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 슈퍼마켓
벤 밀러 지음, 허진 옮김 / 위니더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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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읽고 또 읽었던 동화책들을 떠올리면 정말 잔혹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왜 어린시절에는 그것이 잔혹한 이야기라는 걸 떠올리지 못했을까. 사실 난 이런 것들이 의문이기는 하지만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이야기는 그런 부분보다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이야기들의 조합을 읽는 즐거움을 더 좋아한다. 물론 잔혹함은 없는 이야기들이다. 피터팬이 아닌 후크이야기가 그렇고 슈렉도 정말 재미있게 본 이야기이다. 그런 내게 '그림형제 슈퍼마켓'은 왠지 기대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위험에 빠진 동화 속 세계를 위해 모든 용기를 끌어 모아야 한다"라니.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겼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라나의 모험으로 시작된다. 조용한 마을에 폭풍우가 몰아치고 갑자기 '그림형제'슈퍼마켓이 생겨난다. 

라나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 리틀 힐콧에는 거의 변화가 없는 조용한 마을이지만 하루 아침에 생긴 슈퍼마켓은 모두의 관심을 갖게 한다. 오빠 해리슨이 중학생이 되며 공부에 열중하느라 라나와 함께 놀아주는 시간이 줄어들어 상심해하고 있는 라나를 위해 엄마는 슈퍼마켓에 간다. 그리고 동화책 한 권을 사 주게 되는데...


처음의 시작은 어른들의 탐욕, 자본의 마케팅에 속아 넘어가며 자원 낭비를 하는 부조리함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그것은 정말 부차적인 이야기일뿐이었다. 엄마가 라나에게 사 준 동화책을 읽어주려고 하는데 뭔가 무서운 이야기만 담겨있는 것 같아 읽어주기를 꺼리다가 결국 '잠자는 숲속의 공주'이야기를 읽어준다. 아홉살 라나에게 읽어주기에는 좋지 않은 것 같아 책을 감춰두지만 이야기가 궁금한 라나는 아빠를 따라 슈퍼마켓으로 갔다가 동화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 동화 이야기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이 되어 행복한 결론으로 이야기는 끝이나는가 싶지만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마법에서 풀려나 아토 왕자와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지내다 궁전을 떠나 숲속에서 두 아이를 낳아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이름을 짓는다, 라는 이야기의 전개가 또 다른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어서 이 이야기는 그때부터 더 큰 궁금증을 갖게 한다. 과연 라나와 해리슨은 헨젤과 그레텔을 어떻게 마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 줄수 있을까.


이야기의 흐름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중학생이 되어 공부에 열심인 해리슨이 동생 라나와 놀아주던 때처럼 동화를 같이 읽고 동화의 세계로 들어가 함께 모험의 세계로 뛰어든다든가 어려움에 처한 그들에게 해리슨이 배운 지식이 도움이 되는 걸 보며 라나 역시 배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든가, 슈퍼마켓에서 계산을 하기 전에 너무 배가 고파 생각없이 젤리를 먹어버리고 계산대에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교훈'이라거나 '도덕성'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이야기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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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자신이 아는 것을 자랑한다. 지혜는 자신이 모르는 것 앞에서 겸손하다.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만 매달리며 살아간다면,
어떻게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지혜를배울 수 있을까요? 어떻게 우리 내면을 확장하고, 다른방법을 고안하고,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아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셋이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119



푸와 피글렛이 함께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빨간 티셔츠를 입은 푸와 분홍색 수영복을 입은 피글렛이 눈앞에 선하지 않나요? 두 친구는 토끼네 집에 잠시 들렀다가 나오는 길입니다. 푸가 말했습니다. "토끼는 참 영리해."
"맞아, 토끼는 참 영리해." 피글렛이 맞장구를 쳤습니다.
"게다가 토끼는 머리가 똑똑해." 푸가 칭찬을 계속했습니다. "맞아, 토끼는 머리가 좋아." 피글렛이 다시 맞장구를 쳤습니다. 둘 사이에 한참 침묵이 이어지더니 푸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서 토끼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나봐."

- P120

누구나 이러한 ‘논리‘에 빠지곤 합니다. 우울하고 무기력할 때는 더욱 특정 신념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이 우리를 얼마나 해칠 수 있는지, 또 해로운 생각을 믿을 때 얼마나 큰 정신적 고통을 자초할 수 있는지 간과하기 쉽습니다. 그런 사실을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도 다음 순간 우리는 고개를 젓지요. 그래, 뭐 그럴듯하게 들리네. 하지만 이 생각은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거야. 이게 사실이니까. 이게 옳으니까. ‘
그 순간 이미 좁아져 버린 자신의 관점에선 그게 사실입니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옳아요. 하지만 그 확신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까?
내려놓기는 어쩌면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일 겁니다. 내려놓기의 지혜는 참으로 심오합니다.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얻는 것은 끝이 없지요. 우리를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끼게 하고 외로움과 두려움을 부르는 생각들은 내려놓는 순간 힘을 잃습니다. 설사 그 생각이 ‘옳다‘
하더라도요. 물론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장 내려놓기 어려운 생각이 결국엔 우리에게 가장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들여다보길 바랍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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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
헬레나 애틀리 지음, 이석호 옮김 / 에포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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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크레모나'라는 도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바이올린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한번쯤은 들어 본 '스트라디바리'라는 이름은 알고 있는데 바로 이 유명한 현악기 제작자가 태어난 곳이 바로 크레모나라고 한다. 

