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날이 지나고. 셰익스피어 전집이 눈에 띄네. 어릴때 이야기 책으로 읽은 후 이십대가 되어서야 겨우 희곡작품으로 읽은 기억이 있는데,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그냥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소리내어 읽어야 그 맛이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아, 그러고보니.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의 재개봉과 셰익스피어 전집 출간.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인걸? 디카프리오의 로미오는 영화로도 큰 화제가 되었지만 당시 자막번역도 논란거리가 되었었는데..사실 뭐, 난 그닥 나쁘진 않았다. 아주 좋아할수는 없었지만. 하긴 자막번역보다 로미오와 줄리엣, 두 배우의 모습에 더 넋이 빠져있었을테니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나 있었겠어?

 

 

 

 

 

 

 

 

 

 

"저자는 지크문트 프로이트, 자크 라캉 등의 정신분석학과 뤼스 이리가레 등의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 이론의 계보를 추적하는 한편, 동시대 담론에서 정신분석학과 페미니즘이 교차하는 영역을 면밀히 살핀다"

이 책은 쉬워보이지 않아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 이론의 계보...

너무 졸려서 벌써 삼십분 이상을 정신 못차리고 있는 중이라 잠깐 새 책이라도 구경해볼까 하고 딴짓중인데 여전히 잠이 안깬다. 미칠 것 같아. 그런데 안티고네...라니. 아니, 그래도 뭔가 흥미로울 것 같아.

 

 

 

 

 

 

 

 

육고기를 먹지 못하던 시절, 하긴 어렸을 땐 육고기뿐만 아니라 풍부한 음식을 먹을 여유도 없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늘 떨어지지 않고 풍족하게 있던 달걀. 지금도 우리는 낱개가 아니라 서른개짜리 한 판을 사다가 두고 먹는다. 부침개에도 충분히 넣는 달걀은 별다른 요리랄 것도 없이 순수한 달걀부침부터 시작해서 당근, 김, 양파, 부추, 버섯, 김치.... 온갖 재료들을 돌아가면서 넣어서 달걀말이를 해 먹기도 하고 심심하면 간식으로 삶아먹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걸까. 이 책은 왠지 맛있어 보인다. 달걀로 만들 수 있는...이라기보다는 달걀이 들어가는 거의 모든 요리에 대한 이야기겠지?

요즘의 관심사는 요리, 인테리어 소품, 약초..라기보다는 식물 재배, 그에 따른 환경 문제에까지 이르렀다. 어쩌면 순서가 뒤바뀌어 있는것인지도 모르지만 뭐 어쨌든. 나날이 머리쓰는 것도 귀찮아지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지고. 눈이 침침해지기 전에 바느질이라도 배울까?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직접 만들고 싶은 인테리어 소품들이 있어서. 근데 손가락이 굳어서 바느질을 잘 할 수 있으려나.

 

 

 

 

 

 

 

 

루브르든 북한의 이야기든 유럽의 책마을이든. 책으로 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겠지만. 직접 가보고 싶다.  그곳이 어디든 이곳보다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건 지금 이곳이 편하지 않기 때문일거야.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가장 편하고 좋은 곳일텐데 잠깐의 떠남은 설레임과 호기심으로 가득 차 모든 것이 좋아보이겠지만 결국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좋지 않겠는가. 그것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일테고. 아, 졸립고 의욕없고 생각도 없고.

 

요즘 내 생활의 반 이상을 차지해버리고 있는 주제. 그냥 책만 읽는 게으름뱅이였던 시절이 제일 좋았어...라는 한탄을 하게 되는.

아니,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기록'이 무엇에 대한 기록인지 몰랐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고노무현전대통령의 기록에 대해서는 그리 큰 관심이 없다. 그건 이성계와 이방원에 대해서도 비슷하지만 아무튼 내게는 이 책이 들어와있다. 뜻밖에 저자가 이덕일님이다. 예상보다 책이 그리 두껍지는 않아서 읽기 어렵지는 않겠다마는 별로 맘에 드는 표지는 아니어서 바로 펼쳐보지는 않았다. 어째 나날이 책의 내용보다는 책표지에 의해 더 눈길을 주는 단순함으로 책을 집어드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잃어버린시간을 찾아서는 꼭 이쁜 포장지같지 않은가.

책의 날에 책을 사지 못한 한을 풀려고 그러는지 자꾸 뭔가 장바구니에 넣고 싶은데 딱히 이거야! 하는 책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아니 책보다도. 마스다미리의 신간에 에스프레소잔 세트가 예판이벤트 상품이라고 해서, 그 잔이 탐나 책주문을 해야하지 않을까 고민 중. 점점 더 주객전도의 양상이.

