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이 가르쳐 준 것들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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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샘의 이야기를 알게 된지 벌써 5년이 넘었다. 자폐인 손자 샘에게 정신의학박사 고틀립이 전하는 이야기는 할아버지의 사랑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또한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위안이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던 것은 의례껏 건네는 위로의 말이 아니라 정말 본인이 살아오면서 느낀 삶의 모습에 대해, 이 세상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보여주려고 하는 사랑이 담겨있는 말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한 샘이 이제 여덟살이 되었다고 한다. 그 6년의 시간을 통해 고틀립은 손자 샘과 생활하면서 어린 샘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삶의 태도를 통해 삶의 지혜를 깨닫게 되는데, 그 깨달음을 담담하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 이 책 [샘이 가르쳐 준 것들]이다.

 

불의의 사고로 사지마비된 할아버지와 자폐증인 손자와의 생활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들은 전혀 아무런 희망도 없이 힙겹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내가 샘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지 않았다면 그리 큰 기대없이 이 책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신의학전문의인 고틀립의 이야기는 그가 많은 사람들과의 상담을 하며 통찰하게 된 생각과 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더하여져서 우리 삶을 좀 더 감성적으로 풍요롭게 해 준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이번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기대했던대로 일상의 이야기들이 담담하게 그려지면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있었다.

 

알고는 있는데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해 일깨워주는 깨달음도 있지만 이 책이 정말 좋은 느낌으로 남는 것은 고틀립 박사가 꺼내는 이야기들에서 나의 모습과 내가 받은 상처들, 내가 차마 말로  꺼내어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들에 대해 누구나 다 그러할 수 있음을 먼저 보여주고 어린 샘을 통해 본질적인 이야기들을 생각해주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감정의 상처를 받았다면 상처받았음을 말하고 진짜 마음으로 용서할 수 있는 만큼의 용서가 된다면 그것으로 모든 것을 말끔히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고통은 고통일 뿐 무리해서 극복할 필요는 없다는 것... 가식의 모습을 내보일 필요없이 솔직함과 정직함으로 사람들을 대한다면 고통받고 상처받는 것이 줄어들고 좀 더 자기자신으로서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을 천천히 읽어보면서 나 자신의 모습을 솔직한 자세로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나도 자존감을 갖고 당당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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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올리려고 몇번씩 시도를 해 보고 있지만 에러메시지만.

이 페이퍼 역시 안뜰까? 싶어. 길게 쓰는 것도 안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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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4-03-30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쉽게 뜨네? 근데 왜 서평은 안올라가는건가. 아, 귀찮아.
아까 글 올리려다가 에러 나서 애쓰게 쓴 글이 다 날아가버리는 줄 알고 식겁. 두 개를 한 페이퍼에 썼다가 한꺼번에 올리는데 복사해야하는 걸 붙여넣기 해서 글 하나가 사라져버렸는데 서평 등록은 안되고, 임시저장도 안뜨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혹시나 해서 새로고침 했더니 그때야 겨우 임시저장이 뜨더라. 안그랬으면 오늘 뭐 하나 부서졌을지도.
근데 왜 등록이 안되는거야? ㅡㅡ
 

http://blog.aladin.co.kr/culture/6956432

 

나만의 창작 노트 만들기,가 있댄다. 우리 동네에서 한다면 신청하고 갔을텐데. 사실 로라의 이야기가 어떻게 나왔는가에 대한 관심보다 노트 만들기가 더 관심이 있는 것일지도 모...아니, 확실히 지금 현재로서는 그럴것이다.

각종 문화 이벤트는 여전히 서울 지역 중심이고 간혹 지방으로 간다 해도 대도시 중심이니 조금씩 밀려나는 느낌이다. 그렇게 관심을 잃어가기 시작하면 어느 새 우리 동네에서 획기적인 문화행사가 열린다 해도 정보에 둔해 참가하지 못하게 되고. 바보같은 짓을 할뿐인게지.

