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집으로 가는 길에 초저녁 어스름한 거리에서 개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다. 빛 속에서, 궤양이 생기고 앙상한 그들의 몸이 보였다. 털은 더러웠다. 달빛 속에서 그렇게 잔인해 보였던 눈은 낮에 보니 진물이 흐르고 희끄무레한 눈곱이 끼어 있었다. 파리떼가 그들 몸에 난 붉은 상처 주변을 윙윙거렸다. 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은 가난과 물가에 대해 불평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 자신들의 거짓말이나 잔인함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46


- P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예는 물건처럼 취급되는 사람이 아니다. 노예는 물건이다. 타른이들이 그렇게 여기듯, 노예 스스로도 자신을 물건으로 취급한다. 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르나가 말하길, 잔지바르의 바닷가에 살던 어린 시절, 11월이나12월 즈음이 되면 사우디아라비아, 페르시아만, 인도, 심지어 태국에서온 커다란 배들 수십 척이 부두에 모여 있는 광경을 자기 방에서도 볼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는 자신이 더 큰 세상의 일부에 불과한 존재라는 사실, 모두가 문화적·역사적 공동체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다고 말하며, 바로 이런 의미에서 바닷가에서 속 지배적인 내러티브는 바로 무심이라고 밝힌다. 무심은 소설을 탄생시킨 대전제 조건인 것이다.
물론 이런 환경이 마냥 낭만과 신비로 가득했을 리는 없다. 구르나는 잔지바르 사람들에게 무심 교역이 어떤 의미였는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요약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물건과 신과 자신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신들의 이야기와 노래와 기도를 함께 들고 왔고, 그 지식을 흘낏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들인 노력의 정수를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굶주림과 탐욕, 자신들의 환상과 거짓말과 증오를 가져와서 그것들 중 일부는 평생 그곳에 내버려두있고, 자신들이 사들이고 거래하거나 앗아갈 수 있는 것들은 가져갔는데,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사거나 납치해서 고국에 노예로 팔아먹었다˝
399 황유찬 역자 해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그후 이어지는 몇 년의 세월에 대해 말하지 않는 법을 스스로 익혔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세월을 조금이라도 잊은 건 아닙니다. 그 세월은 몸의 언어로 쓰였고, 그것은 내가 말로 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에요. 때로 나는 고통에 빠진 사람들의 사진을 보는데, 그러면 그들의 비참함과 아픔의 이미지가 내 몸안에 가득 울려서 그들과 함께 아파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동일한 이미지가 내게 그억압의 기억을 억누르는 법을 가르쳐주는데, 왜냐하면 어쨌든 나는 이곳에 건강히 잘 있고, 그들 중 몇몇이 어디 있을지는 오직 신만이 아시기 때문이죠. 바로 얼마 전에 나는 그런 사진을 한 장 보았는데, 오래된 사진이었어요. 그 사진 속에는 세 명의 유대인이 넙죽 엎드려 있었습니다-한 명은 짙은 정장과 타이 차림이었고, 다른 두 명은 셔츠 바람이었는데, 한 명은 셔츠 소매를 걷고 있었죠. 그들은 바닥솔을 쥐고 빈의 인도를 쓸고 있었습니다. 그들 주변에, 그들 아주 가까이에, 그들의
‘뒤와 앞의 인도에 빈 사람들이 무리 지어 빼곡히 서서 히죽거리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모든 나잇대의 사람들, 어머니들과 아버지들과 할아버지들과 아이들이 누구는 자전거에 기대 있고 다른 누구는 쇼핑백을 든 채 점잖고 일상적인 모습으로 서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하는 동안 그 세 사람은 그들 앞에서 굴욕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하켄크로이츠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그저 세 유대인의 굴욕에 웃음을 터뜨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었어요. 그 세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신만이 아시겠죠. 3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