 

읽은책, 읽는책,읽을책.

이번달에는 받은 책도 많고 구입한 책도 많고 덩달아 읽은 책...도 많아야 하는데 다른때보다 더 책읽는게 더디다. 피곤해서 졸립지 않아도 잠을 자버리고 되도록 책읽는 시간을 줄여서 쉬어버리기를 의식적으로 하다보니 도통 책읽을 짬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평균을 유지한 건 아마도 그래픽노블, 카툰을 많이 쌓아놔 읽어서 그럴꺼야. 최근에 읽은 것 중에 가장 강렬한 건 아무래도 꼬마비 작품이고. 그러고보니 상뻬의 그림책도 그렇고 지슬도 그렇고. 독특한 그림책들을 많이 봤군.

아, 아무튼. 지금은 너무 늦었다. 책읽을 시간에, 아니 자야할 시간에 뭐하는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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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 - 제주4·3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김금숙, 오멸 원작 / 서해문집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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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피 때문에 그 피를 머금고 자란 제주의 노란 유채는 빨갛게 피어났고, 한라산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는 더욱 붉어졌고, 지천에 널린 조릿대가 불그스름하게 자라났었다는.

나는 어쩌다보니 제주 4.3 유적지 순례를 다니게 되었었고, 아직 철이 없던 그 당시 큰넓궤 동굴을 들어가면서 조금 답답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꽤 넓은 동굴이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있음에 신기해했을 뿐이었다. 밥 짓는 연기 때문이었다던가... 토벌군에게 발각된 동굴을 빠져나와 바로 앞에 있는 오름을 뛰어 도망가던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한번 달려보라고 했을 때, 농담처럼 시작된 그 뜀박질은 곧 절망감을 가져왔었다. 그 오름이라는 것이 야트막한 둔덕이었을뿐만 아니라 사방으로 탁 트여있어서 어디로 뛰어 달아난다 한들 잡히지 않을수가 없는 것이다. 그처럼 실제로 그 동굴에서 생활하던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잡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영화 [지슬]은 알고 보면 볼수록 더 마음이 죄어드는 영화였다. 품고 있는 내용의 잔혹한 슬픔과는 다르게 너무나 아름답게 보여지는 영상이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한동네에 살면서 이웃집 아줌마 아저씨는 모두 삼춘이 되는 괸당문화를 굳이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거지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함께 나누며 공동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아도, 이념이나 사상과는 상관없이 싸우더라도 뒤돌아서면 서로를 보듬는 이들이었는데.. 그런 공동체를 무참히 깨어버린 이들의 실체는 무엇인가.

 

사실 이 책은 제주 4.3에 대한 배경 지식 없이 본다면 저게 무슨 의미인 것일까, 싶은 장면들이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볼수록 더 마음이 죄어드는 것이란 바로 그런 부분들이다. 그리고 몇몇 장면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물론 별다른 지식없이 본다해도 그리 큰 무리는 없겠지만 수묵채색 한 컷에 담겨있는 그림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제주 4.3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은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는 간간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고 기억한다. 굳이 자막을 보지 않아도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제주도 사람인 나는 그들의 농담에 커다랗게 웃을수도 있었지만 그만큼 그들의 비참한 죽음 앞에 더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4.3을 겪지 않아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세대여서 겁도없이 해마다 4.3이 되면 거리로 나가 진실규명을 위한 시위를 했었던것이 머나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지금까지도 4.3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어르신들을 보면 아직도 4.3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영화의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옮겨놓은 듯 보이는 그래픽노블 지슬은 좀 더 담담하고 애잔하다. 영화가 아름다운 영상미와 제주도 특유의 사투리가 뒤섞여 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줬다면 이 책은 하얀 여백에 스며든 그림들을 보면서 좀 더 차분히 4.3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그래서 영화를 못 보신 분들에게는 영화를 권해주고 싶고, 영화와 똑같은데 굳이 이 책을 봐야할까 라고 묻는 분들에게도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제주 4.3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이념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상황 그대로를 보여주는 듯한 관객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아픔과 분노가 보복이 아니라 상생이 되어야 함을, 아니 섬사람들은 모두 상생의 치유로 평화의 섬을 만들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현실같지 않은 이 이야기들이, 이보다 더 가슴아프고 처참하게 짓이겨진 우리 부모님, 부모님의 부모님들의 삶의 이야기가 완전히 치유될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수묵이 번져나가듯 조금씩 스며들어 나오면서 한을 풀어내고, 우리 모두의 어루만짐으로 모두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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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페의 어린 시절
장 자크 상뻬 지음, 양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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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죠. 대부분의 경우 어른들은 그다지 진지하지 않아요. 당신도 눈치챘을 겁니다! 어른들이 정말로 진지하다면 세상에 그처럼 많은 비극이나 전쟁, 위기, 요컨대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겠습니까, 안그래요?"(137)