새로운 책은 이것만이 아니라 이미 수십권으로 된 책탑이 쌓여있는데, 이 오밤중에 서평을 올리고 내일 편하게 쉬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컴을 켰는데, 하려던 것은 하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책들을 마구 장바구니에 집어넣으려고 하고 있다. 아니, 하긴. 두어군데 사이트에 적립되어 있는 마일리지를 써버릴라고 평소 잘 안들여다보던 음반도 들여다보고 있으니 뭐.

 

그런데 요즘은 열두시를 넘기면 몸 자체가 이제는 쉬어야 할 때라고 자꾸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몸 상태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머리속이 멍해지는 느낌에 어지럽고 세상이 돌고 있을 것만 같다. 아니, 뭐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돌고 있는 것이 맞겠지만 이 어지럼증은 구토를 유발할 수 있으니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니 내 말인즉 지금 서평을 올리는 것은 무리. ㅠㅠ

 

 

 

조선 이야기가 나왔다. 그림으로 본 조선이라니. 뭔가 익숙한 그림도 조금은 있을 것 같고.

일러스트는 조금씩 연습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쩌다보니 계속 같은 그림만 그려대면서 그걸 연습이라고 하고 있는 듯 하다. 번역본과 원서의 표지가 다른데 둘 다 맘에 든다. 그리고 스케치만큼이나 잘하고 싶은 자수. 못할이유는 없지만 읽던 책을 덮어두고 바느질을 하기엔 내가 너무 게을러졌다. 아, 근데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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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학실록
이성규 지음 / 여운(주)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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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에 대해서 이야기만 들어오다가 최근에 그 실록을 근거로 하여 조선시대의 다양한 생활상과 풍속을 알 수 있는 책들이 출판되어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과학실록이라니. 물론 말 그대로 조선시대의 과학실록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이 책 역시 조선왕조실록을 근거로 하여 과학과 연관된 주제를 끄집어내어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일뿐이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의 과학기술을 떠올려본다면 그저 흥미를 끄는 소소한 이야기에 '과학'을 갖다 붙여놓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요하는 어려운 책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과학적인 논증을 통해 이야기되고 있는데 그 설명 자체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 책을 읽는 중에 한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가 흔히 옛 사람들은 과학적인 근거없이 미신을 잘 믿는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조선의 임금들이 흉조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 좀 생소해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농작물에 피해를 주어 백성을 힘들게 하는 메뚜기 떼의 발현 같은 것은 임금이 자신의 덕을 탓하기도 하고 백성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시설이나 도구를 만들려고 하는 모습도 새로웠다.

 

그런데 사실 이 책에 실려있는 이야기들이 모두 새롭다거나 신선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동안 출판된 조선시대의 미시사에 관한 책들을 통해 여러 관점에서 봤던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그 모든 이야기들의 원기록이 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려있는 자료를 근거로 하여 풀이해 낸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과학실록은 재미있고 새로운 느낌이다. 과학적인 현상만을 설명하듯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곧 시대상을 반영하는 역사의 흐름과 맞닿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록에 기록된 사실을 근거로 하여 과학적인 추론을 해 내는 이야기의 전개 과정이 흥미로운데다가 이 책의 첫머리는 조선시대에 관측된 오로라에 대한 이야기여서 처음부터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다고? 라는 강한 부정의문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면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한 확신은 쉽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펼쳐놓다보니 자연현상에 대한 것과 동물들의 습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는 한데 그러한 것들이 당시의 역사적인 시대상과 맞물려 해석되고 설명함으로써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도 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넓혀주고 있기도 하다.

언제나 그렇듯 조선말 일제의 침략적 야만행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분노가 치솟듯 창경원 동물원 이야기에 담긴 슬픔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수백년간 잘 보존되어 온 실록이 침략자 일본에 의해 약탈되어간 후 일본 대지진으로 거의 다 소실되어버렸다는 이야기의 끝도 과학 이야기에 담긴 우리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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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 -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
조슈아 넬먼 지음, 이정연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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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나긴 글을 거의 다 읽어갈때까지는 떠올리지 못한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났다. '절도'미술품이라는 것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도둑맞은 명화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가정집에서 부모님의 부모님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소소하게 전해져 온 골동품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들만 떠올렸었는데 침략과 약탈로 인해 국가의 방관상태에서 빼앗긴 선조들의 유산에 대해서는 국가간 분쟁이 커져서 쉽게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마침 오늘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일본 도쿄 국립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 중 우리나라의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된 유물을 비롯해 34점의 유물이 도굴과 불법매매로 유출된 것을 밝히는 내용의 기사가 떠있다. 우리 문화 유산 찾기 운동이 한때 이슈가 되었던 이후로 일본의 오쿠라 컬렉션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도둑놈 오구라의 장물들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데 '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를 읽은 후 그 기사를 보니 더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것을 되찾아 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우리가 반드시 해내야 되는 일이라는 것.

