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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유용하고,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것을 뭔가 아름다운 것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건축의 의무다.(52)
보통씨가 이제 건축에 대해 이야기 하려하고 있다. 건축가도 아닌 그가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마음이 들겠는가. 당연히 실용적이거나 기능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기때문에 그저 건물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하려나.. 생각하며 책을 펴들었다.
물론 보통이 단순히 그럴리가 있겠는가.
뭔가... 보통을 넘어서 특별함을 주는 알랭 드 보통의 글은 사실 내게는 그리 큰 강렬함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읽으면서 집중이 안되고 자꾸 산만하게 이것저것 여러 생각이 떠오르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흐름을 놓쳐버리고는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까먹기 일쑤다. 그런데도 나는 보통의 글을 좋아한다. 이거 뭔가 모순인거 아닌가? 이해도 못하고, 중심 이야기를 따라 잡지도 못하면서 그의 글을 좋아한다고 말하는거 말이다. (아니, 거짓말이 더 맞는 표현이 되려나?)
그러니까 좀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나처럼 소화력이 느린 녀석은 보통의 글을 읽을때는 천천히 곱씹고 또 곱씹어서 스며들도록 해야하는데 평소 습관처럼 후다닥 글을 읽어버리니 보통의 글을 제대로 맛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뭐라 딱히 꼬집어 말하긴 힘들어도 그의 글은 가만히 읽고 있으면 어느 순간에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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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있는 형태로부터 여러가지 정보를 연역해내는 데 익숙하며, 이런 습관 때문에 경쟁하는 건축 스타일로부터 서로 다른 강렬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단 1밀리미터 차이로 둔감한 입과 자비로운 입이 갈라진다면, 창문의 형태나 지붕선의 차이로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우리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의 얼굴을 미세하게 관찰하고 구별하는 것처럼, 함께 살아가는 사물의 의미를 구별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떤 건물이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가 그 정면에서 희미하게 연상하는 생물이나 인간의 기질이 마음에 안 든다는 뜻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건물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그것이 살아있는 형태일 경우에 우리가 좋아할 만한 특질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건축작품에서 찾는 것은 결국 친구에게서 찾는 것과 그리 멀지 않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묘사하는 대상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른 모습인 셈이다.(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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