 

며칠동안 울컥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러했을 것이다. 여객선 세월호의 참사는 그 실체를 드러낼수록 이기적인 어른들이 저지른 비극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뻬의 이야기처럼 그들이 진지했다면, 진지하게 모든 것을 점검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귀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처럼 엄청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상뻬의 어린시절에 대한 책 이야기를 하려고 컴퓨터를 켜고 앉았는데 자꾸만 이 엄청난 슬픔이 밀려들어 맘이 편치않다. 어쩌면 내가 어릴 적에 봤던  꼬마 니꼴라의 유쾌하고 밝은 모습과는 대조적인 상뻬의 어린 시절 이야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가라앉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장 자끄 상뻬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생때였나? 어린시절 책 한권 사 읽을 돈이 없어 서점에 갈 일도 없었고 내가 막내라 집에는 이쁜 그림동화책 한 권 없던 그 당시에 총천연색의 아스테릭스와 꼬마 니꼴라는 거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스테릭스는 내가 전혀 알아먹을 수 없는 불어 원서였고 꼬마 니꼴라는 난생 처음 보는 판형에 글자만이 아니라 이쁘고 귀여운 그림들까지 곁들여져 있는 책이었기에 나는 종일 꼬마 니꼴라를 끼고 살았다. 책 모서리가 너덜너덜해질정도로 읽었던 그 책은 이사를 하며 짐정리를 하는 동안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지만.

꼬마 니꼴라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열린책들에서 장 자끄 상뻬의 책들이 출판되기 시작했을 때 미친듯이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의 책에는 온갖 해학과 유머가 담겨있고 귀여운 반전과 냉소가 담겨있고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는 즐거움이 담겨있다. 그냥 쓱쓱 그려댄 연필 선 몇개만 보이는 것 같은데도 어떻게 얼굴 표정 하나까지 다 다르게 묘사를 할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되고 그런 세부적인 그림들이 모여 커다란 한 장의 그림을 보면서 그 안에 담겨있는 스토리를 순간적으로 깨달아 웃음을 터뜨리게 되면 이미 그의 그림에 빠져들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기보다 오히려 불행했다는 표현이 더 맞는듯한 그의 이야기는 왠지 마음이 아팠다. 허세가 심했던 것은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고 허풍과 거짓말이 심했던 것은 불행한 현실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세계를 꿈꾸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교과서를 구입할 돈이 없어 교과서를 준비못했지만 전혀 주눅드는 일 없이 오히려 교과서 따위는 필요없어!라고 외치는 상뻬의 모습은 왠지 그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잘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그의 그림과 글에서는 깊은 통찰력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상뻬의 어린 시절은 그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커다랗게 실려있는 수십장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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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문학동네 블랙펜클럽이 출간되었다,라고 생각하며 봤는데 서른 한번째. 뭔가 좀 이상해... 중간에 내가 알지 못하고 빼먹은 것이 있었나? 하고 봤더니 이전에 출간된 것이 미미여사의 솔로몬의 위증 3권. 그러고보니 솔로몬의 위증을 읽으려고 꺼냈다가 갑자기 다른 일이 생겨 안으로 담아버린 것이 생각난다. 읽으려고 방에 있는 책장에 끼워넣었다가 다른 방으로 옮겨지고 이제 그 세권은 각각 다른 책장에 꽂혀있기는 할텐데 어디쯤에 있는지 찾기가 쉽지 않겠고.

읽은 책을 찾는 것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급기야 읽어야 하는 책을 찾는 것도 힘들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 최근에 쌓아놓은 책탑을 넘어 구석에 박혀버린 새 책들을 찾아 읽으려고 책장을 서성거리게 되면 내 마음은 괜히 급해져버린다. 벌써 몇년째 책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심지어 래핑도 벗기지 못한 책들이 수북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러고보니 이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말 그대로 [책장을]열게 되어 영광입니다, 라고 해야할지도.

 

 

 

 

 

 

 

 

어쩌다보니 끄트머리에 넣은 책의 제목이 '진보의 착각'이네.  그와는 상관없이.

이 책들을 대하고 있노라면 외면하고 싶은 것들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삶에 대한 부끄러움이 슬금슬금 기어나오기 시작한다. 그나마 그것을 위로랍시고 부끄러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이제는 습관화되어버리고 있어서 또 괜히 맘이 저기하지만.

