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이야기 - 세계의 과거.현재.미래가 만나는 제7의 대륙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김한슬기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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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태평양,이라고 하면 왠지 우리와 아주 먼 곳처럼만 느껴지곤 했었는데 사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내 고향 앞바다가 바로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바다가 아닌가. 그래서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인 - 이 기준조차 자기들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을 구분한 것이기는 하지만 - 의 관점에서 문명화된 유럽과 구분된 태평양 저 너머는 그들이 소유할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었고 그것은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근대와 현대의 구분이 모호할 때마다 나는 우리의 역사를 떠올리며 막연히 근현대라고 이어붙이고 정확히 현대의 개념은 어떻게 시작될까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탄소연대측정법의 수치가 달라지는 특정한 날짜의 기준으로 시작하여 여러 설명을 덧붙이고 있는데 그냥 간단히 이해를 한다면 1950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현대를 지칭하는 것에 많은 이들이 수긍을 하고 있고, 특히 저자는 이날을 기준으로하여 현대의 태평양 이야기를 하기 딱 좋은 날이라고 하고 있다. 프롤로그를 보면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고 있는데 사실 이게 어떤 연관성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아니, 책을 읽으면서도 각 장에서 주제로 다루고 있는 내용을 읽는 것은 흥미로웠지만 이것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태평양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인가, 라는 물음에 흔쾌히 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체를 다 읽고나면 그 연결고리가 조금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 나름의 역사와 문화를 갖고 생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평양의 섬은 발견하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듯 서구열강은 식민지로 영토확장을 이어갔고 그러한 인식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핵과 수소폭탄의 실험을 거리낌없이 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휴대용 소형 라디오 기술의 개발로 아시아의 기업들이 더 발전된 기술로 세계 진출을 하게 되고, 서핑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환경의 아름다움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에 나포된 푸에블로호 -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롭게 읽혔는데 우리나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지금 현재의 정세와 맞물려서 그런지 더 자세히 읽게 된다 - 사건을 통해 이데올로기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외국인인 저자가 신탁통치안을 받아들였더라면 오히려 우리가 더 빨리 자주독립국이 되었을지도, 무심코 자를 갖다대어 그어버린 선이 우리를 지금까지 분단국가로 살게 해버릴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들이 더 마음을 아프게 찌르고 있다. 그리고 2015년도에 씌여진 이 책에서 저자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것도 범상치는 않다.

계속 이어지는 장의 주제인 식민지 시대의 종식이라거나 기후이변, 심해의 발견 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전체적으로 각각의 주제로 이루어진 이야기같지만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태평양 지역에 대한 유럽인들의 자기중심적이고 차별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와는 달리 태평양 지역의 사람들은 고도의 문명과 기술을 갖고 있으며 자연환경의 파괴없이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문화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태평양 사람들이 오늘날과는 다르게 생태계의 일부로서 주변 환경에 녹아들어 자연을 매우 소중하게 다뤘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460)

 

"발보아가 태평양을 발견하고, 마젤란이 처음으로 태평양 횡단에 나선 이래로 서양인들은 5세기동안 끊임없이 넓은 바다로 진출해서 새로 찾은 영토에 소유권을 주장했다. 그들은 태평양에서 터를 잡고 고유한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을 착취하는 행위를 당연시했다. 수천년의 긴 세월 동안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던 태평양 원주민들의 터전은 서구의 침입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 이들도 배를 타고 머나먼 바다를 유랑하긴 했지만, 과거 서양인들이 그러했듯 영토를 확장하고 지배권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이 세력 확장에 나서지 않은 이유가 그저 주어진 삶에 맍고하며 더 큰 미래를 꿈꾸지 않는 소심하고 편협한 민족적 특성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며 동양인들을 내려다보곤 했다.... 그들이 먼저 동양에 진출했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의 영토를 침략할 권리를 가진 듯 행동했다. 그렇게 서구 열강의 거대한 태평양 제국이 탄생했다."(565-566)

 

