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럽다. 이 책들이 글항아리 책들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이미 한번쯤 관심도서로 살펴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책이 쏟아져나오다니. 가만히 꼬불쳐뒀다가 놀랐지? 하면서 풀어놓는 보따리같지 않은가.
괜히 일찍 퇴근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되니 이것저것 기웃거리다가. 엄청난 책장바구니를 만들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책도 담고 싶고, 저책도 담고 싶고. 아니. 가만히 보고 있을 틈이 있나. 그냥 마구잡이로 마구마구 넣고본다.
나중에 장바구니를 결제할때는 심사숙고, 재고 삼고 사고... 사고를 칠수는 없으니 망설이고 망설이고 또 망설여서 엄청나게 많은 책들 중에서 꼴랑 한박스를 채우곤 하는데.
어버이날을 앞두고 마트가서 장을 보면서 평소보다 좀 더 과하게 과일을 집어 담았더니 오늘 하루만 먹는 것으로 십수만원이...나갔는데. 현실적으로 사과 네개를 먹는 것과 책 한권을 읽는 것. 뭐가 더 낫다,라는 판단을 할수가 없어.
아니, 얘기가 이상한쪽으로 흐르는데?
어쩌다보니 얘기 중에 신천지 얘기가 나와서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여러 종파가 모여서 '종교학'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목사 안수를 받기 전인 뭐.. 전도사라던가, 아무튼. 신부님, 수녀님들도 많고 다른 종교인들도 많은 자리였는데 굳이 일어나서 타 종교를 인정하는 가톨릭 자체가 이단이라 생각한다고 했다던가?
그런 닫힌 마음으로 눈에 핏발 세우고 침튀겨가며 이단이라 손가락질 하는 사람과 그런 손가락을 총구에 걸고 사람들을 학살하는 사람의 차이가 있을까? 싶다.
나는 어릴 때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만 읽은 후, 사람에게 '신뢰'가 없다면 사랑도 소용없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 친구는 사랑, 믿음, 소망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말을 했었는데. 그 친구가 나보다 나았네. 믿음만을 내세운다면 이 세상을 창조한 신의 사랑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정치까페에 특집으로 올라왔던 '신천지'를 들으면서도 나는 참 어이없구나, 싶었는데. 다른 곳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었던 위안과 평화를 신천지를 통해 느꼈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 회두할 것인가. 고민스럽지 않을수가 없다. 문제는. 그런 것을 잠깐 생각하고는 금세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이슬람 교사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학교에 들어가 학생들을 몰살한 사건이 불과 한달 전이었고. 기독교 신자라는 이유로 수십명을 처형한 사건이 불과 며칠 전이었고.
나는 세상이 무섭고 사람들이 무섭다. 왜 그렇게 마음을 닫아놓고 경직되어 굳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 어쩌다 또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겐지.


근데 잠깐. 이 사진을 보니까 생각난다. 분명 이 때, 이렇게 익어가는 앵두가 있었는데 어디로 사라진거지? 따먹지도 않았는데. 작년에도 잘 익어 퇴근할 때 따먹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그 날 저녁에 싸그리 사라지고 없었던 사건이 있었는데말야.
우리 집 마당의 앵두는 도대체 누가 다 따먹어버리는걸까?
이제 토마토도 꽃이 피기 시작하고, 상추도 싹이 올라오고, 혹시나 싶어 묻어 둔 호박씨도 싹이 터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남는 화분에 뿌려 둔 해바라기도 쑥쑥 쌍떡잎을 끌어올리고 있고.
어머니가 못먹는 오래된 깨를 마당에 뿌려서 그렇다고 하는데, 아무튼 언젠가부터 이맘때쯤이면 마당 곳곳에 깻잎도 올라오기 시작하고. 꽃 사진을 올리려고 했는데 엉뚱하게 열매얘기만...
오늘은 어째 모든 이야기가 다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쓰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