 

선물할 책을 고르기 위해 컴을 켰는데 생각하고 있던 책들이 안나온다. 오늘내로 장바구니에 넣으려고 했는데 이제 두권을 더 골라야하는데 마땅한 책이 눈에 안띄어. 내가 읽지 않은 책들은 선물하지 않던 습관도.. 읽지 않았지만 좋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그냥 무작위로 끄집어 내어 아무 생각없이 선물해주기 시작하고있다. 책의 취향이라는 것이 뭐...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책을 그 누군가는 좋아하지 않을수도 있는 것이니.

아, 근데 정말 어떤 책을 고르지?

 

 

 

 

 

 

 

 

4월에는 책도 좀, 말 그대로 '좀' 사고, 평소보다 좀 많은 책을 받았다. 왠지 요즘은 양장본에 판형이 커다란 책들을 많이 구입해버려서인지 책탑이 점점 확장해나가고 있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온갖 책을 다 끌어모으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일주일내에 가장 많이 본 것은 역시 카툰일까? 여백이 많이 있으니 소설보다는 좀 더 쉽게 읽히는 건 사실이니.

아니, 그래도 꼬마비의 작품은... 음... 왠지 살인자 ㅇ 난감도 빨리 읽어봐야 할 것만 같단 말이지. 도대체 꼬마비의 작품을 뭐라 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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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난 who
꼬마비 지음 / 애니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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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이에 모두 꿈일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도 꿈을 많이 꾸니까, 이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꿈인지 알 수 없어진 걸 거라고,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현실에서 당신은 말을 잃지 않은 것일지도 몰랐다. 내가 꿈에서 깨기만 하면 다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꿈에서 깨어나는 것일까. 내 꿈의 바깥에서 당신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그 다음 새벽에 돌아오는 일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일까. 나는 죄스럽게도, 발칙하게도 가끔씩 두려웠다. 나는 꿈의 이쪽에서 꿈의 저쪽에 있을지 모르는 당신을 위해 매일 그래왔듯 기도했다. 당신에게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당신이 오늘도 무사히 집에 돌아오기를" (폴링 인 폴, 229)

 

꼬마비의 '자꾸만꿈만꾸자'를 읽고 난 후 백수린의 '꽃 피는 밤이 오면'을 읽으니 나의 현실은 어떠한지,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는 애매한 의식의 경계선 어딘가에서 갑자기, 오늘이 월요일이면 지금 일어나서 출근준비해야하는데 난 지금 뭐하고 있지? 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두려움에 떨며 잠에서 깨어났다. 아니, 꿈인지 현실인지 모른다고 했으니 잠에서 깨어났다는 말은 틀린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나를 일어나게 한 그 생각이 꿈인지 무의식적으로 잠에서 깨어 내 의식에서 나온 생각인지 모르겠는것이다.

꼬마비의 이야기에서 여자는 현실과 꿈의 교차점에서 꿈속을 택한다. 백수린의 이야기에서 그녀는 고통스럽지만 현실을 드러내고 받아들이는 삶을 택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아니, 이렇게 단적으로 구분지어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두 이야기의 대비처럼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 안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보게 되는데 두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나는 나 자신의 불안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고보면 이 모든 것이 다 아이러니같지 않은가.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일까,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현실의 고통이 견디기 힘들어지게 된 것일까. 자꾸만꿈만꾸자,에서 현실과 반대되는 꿈속의 생활을 현실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그 어느곳도 완벽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지는 못한다. 그러함에도 그녀가 선택한 세상은 꿈속의 세상이다. 아니, 그녀에게는 그것이 행복이라고 했다.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누군가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망. 남과의 비교라면 모를까 스스로의 삶이 비교되는 삶. 꿈과 현실의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선택하고 싶어요. 영원히 깨어있거나 영원히 잠들면 어떻게 될까요? 죽는다는 것이 곧 또 다른 나를 죽이는 일이 될 지라도..."(연극이 끝나고 난 who, 74)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 두 작가의 단편집에 실려있는 두 개의 각기 다른 단편은 서로 교차되면서 비슷하게 느껴지면서도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데 왜 나는 자꾸만 두 이야기를 같이 떠올리고 있는 걸까.

어쩌면 지금 나의 현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많은 것들이 떠오를수밖에 없고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과 피하지 말아야하는 현실이 겹쳐지면서 괜히 생각만 많아져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이 무엇이든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도 그와 그녀처럼 수영을 익혀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살을 헤치기 위해 두 팔에 힘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 (폴링 인 폴 248)

 

 

* 꼬마비의 연극이 끝나고 난 who에 수록된 <자꾸만꿈만꾸자>와 백수린의 폴링 인 폴에 수록된 <꽃 피는 밤이 오면>을 읽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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