잠수정 앨빈호가 심해의 생명체를 탐사한 것은 과학의 발전을 한단계 더 나아가게 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생명의 경이로움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태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이미 이십여년전에 언급된 쓰레기섬에 대한 짧은 이야기 역시 그 맥락일 것이다. 비약적일지 모르지만 지구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이야기가 마지막 장을 장식하고 있다는 것도 그 연장선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념의 극한 대립은 점차 무너지고 있지만 자국의 경제를 위해 정치적인 대립을 하고 있는 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을지 모른다고 하고 있지만 결국은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세계의 역사와 판도가 바뀌는 것처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다가올 세상의 중심은 태평양이다"라는 말은 여러 의미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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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 일과 사랑
툴라 카르얄라이넨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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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딱히 떠오르는 인물은 없었다. 그렇지만 '무민'이라고 했을 때 한번도 무민스토리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무민의 모습이 바로 떠올랐다. 그 귀여운 캐릭터를 창조해 낸 사람이 바로 토베 얀손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솔직히 '남성과 대등한 여성의 지위와 독립성, 창의성, 평가가 중요했고, 일에서도 삶에서도 평범한 여성이 역할에 굴복하지 않은' 토베 얀손의 삶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150여편의 도판이 실려있다는 것에 더 혹하는 마음에 책을 펼쳐들었다. 그래서 책을 받자마자 도판을 한차례 훑었고 무민의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꽤 흥미롭게 보기는 했지만 선뜻 그녀의 일생에 대한 글을 읽는 것은 그닥 관심이 없었다.

그냥 그렇게 그녀의 어린시절, 가족, 친구,화가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었는데 글을 읽어갈수록 점점 더 그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캐릭터로만 접해봤던 무민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하게 되었다.

 

"먼 훗날 사람들은 우리가 흥미롭고 중대한 시기를 겪는 특권을 누렸다며 떠들어대겠지. 하지만 난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너무 엄청난 일이 벌어져서 자꾸 우리를 작아지게 하는 것 같아. 전쟁이 오래갈수록 사람들은 야심을 품을 만한 기력이 없어져. 점점 위축되고, 시야도 좁아지고, 국가주의적 화법과 표어, 구식 편견과 원칙, 그리고 자기자신에게 점점 얽매이게 돼"(92)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토베 얀손은 전쟁터로 끌려간 동생, 친구를 비롯한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전쟁터로 간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두가 그들의 사망통지를 받을 뿐이라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그녀는 화가로서의 작업을 포기하지 않았고 사랑하는 이를 잃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귀엽기만 한 무민 캐릭터의 모습과는 달리 초기의 무민은 새까맣고 입도 동물 주둥이처럼 길쭉하게 나와 돌연변이 늑대같은 모습이기도 했고 뭔가 좀 괴기스러운 분위기도 느껴지고 암울해보였다. 단지 겉모습만 봤을 때 그랬다는 뜻이다. 그런 무민의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 (토베 얀손이 핀란드의 하얀 겨울 숲을 보며 살았다는 것에 감사한다. 무민이 하얗고 뭉툭한 코를 가진 귀여운 캐릭터로 변모된 것은 하얀 눈이 나무 그루터기에 두텁게 쌓여있는 한겨울 숲을  바라보다가 '커다랗고 둥그런 흰 코'처럼 늘어져 있는 그루터기들을 발견해서 생겨난거라고 하니까 말이다)

 

"적어도 초반에는 자신을 위해 썼다. 책을 쓰면서 토베는 전쟁과 냉혹한 현실에서 벗어났다. 많은 핀란드인들이 집에서, 그리고 전쟁터에서, 약물과 특히 독한 술로 정신을 둔감하게 만들었다. 무민골짜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쓰면서 토베는 그토록 잔혹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모로코와 통가 왕국에 세우려 했던 예술가 공동체를 위한 구상과 비슷한 존재였던 것 같다."(139)

 

