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시집을 살 예정은 아니었으나.

제목이 마음 한구석을 찌르고 있는 어느 날, 이 시집을 사야겠구나 싶은 생각에 다른 책들을 제끼고 덜컥 구입을 했다. 그리고.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시편들을 낯섦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은 공간이 아니었다면 책을 펼쳐들고 참았던 눈물이 또 베개를 적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띄엄띄엄 글자들을 읽었다. 꿈은... 무엇일까.

 

아플 때, 가끔 아픔이 오는 곳을 생각한다. 바닥을 구르던 가시덤불이 어느 웅덩이에 처박히듯이, 고통은 어디로부터 날아와 내 몸속에 뛰어드는 것일까 아니면 , 폐가의 전선들처럼 치렁치렁 늘어진 고통의 핏줄을 찾아 누가 두꺼비집을 올리는 것일까? 고통에 대한 이야기라면 들을 만큼 들었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다. 그러나 고통은 아는 것이 아니라 현전하는 감각이기에, 영원히 젋다. 고통은 몸으로부터 분리되고자 하는 마음의 열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그 끝에 죽음이라는 거울을 맑게 세워놓음으로써 삶 건너편을 사유하게 만든다. 다시말해 '고통'은 개체(나)가 개체 바깥으로 열어놓은 통로이자 그 바깥과의 대화일지도 모른다. 세계는 이미 '나'로 가득차 있어서 고통으로밖에 연결되지 않으며 고통을 통해서만 확인되는 '나 아닌 것'에 대한 감각을, 우리는 시로 쓴다.

 

인생의 고통은 늘 은유적으로 이야기되어 왔지만, 고통을 은유적으로 생각하거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고통은 인간의 삶 속에 있지만 인간적이지 않은 것이며, 오히려 인간적인 삶을 가능케 하는 비인간적인 지렛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이 인간의 것임을 자각하는 일은 이 가혹한 삶의 굴레에서는 쉽지 않기에 우리는 그 자각에 필요한 재료로써 시를 사용해왔는지도 모른다.

 

신용목, 발문. 시작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스물다섯 번의 행운과 스물일곱 살의 불행. 행운이었을까?

 불행이긴 할까.

 신체를 잘라내고 타낸 보험금.

 천만다행을 믿어?

 날개도 다리도 믿지 않아, 시간을 공평하게 자르지 못하는 것처럼, 삐뚤빼뚤하게 잘린 신체 절단 마술처럼, 어느순간부터 실험이고 시험인지. 칭찬과 비난과.

 비가 오고 개는 순간이 나뉘고 있어. 표구사가 입술을 찢으며 웃을 때, 박수가 태어나네. 변태해 날아가는 비둘기? 종과 종 사이. 몸이 잘리는 기쁨과 멀쩡히 살아날 거라는 실망 사이.

 잘리기 전과 후, 다시는 같아질 수 없어.

 매초 다른 사람으로 분리되고 있잔항. 괜찮아?

 괜찮아.

 강렬한 긍정 ㅇ속에서 다시

 태어나. 언니의 냉담에 동참하며. 엄마의 믿음에 부응하며. 돌이킬 수 없는 세례의 끝. 미개한 신앙인 타고난 모으로

 입술을 찌으며 웃을 수 있어.

 

권민경, 플라나리아 순간, 일부.

 

 

종양의 맛, 을 읽는 순간 처녀의 몸으로 잉태라는 걸 모르고 뱃속에 커다란 종양을 키워내고 있었음을 새삼 떠올렸고 그 모든 것이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지만. 채 1년이 지나기도 전에 다시 배를 가르며 내 몸속의 장기를 잘라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서도 그중 다행인것은 실손보험도 없는 상태에서 중증환자로 수술을 하면 수술비는 적게 들겠다는 안도감. 이런것이 천만다행인건가?

그래서 권민경의 시를 꾹꾹 누르며 읽어내려갔다. 비행기를 타려고 할때마다 가방도 내려놓으세요,라는 말에 의료기기를 담은거예요,라고 말하지만 굳이 다가와서 손으로 훑고 뭐냐고 물으면 당당하게 주머니 풀고 소변줄을 보여준다. 이제 그 기능을 상실한 신장을 떼어내면 한밤중에 갑자기 온몸에 촉수처럼 관을 꽂은 외계 생물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도 사라지게 될까. 과연 이런 것이 천만다행일까?

 

그래도 살아가고 있어, 라는 건 날아오르는 꿈을 가진 희망인걸까.