 

핫 아트가 원제인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뜨거운 감자라 비유하는 것 처럼 민감하고 난감한 도난 예술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수년에 걸쳐 취재하고 조사하며 기록한 결과물인 이 책은 한권의 소설처럼 읽힌다. 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들, 특히 예술품만을 노리고 훔쳐내는 도둑 폴과 도난당한 그림의 행방을 찾아 전세계를 다니며 예술품과 도둑을 같이 쫓아다니고 있는 경찰의 이야기는 이 책에 쓰여진 이야기가 소설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소설을 읽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만큼 이야기의 진행이 흥미롭고 놀라운 것이라 할 수 있는것이겠지.

미국의 방문판매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의 일상적인 생활이기도 하기에 그리 놀랍지 않지만 그러한 노커에서 시작하여 절도범이 되고 좀 더 확장하여 골동품과 예술품을 훔쳐내는 것에 이르러서는 정말 소설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전개과정과 개연성이 딱 맞아떨어진다. 더구나 저자가 인터뷰한 폴은 어린 시절 노커로 시작해 절도범으로 가택침입을 했다가 주인 가족들에게 발각이 되면서 두번다시는 절도를 하지 않겠다고 한 후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켰다는 것은 사실이라기 보다는 소설에 가깝다. 물론 소설이라면 그를 경찰로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는데, 현실에서의 폴은 자신이 직접 절도를 하지 않고 타인을 부리는 더 큰 도둑이 되었다.

 

익명이기는 하지만 전직 도둑이자 현재는 공개적으로 경찰의 정보원 활동을 하며 범죄조직과는 등을 돌린 폴이나 도난 예술품을 찾아내는 것을 업무로 하는 전세계의 몇 안되는 경찰들의 인터뷰가 교차되면서 예술품이 도난되는 과정과 그 행방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예술품을 인질처럼 잡아두고 혁명동료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아일랜드 혁명군에 대한 이야기, 예술품 딜러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원 주인들에게 돈을 요구하며 맞교환을 시도하는 절도범에서부터 예술품의 가치를 전혀 모르면서 무조건 돈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훔쳐내는 단순 절도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범죄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저자의 수년간의 노력끝에 탄생한 것이 이 책이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들이 현실에서 예술품 도난의 과정을 추적하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내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서도 만족할만큼의 지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때 예술품을 훔친다는 것에 대해 도둑이라기보다는 예술에 대한 안목을 높이사고 선망어린 시선을 갖고 있기도 했고 도난단한 예술품들은 개인의 소유욕과 독점욕에 희생되어 공개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도난 예술품을 찾는 업무를 하는 경찰들이나 저자가 인터뷰한 폴의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난당한 예술품은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것이 더이상 예술품이 도난당하는 것을 예방할수도 있고 암시장에서 뒷거래되는 것을 막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 중간에 아주 짧게 영국의 그래피티 예술가 뱅크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얼굴이 찍힌 사진이 있다는 이야기에 괜히 나 역시 흥분했지만 결론은 없다는 것. 전시된 그림을 훔쳐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작품들을 런던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미술관에 전시해 보이는 것으로 더 유명한 그의 이야기는 예술품을 훔쳐내는 것 역시 어쩌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적인 미술품 범죄팀이 생기기 시작하고 도난품들이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예술품 도난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리고 그보다는 더, 국가의 방치라고도 할 수 있는 전쟁과 약탈을 통해 빼앗긴 예술품들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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