"토베는 무민 동화에 묘사된 자연이 가능한 한 현실적이기를 바랐다. 그랬기에 크기는 제각각이더라도 달은 항상 제대로 된 방향에서 떠올랐다. 무민들이 사는 세계는 바다와 폭우, 험준한 산과 동굴로 이루어졌지만 꽃이나 빽빽한 숲도 있었다. 무민 골짜기는 아늑하고 동네같으면서 안전한 환경이며, 모험이 전개되는 배경은 정확히 그와 반대된다. 예측불가능하고 위험천만한 바다와 산악지대는 온갖 재난이 닥쳐올 것만 같다. 무민 가족은 광활한 세상으로 나갔다가 평화로운 골짜기에 위치한 집으로 돌아오면서 늘 안심한다. 물론 돌아오기 위해서는 먼저 떠나야 하지만 말이다."(145)

 

예술가 공동체를 구상하며 그 이상향을 무민 골짜기에 넣었다라거나 무민동화에 묘사된 자연이 가능한 한 현실적이기를 바라는 그 마음은 무민의 이야기에서 바로 드러난다. 전쟁 상황과 떨어질 수 없는 당시의 세계는 모든 것이 불안하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특히 2차세계대전때의 원자폭탄 투하의 공포는 '무민 골짜기에 나타난 혜성'에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버튼 하나로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깨달음은 무민 동화에 확실히 영향을 미쳤고 인류전멸의 위협은 이 책의 주제가 되었는데 어린이책의 주제로는 이례적인 것이기도 했다.

 

"행복이나 실망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해봐. ...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그에게 화를 내거나 그를 용서하지 못한다고 생각해봐. 잠도 못 자고, 추위도 못 느끼고 절대 실수도 저지르지 않고, 또 배탈이 났다거나 그게 가라앉지도 않고, 누군가의 생일을 함께 기뻐해주지도 맥주를 마시지도 못하고, 양심에 찔리는 기분도 못 느낀다고 말야........."(173)

 

토베 얀손의 삶을 이야기할 때 무민을 빼놓을 수 없는 건 당연하지만 무민의 이야기에도 토베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 어린이가 보는 동화라고 무조건 아름다운 이야기만을 그려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녀의 생각은 조금 위험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 깊이를 보게 된다면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책을 다 읽고나니 이제 알겠다. "토베의 삶은 진정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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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도 모르면서 -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내 감정들의 이야기
설레다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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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있고 진지하게 읽어야하는 책이 아니라 조금은 가볍게 슬쩍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읽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뭔가 생각하는 것조차 귀찮아질 때,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책은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때 말이다.

그래서 그림이 있는 에세이를 집어들었다. 시를 읽는 것보다는 좋을 듯 해서.

그런데 [내 마음도 모르면서]는 그렇게 쉽게 술술 책장을 넘기며 읽어버릴 수 있는 책이라고는 할수가 없다. 책을 읽다가 저자 약력을 다시 보니 '사람의 마음에 대한 관심의 부산물로 미술심리상담사 자격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고통은 그림으로 전해질 때 조금씩 날아간다고 믿는 사람, 소소한 일상의 틈에서 나타나는 마음의 균열을 한 컷의 그림과 짧은 글로 표현'하는 설레다의 글과 그림은 읽으면 읽을수록 곱씹어보게 된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는 사전적인 개념의 마음이 아니라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되면서 깨닫게 되는 마음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그냥 사랑의 감정만 있다면 이건 기쁨에 넘친 누군가의 자랑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글들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스토리처럼 구성되어 있다. 사랑이 시작되면서 느끼게 되는 마음, 사랑이 깊어지면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이 더 커져간다. 그러나 그 사랑이 모두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기에 헤어지기도 하고 혼자 남겨진 이의 고독과 고통, 자책의 마음이 사람을 무너지게 해버리지만 이별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마음도 자란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꼭지씩 읽다보면 감정의 흐름에 따라 깊이 빠져들게 되고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되고, 아픔을 겪고 있는 이에게 어떤 위안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된다. 이별의 슬픔에 빠져있는 이에게 무조건 벗어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그런 마음을 겪게 되면서 마음도 자란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어렴풋이 느껴지던 그 마음은 설레다의 마음개념 사전처럼 정리된 것을 처음부터 차례로 다시 보고 있다보면 처음에 느꼈던 사랑의 감정을 잊어야한다고 강요하지도 않고, 집착하거나 미련을 남기는 것이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를 말하고 있지만 한걸음 더 성장하게 된다면 "지금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이젠 더 이상 그 시간이 아프거나 고통스럽지 않아요. 이제야 제대로, 비로소 그대를 그리워할 수 있게 되었나 봅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각 꼭지마다 짧은 글이 있는데 그에 대한 마음의 개념이 정리되어 있다. 처음엔 그냥 맞는 말이네 라거나 신선하네 라는 느낌이었는데 글을 조금씩 읽어가다가 문득 '놀라다'에 마음이 꽂혔다. "존재의 거울"에 대한 단상은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으니 그 모두가 나의 모습이었고, 나와 닮은 사람의 모습에서 보이는 내 싫은 모습도 자꾸만 눈에 거슬린다. "나 같이 괜찮은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 발 떨어져서 보니 괜찮지 않음을 넘어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부분이 꽤 많다는 걸 알았을 때의 기분'이 바로 '놀라다'인 것이다. 사실 나도 그 순간, 놀랐다...