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 넥스트. The Dre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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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 내 인생의 X값을 찾아줄 감동의 수학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3
최영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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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처음 배웠을 때 무척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초등학생 때 나눗셈을 배우면서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0을 숫자로 인식하고 답을 맞췄었는데 그때 나눗셈을 처음 배우던 시간에 아무도 정답을 이야기하지 못해 혼자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칙연산의 계산식이 아니라 개념을 이야기하고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배우던 중학생까지는 수학은 무척 재미있는 학문이었는데 언제부터 수학이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 되었을까.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은 서가명강 시리즈의 하나로 수학교육과 교수님의 수학강의를 글로 담은 책이다. 수학을 잘 알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무척 재미있고 또 수학의 개념과 정의 그 풀이과정과 수학자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인생도 담아내고 삶의 지향을 배워갈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점과 선의 정의에서 시작하던 학창시절 수업시간이 떠올랐는데 무에서 유의 창조, 수많은 점의 집합이 선을 이루며 현재를 이야기하고 도형을 이루듯이 우리의 현재의 점이 만들어내는 삶은 어떤 도형을 이뤄내게 될까 생각해보게 된다. 첫장부터 수학을 배우던 그 즐거움을 떠올리게 하더니 읽어나갈수록 수학을 통해 삶의 사유를 하게 되고 수학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삶의 아름다움도 깨닫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3부 사유의 시선이 높아지는 순간-수학으로 풀어내는 세상을 읽을때는 수학적 패러다임에 은근슬쩍 이해하지 않고 술렁술렁 넘기기도 했지만 조금씩 되풀이되는 유클리드의 원론은 다시한번 그 '원론'의 개념과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간혹 원론적인 이야기만 한다며 비난을 받기도 하고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사실 원론이 없는 개념의 이해와 확장은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아, 이야기가 추상적으로 흐르기 전에 다시 책의 이야기로 돌아가야겠다. 수학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정확하고 명확성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정말 99.9999.....의 개념이 아니라 100%의 확실성을 이야기해야하는 것이니까.

 

완벽한 아름다움, 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수학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씩 들기 시작한다. 개념을 정리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수학적 패러다임으로 계산해내고 패턴의 비밀을 밝혀내는 어려운 것은 모르겠지만말이다. 세계를 바라보는 세계관은 철학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 역시 수학자의 강의를 통해 다시 듣고 있으려니 감동이다.

"산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세계관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삶의 방법과 내용도 달라진다. 삶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에 종종 서로 다른 패러다임을 혼용함으로써 모순에 빠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그렇지만 그런 자기모순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기모순을 발견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그 자리에 멈추어 있지 않는다. 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점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인생을 해석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은 더욱 성숙해지고 발전한다"(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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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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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흔히 그의 다작을 읽으며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기도 하고 뛰어난 작품이라기보다는 평작이 많으며 심지어 누군가는 미스터리 작가로서는 형편없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 나름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위한 변명을 해 보자면 그의 모든 작품을 장르소설로만 읽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실 나는 그의 미스터리 작품을 읽으면서도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보다 그 범행에 더 관심을 갖는다. 말이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범행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그 방식에 대해서가 아니라 '왜' 그런 범행이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관심을 갖는다는 말이다. 오래전에 읽고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방황하는 칼날' 역시 최근 몇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처럼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우리 사회의 범죄와 그에 파생되는 사회문제 혹은 사회문제와 그에 따라 파생되는 범죄에 대한 생각을 더 깊이있게 해보는 계기가 되어준다.

 

데뷔 30주년을 기념한다는 인어가 잠든 집, 역시 엄밀히 말하자면 장르소설로서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문제를 더 깊이 파고들면서 독자로 하여금 삶과 죽음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하고 있다.

서로에 대해 소원해진 가즈마사와 가오루코 부부는 별거를 하며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딸 미즈호가 수영장에 빠져 의식불명이 된다. 잠시 호흡이 멈췄던 미즈호는 병원에서 뇌사 진단을 받고 장기기증을 위한 뇌사판정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런데 그 순간 미즈호의 움직임을 감지한 부부는 장기기증 의사를 번복하며 미즈호의 치료를 결심하게 된다. 그러면서 첨단과학기술을 개발하는 가즈마사는 회사에서 개발중인 기계장치를 미즈호를 위해 사용한다. 그렇게 되면서 미즈호는 인위적인 생명연장을 하게 되고 결국 가오루코는 기계장치에 의해 움직이는 미즈호를 집으로 데려가 간호하게 되는데...

 

단순히 줄거리만을 이야기하면 결국 뇌사와 장기기증에 관한 이야기인가 싶어지지만 이야기전개를 읽어가다보면 좀 더 깊이있는 '죽음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굵은 줄거리에 더해지는 곁가지들이 그 많은 생각들의 단편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여러개의 생각의 가지를 펼쳐나가게 되기도 하는데 여기서 딱 끄집어 내어 뭔가 하나를 말하기는 쉽지가 않다. 결론은 각자의 몫이며 나 역시 그 의미와 상징에 대해 결론을 내려보려고 하지만 또한 그 역시 쉽지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단지 '죽음'에 대한 생각만이 아니라 그 정의에 대해 나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10년 전 돌아가시면서 쓸 수 있는 모든 장기를 기증하시고 의학연구를 위해 육신까지 모두 기증하고 떠나신 김수환 추기경님이 떠오르는데, 신앙인으로서의 부활을 믿는것과는 별개로 많은 이들이 그분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분은 죽음의 상태가 아니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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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매드 시리즈
클로이 에스포지토 지음, 공보경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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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니의 인생을 훔치는 데 걸린 시간 3분 30초!