이 책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은 저자 헬레나 애틀리가 어느날 우연히 듣게 된 바이올린 연주에 감동을 받고 그 바이올린이 어디서 어떻게 제작이 되어 지금의 주인에게로 온 것인지,를 추적해 나간 이야기이다. 연주자의 기량에 따라 연주에 대한 감상이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연주자가 연주하는 악기에 따라서도 감동이 달라질 수 있을텐데 저자는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레프의 바이올린이라 불리는 그 바이올린은 정말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고 그 바이올린이 예상과 달리 무가치하다는 판단에 수긍을 할 수 없었다. 저자는 레프의 바이올린 제작자와 역사, 그에 얽힌 이야기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버릴수가 없어 결국은 그 바이올린의 기원을 찾아 이탈리아로 떠나게 된다.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은 그렇게 시작되었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단지 바이올린의 제작자를 찾아 흔히 말하는 '명기'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조금 허무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레프의 바이올린은 크레모나산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름없는 한 악공의 손에서 탄생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유명한 제작자의 레이블이 사라진 -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바이올린의 앞판이 한번 깎이면서 제작자 이름이 새겨진 부분도 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라고 한다. 서두에서 시작하여 결론으로 치닫는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바이올린이 떠나 온 길을 되짚어 찾아가며 저자는 악공들에 대한 이야기와 시대적 상황과 연주자들에 대한 사히의 인식의 변화 등의 이야기를 자신의 체험을 통해 역사와 맞물리는 스토리 텔링으로 잘 풀어내고 있어서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으면서 새롭고 흥미로웠다. 

- 그런 예의 하나는, 사실 현시대에 스트라디바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스트라디바리의 악기가 유명해지고난 후 크레모나를 찾아가 스트라디바리우스 제작공방을 찾아보지만 지역 주민들은 그저 스트라디..라는 사람의 집이 어디인가,할 정도로 의미가 없던 시기도 있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21세기에 몇백억을 호가하는 바이올린, 몇백년이 지나도 손상된 부분없이 형태 그대로 보존되어 온 전설의 '메시아'라고하지만 그 굉장한 바이올린들은 연주용이 아니라 장식용처럼 박물관에 전시용으로 보관될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 악기들의 입장에서 행복한 일일까...에 대한 의문도 담겨있다. 


교회의 악기는 레이블이 없지만 그것이 교회의 청빈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탈세와 편법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는 교회전례 속 음악연주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어 흥미로웠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으면 특송을 하거나 필요한 경우 초호화연주자가 전례에 연주를 할수도 있는데, 이것이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고아, 장애인, 여성 등 힘없는 이들이 교회내에서 악기연주를 배워 연주자로 생활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역시 모든 세상일에 대한 양면성을 생각해보게 한다. 

물론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치하에서 유대인이 만든 음악을 유대인이 만든 악기로 유대인이 연주하는 것을 즐기는 나치를 위해 연주를 해야했다는 아이러니는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하고.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은 클래식 음악, 클래식 악기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어도 꽤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며 교회뿐만 아니라 세상사의 역사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어 책을 통한 즐거운 여행의 시간을 보낸 듯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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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그리하여 모두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허락할 때 인생은 크게 달라집니다. 각자의 강점과 재능을 발휘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할 기회를 서로 상대에게 줄 수 있습니다. 남들이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고 느끼면, 우리 또한 남들을 더 너그럽게 대하기 쉽습니다. 주변을 더 공감하는 자세로 관찰하고 또 그들과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94


인간만이 자신과 맞지 않는 다른 존재를 성가시다고 여깁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요. 하지만 누군가를 미워하고 불편하게 여길 때 우리는 엄청난 기운을 소모하게 됩니다. 우리의 힘이 줄줄 흘러 나갈 구멍이 생기는 것이나 다름없지요. 다행히도 그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좀 더 편하게 지내고 싶고, 그 사람이 자기 입맛에 맞게 행동했으면 한다면 기실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지요. 그들을 그 모습 그대로 좋아하는 겁니다.
단지 남들이 이렇게 혹은 저렇게 판단한다는 이유로 진심으로 바뀐 사람이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요? 그럴 리가 없는데도 우리는 계속해서 남들을 판단하고 우리 뜻대로 바꾸려 합니다. 거의 떼쓰는 어린아이 같은 집요함으로 그 방식을 고집하지요. 마치 세상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굳건하게 믿는 것처럼 말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좌절하거나 폭발하고 우울해하기도 합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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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2024-04-08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사랑하는 물건을 평생 간직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 이 쓸쓸한 물건의 보관자가 된 나는 가끔 물건도 사람을 사랑하는지 궁금해졌다. 레프의 바이올린은 그레그와 함께 바삐 보냈던 시절을 그리워하기라도 하듯 상실감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가끔 나는 레프 바이올린의 몸에 새겨진 흉터 자국을 꼼꼼히 들여다보곤 한다. 하나하나가이 악기의 과거에 관한 모진 진실을 알려주는 또렷한 흔적이다. 바이올린은 언제나처럼 겸손한 자태로 조용히 누워 있다. 악기의 모퉁이들을 조심스레 쓰다듬어본다. 너무도 부드러워 바람과 물에 마모된 것만 같다. 내 손가락이 느끼는 건 나무가 아니라 나무가 사라진 공백이다.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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