 

"좋든 싫든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일을 체험하며 점차 나에게 딱 맞는 삶의 자세와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겪다"의 개념이다. '비록 후회가 남을지라도... 인생이라는 질문에 정답을 없으니까"(281)라는 말처럼 나의 삶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 좀 더 나의 삶에 대해 진중해진다. 나의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더 깊이 느끼게 된다면 나의 마음도 자라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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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상처 입은 용
윤이상.루이제 린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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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티비를 보다가 윤이상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작곡가로서 윤이상 선생의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음악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얼핏 지나가는 말을 들은 기억뿐인데, 그 말을 들었을 때 역시 세계적인 음악가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난해하고 어려울지라도 어느 순간 그 음악에 감동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사실 지금도 나는 윤이상 선생의 <광주여, 영원히!>를 찾아서 듣고 있는 중인데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두어번은 들어봤던 이것 말고 오페라 심청을 찾아 듣고 싶었는데 찾을수가 없었다.

 

윤이상 선생의 음악세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그의 삶과 음악에 대해 알고 싶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동백림 사건으로 잡혀왔다가 풀려났고 세계적인 음악가이지만 이데올로기에 갇혀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그의 음악을 인정하지 않고 그토록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어했지만 끝내 고향땅 통영을 다시 보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것 정도이다.

책을 읽으며 루이제 린저와의 대담을 통해 그의 삶과 음악세계에 대해 조금은 더 많이 알게 되었지만 사실 앞부분부터 집중되는 그의 음악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종북좌파, 빨갱이라고 인식되어 있지만 그는 정치적인 인물도 아니고 오히려 "예술과 정치가 분리되어 있다"(290)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그저 음악가이고 그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며, 음악가에게 정치란 직접적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내 예술적 양심에 따라서 의식의 순수성과 광대한 차원을 향한 고도의 요구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위기가 닥치면 예술가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인간이므로 만인을 위해 무슨 일인가를 해야만 하고, 따라서 정치에 도움이 되기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단기간의 임무일 수밖에 없습니다"(290)

그래서 그는 일제시대하에 자신의 소신과는 달리 무장혁명을 생각하기도 했고, 전후에는 집없이 떠도는 아이들을 위해 공동체를 만들고 고아원 시설을 운영하려고 하기도 했다. 고난의 시대를 겪은만큼 그의 삶 역시 고난과 역경을 겪어야했고 자신의 음악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유학생활을 견뎌내기도 했다.

책의 제목이 '윤이상, 상처입은 용'이라고 되어 있는 것은 삶의 여정이 그래서일까 생각했는데 물론 그런 의미도 있겠지만 그의 태몽과도 연결되어 지은 제목인 듯 하다. 용이 승천하는 꿈은 대단한 인물이 나올 것을 기대하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그 용은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내 나라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도 자유로운 인간으로 말이죠. 게다가 나를 감금하고 고문하고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실제 우리나라 민중들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민중 자신도 군사독재 정권 아래서 갇혀 있는 것입니다. 설령 내가 독일 시민이 되었다고 해도 나 역시 한국 민중이며 한국 민중을 사랑해왔고, 사랑하고 있습니다"(282)