아, 이런 광고문구에 속으면 안되는거였다. 쌍둥이 자매의 뒤바뀐 운명과 그에 얽힌 미스터리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책을 읽지 않고 영화로 봤다면 조금 더 재미있었을까? 작가가 후기에 부모님께 감사의 말을 남기며 3부작을 다 읽지는 말고 영화로 보시라며 야한 장면이 나올때는 눈을 감으라고 했는데 왠지 내가 그녀의 부모가 된 느낌이다. 나는 책을 읽었으니 영화를 패쓰하면 되려나?

 

일란성 쌍둥이지만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앨비나와 엘리자베스가 있다. 이야기는 앨비나의 관점에서 이어져가는데 앨비나는 평소 연락이 없던 언니 베스의 초대를 받는다. 평소였다면 무시하고 말았겠지만 앨비나는 직장에서도 짤리고 셰어하우스에서도 당장 쫒겨날 신세가 되었고 그런 그녀에게 마침 베스가 런던에서 시칠리아로 향하는 비즈니스 항공권을 보낸다. 그렇게 해서 앨비나는 베스의 집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과 옷을 바꿔입어 잠시동안 각각 다른 사람으로 바꿔지내자는 베스의 제안을 받게 된다. 앨비나는 아무런 이유도 모른체 그렇게 옷을 바꿔입고 쌍둥이 언니인 베스의 행세를 하게 되는데....

 

절반 이상을 읽어나가도 도무지 왜? 라는 물음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만큼 이야기의 전개과정은 온통 의문투성이였고 하나의 의문이 풀리면 또 하나의 질문이 생겨나고 있었다.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야기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 책은 그에 걸맞는 책일지도 모르겠는데 중간중간 쓸데없이 지나치게 묘사되고 있는 성행위에 대한 글은 좀 읽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3부작의 도입부처럼 느껴지는 이 이야기는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알수가 없어 뭔가 좀 찜찜한 느낌이다. 이건 소설이라는 느낌보다는 영화의 시나리오 같은 느낌이 더 강한데 특히 이 책의 마지막은 더 강력한 다음 이야기를 예고하는 듯 해서 앞으로의 앨비나의 여정을 기대하게 된다. 오락적인 요소가 강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겠지만 사실 나는 아직 전체 이야기의 3분의1을 읽고 이 책을 평하는 것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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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소리만 들으면서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이범선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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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제목을 봤을때는 도무지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이 책의 저자가 바로 그 보노보노의 작가 이가라시 미키오라는 것을 알게 되어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오래전 정말 심심하게 앉아있다가 티비에서 나오는 보노보노를 보면서 조금씩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 느낌대로라면 그런 보노보노를 탄생시킨 작가는 분명 일상의 에세이도 뭔가 다를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노보노에 대한 기억 때문일까, 굉장히 사색적인 것을 기대해서 그런지 짤막한 글들을 읽으며 과한 감탄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일상의 상념과는 다른다고 해도 역시 이 책의 글들은 나름대로 작가의 생각들이 과장되지 않게 숨김없이 소박히 펼쳐지는 느낌이 남는다. 

 

'불꽃 소리만 들으면서'라는 제목은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있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데다가 약간 귀가 멀어 잘 안들리는 것도 가세를 해 더더욱 친구들과의 만남이나 동창회 같은 모임에 잘 나서지 않는 작가가 축제에 어울리며 불꽃을 쏘아 올리는 것보다는 어느 한켠에서 불꽃 소리만 들으며 자신만의 축제를 즐기는 그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서 그런지 간혹 자신의 작품에 대한 홍보로 시작한다며 지나치게 노골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출판사의 책이라 양심상 과한 홍보를 하지 못하겠다는 모습도 보여서 작가의 성품 자체가 거짓없이 소탈한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본다. 직설적인 화법보다는 은유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표현하고 있는데 '산다는 각오'라고 하면 언제나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주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는 것을 보면 한번 더 곱씹어보게 된다. 삶에 있어서 책임져야 하는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써 내려가다가, 지하철에서 머리를 쾅쾅거리며 난동을 부리듯이 하는 아들 앞에서 감정의 동요없이 아들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다가 모자를 씌워주는 어머니...의 모습과 산다는 각오가 뭔 연관인가? 하다가 문득, 일본에서는 주위에 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와 청년의 어디쯤에 있는 몸집이 큰 남자라는 표현이 정신지체를 가진 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아마도 그런 아들을 책임지며 살아야하는 어머니의 각오, 산다는 것의 각오는 그런 것이 아닐까 라는 작가의 에둘러가는 표현이었을지도.

이 책은 그렇게 천천히 읽어가야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어딘가 어눌하고 느릿느릿한 보노보노지만 항상 현명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이 이야기 역시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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