코 잊을 수 없으리라. ... 그곳에는 뭐든지 다 있다. 그럴 마음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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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엔 누룽지나 오차즈케로 -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했던 혀끝의 기억
후카자와 우시오 지음, 김현숙 옮김 / 공명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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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와 오차즈케라는 두개의 단어로 많은 것을 유추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구수한 누룽지는 입맛없는 여름에 후루룩 먹기에 좋은데, 그 구수한 누룽지에 차가운 녹찻물을 부어 먹으면 담백하게 한끼니 식사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 책을 쓴 저자가 재일교포라는 정보가 더해지면서 한국과 일본의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지만 뭔가 둘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조합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가벼운 음식 이야기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일관계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재일한국인으로서의 수많은 애환이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한국의 음식을 떠올릴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첫번째로 쓰다가 글의 방향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저자의 아버지가 조국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은 크지만 정작 집안에서는 독재자처럼 행동했다는 문장 하나에서 정말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그 시대를 살아 온 많은 우리네 부모님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인 것 같아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읽고 있는데, 글을 읽는 느낌보다는 어릴 적 친구를 오랫만에 만나 편하게 수다를 떨며 추억을 떠올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살짝 시선을 비틀어보면 그 많은 것들이 항상 좋았던 것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 시절을 지나 떠올려보게 될 때 후회보다는 좋은 것을 떠올리게 되는 느낌이어서 더 좋았다. 언니의 아픔과 죽음에 대한 기억속에 어린시절의 철없는 행동에 대한 후회 역시 사랑받고 싶은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아서 마냥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어가게 된다.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면 서로의 가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어린시절이 어땠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안먹는 음식은 무엇인지, 취향에 대해서까지 알게 되는데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그 많은 부분들을 알게된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어려움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으리라 믿는다. 


"한국에서 먹는 한국식 돈가스도, 미국의 일본식 레스토랑에서 조우한 화롯불 구이도, 캘리포니아 롤도, 오키나와에 갈 때마다 먹는 스팸 오니기리도, 그건 그것대로 좋다고 생각한다"(156)는 문장에서 음식뿐만 아니라 문화를 받아들이는 자세, 나와 다른 것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마음이, 우리가 먹는 음식의 조화로움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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