특별한 인연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내가 태어나기 수십년 전 같은 날 태어났고 올해로 탄생 백주년을 맞이한 윤이상 선생은 여전히 이데올로기에 갇혀 예술가로서의 그를 보지 못하게 하고 막으려는 세력이 있다. 그의 마음은 한국 민중이며 한국 민중을 사랑했는데 말이다. 한국을 사랑한 진짜 한국인, 세계적으로 그 음악성을 인정받은 천재적 예술인으로서의 윤이상 선생에 대한 존경과 평가는 이미 늦었지만 이제 뒤늦게나마 제대로 인정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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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강적들 - 나도 너만큼 알아
톰 니콜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오르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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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어갈 즈음 왜 책의 제목이 '전문가와 강적들'일까,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읽어보려고 한 이유는 요즘 난무하는 가짜 뉴스의 홍수속에서 가짜와 진짜를 어떻게 구분하고 진실에 다가설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책의 내용을 읽어보니 일반적인 현상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데 딱히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는 없다고 느꼈다. 저자가 외국인이라 외국에서의 실제 예들은 많은데 광고 문구에 나온 것처럼 탈원전 살충제 달걀, 생리대 파동, 백신 논란등의 정보 홍수 시대의 혼란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방향은 없어보였다. 그래서 슬그머니 실망스러운 마음이었는데 막상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정리하려고 보니 어쩌면 내가 너무 쉽게 정답만을 찾으려고 했기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책에서 찾고 싶었던 것은 '사실에 근거한 진실'을 가짜와 거짓의 홍수속에서 구별해낼 수 있는 것이었는데 실상 그것을 딱 끄집어내어 정답만을 알려줄 수 있는 것이었나, 생각해보면 내가 터무니없는 기대감으로 혼자 실망한 것은 아니었을까.

 

솔직히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새로운 것을 느낄수는 없었다. 예전에 소비에트 연합이 있었을 당시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미국 학생들의 대다수가 소련의 위치가 어디인지 모르고 막연히 캐나다를 소련으로 알고 있다는 얘기에 어이없어 했었는데 이 책에도 그와 비슷하게 1943년 대학 신입생들의 상당수가 링컨을 미국 최초의 대통령으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노예를 허약하게 만든 - emaciated, 해방시켰다는 뜻의 emancipated와 혼동하여 - 사람으로 알고 있다는 글에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잘못알고 있는 것도 자기도취적 나르시시즘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진리라는 착각에 빠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 전문가의 말을 믿지도 못하고 무조건 자신이 옳다고만 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요즘은 특히 유명 인기 연예인의 말은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문제이다. 사실 책에서도 언급한 달걀에 대한 이야기는 나 역시 부끄럽게도 달걀을 먹으면 살찐다는 속설을 들어 한동안 먹는 것을 꺼려하기도 했었다.

얼마전 쉬는 날 티비에서 갱년기에 대한 특집방송을 하고 있는데, 내가 듣기에 호르몬제를 맞으면 암발생율이 높아지고 강제적인 호르몬 조절을 하면 더 안좋아질 수 있다고 알고 있는 것고는 달리 - 아니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암에 걸릴 확율이 무조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에 똑같은 사실을 이야기하면서도 어떤 관점에서 그 사실을 전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도 그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만 전문가의 말에 대한 신뢰를 할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동감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에 무조건 따라가기만 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접하는 언론 매체를 살펴보면 자신과 같은 논조를 가진 매체를 선호하고 지적 비판 능력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 역시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때 '사실에 근거한 진실'이 무엇인지 구별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기꺼이 배우려고만 한다면 대부분의 무지는 극복될 수 있다'(401)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민주주의 사회와 국가의 주인이 아니라 하인임을 인식해야 하며 일반 국민들 역시 스스로 주인이 되려면 나라를 운영하는 일에 계속해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406)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의 견해로 무조건 자기 주장만이 옳다고 할 수 없으며, 전문가의 견해에 무조건 받아들이고 아무런 비판이나 검증없이  그 말이 진리라고 받아들이기만 해서도 안될 것이다.

책을 읽고 진짜를 어떻게 구별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의 해결은 안되었지만 어떻게 '사실에 근거한 진실'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은 잡을 수 있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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