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관 내전 - 검찰수사관의 “13년 만에 쓰는 편지”
김태욱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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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관이라는 존재에 대해 언제부터 인식하게 되었을까? 몇년전 티비 드라마를 통해 변호사 사무실에서 변호사를 도와 사건의 증거를 수집하거나 증인을 찾아내는 일을 하던 인물이 있었는데 변호사를 검사로만 바꾼다면 그가 바로 검찰수사관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래서 검찰수사관 내전이라고 했을 때 온갖 사건에 대한 사연이 담겨있는 책일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예상은 좀 많이 빗나갔지만 그래도 나름 검찰수사관 내전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13년전 세상을 떠난 선배 검찰수사관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을 빌어 검찰수사관으로서 살아가는 저자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책에는 검찰수사관으로서 검찰청 내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직장인으로서, 가장으로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유머를 곁들여 쓰고 있다. 사실 좀 뜬금없는 유머가 담겨 있어서 맥락없어보이는 점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에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과히 나쁘지는 않지만 기대했던 이야기들, 그러니까 검찰청에서 일하는 검찰수사관으로서 사건의 배후를 캐고 증거를 수집하고 때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과한 것들을 기대한 것 같다. 물론 그런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사건의 사연,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사연에 얽힌 이야기와 우리의 삶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는 것이다.

가장 안타깝다고 느껴지는 건 아쉬우면 니가 검사해라,라는 말. 저자 역시 법조인 공부를 하다가 수사관이 되었다고 하는데 아무리 우리가 직업에 귀천이 없고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정답을 찾기보다는 1등이 맞는 답이라고 했다며 1등의 말을 무작정 믿는 것처럼 우리도 은연중에 그런 엘리트주의에 빠져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고.

 

검찰청의 검찰수사관으로서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다 똑같은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구나, 싶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나를 둘러싼 세계와는 조금 다르구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진중하면서 때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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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데, 피곤해 죽겠는데 잠이 오지않는다. 오늘 병원에 가면 1년 후 보겠습니다, 라는 말을 기대했는데 다음 주 다른 과로 검진을 가야한다. 시티검사로 폐에 뭔가 보인다는데. 그 뭔가가 암일수있냐고하니 대답을 망설이지는 않는다. 그런 소견이 있으니 호흡기내과 예약을 최대한 빨리 잡아주겠다고. 그래서 다음 주 다시 병원. 수술 후 주어진 삶을 덤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잘 살아보겠다고 했지만 생활은 여전했고. 항상 죽음을 기억하겠다고 했지만 또 막상 이렇게 되니 속이 편치않다. 당장 내일의 죽음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더 가까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모는걸 멈춰버리게한다. 내일 또 아무것도 아닌듯 출근하고. 일주일 뒤, 또 일주일 뒤는 어찌될지 모르는일이지만. 두렵지않은것도 아니고. 병이 나를 비껴간다는 생각도 할 수 없고. 사는게 왜 이리 바보같은가. 최선을 다 하지 않아도 되지만 최선을 다하고싶다,는것은 생각뿐이고. 아무것도 할수가없다.
심란한 마음으로 누워있느니 건강을 위해 청소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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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7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17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17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17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너온 사람들 - 전쟁의 바다를 건너온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홍지흔 지음 / 책상통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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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온 사람들,이라는 책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그 유명한 흥남부두의 철수에 함께 했던 것은 아니다. 어머니는 제철소로 유명한 황해도이 겸이포가 고향이라 하셨고 가족이 남쪽으로 내려온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건너온 사람들,을 읽고난 후 슬쩍 어머니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여쭤봤는데 어렸을 때라 모든 정황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구술하시는 내용을 정리하고 역사적인 기록과 맞물린다면 책 한 권 이상의 이야기가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쟁의 시대를 지나 온 모두가 다 그렇지 않을까 싶어진다. "전쟁의 바다를 건너온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 역시 기본적으로는 저자 가족의 이야기이다. 가족의 이야기가 곧 역사의 한 장면이 되는 것이고 전쟁의 힘든 시기를 보내는 가족의 고난사이기도 하지만 저자는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런 유머로 인해 이 책의 내용이 과거의 고난의 역사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희망적인 미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있는 듯 해 따뜻함이 느껴진다. 이런 느낌은 내용에서도 느껴지지만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책의 내용은 그 유명한 함흥 철수 작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남쪽으로 피란을 오기 위해 삶의 터전이었던 집을 버리고 - 배가 뜰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아침밥을 다 먹지도 못하고 짐을 싸들고 떠나야했던 대가족의 모습과 그들이 식사를 채 끝내지못한 식탁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 밥상에 놓여있던 숟가락을 다 걷어들고 길을 떠나는데 그 숟가락이 이산가족이 될뻔한 가족을 만나게 해 주는 에피소드는 작가 후기를 보니 극적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상황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잔잔하게 스며들듯 퍼지는 먹그림이 고통과 슬픔의 실체를 감춰버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가끔은 그렇게 전쟁의 아픔속에서도 웃음이 있고 사랑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해 주는 이야기를 먹그림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더 좋은 느낌으로 남는다.

이제 잠시 시간을 두고 어머니의 구술을 기록해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할머니와 삼촌들이 이미 세상을 떠나버리고 어머니는 어렸을 때의 일이라 명확한 이야기들을 기록해둘수는 없겠지만 어머니의 구술은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의 진실이 무엇일까 성찰해보게 하기 위한 것일테니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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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디서 읽었더라.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 죽기 한 시간 전 이렇게 말했던가 생각했던가 했지. 만일 절벽 높은 곳, 두 발로 간신히 설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 공간에서, 더구나 사방이 낭떠러지와 대양, 영원한 어둠, 영원한 고독, 영원한 폭풍으로 둘러싸인 그런 곳에서 살아야 한대도, 1아르신의 공간에 서서 평생을, 천년을, 영원을 살도록 내버려진대도, 그렇게 사는 게 지금 죽는 것보다 낫다고! 살 수만 있다면, 살 수만, 살 수만 있다면 말이지! 어떻게 살건, 단지 살 수만 있다면 말이야!....." 이게 진실이지! 세상에, 이만한 진실이 또 어디 있나! 인간은 비열하다!
또 그렇다고 해서 인간을 비열한이라 부르는 사람도 비열해.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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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하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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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워 본 적은 없지만 고양이에 대한 관심은 많다. 사실 어렸을 때는 무서움이 더 컸지만 지금은 내가 섣불리 다가서려하지 않거나 해하려는 마음이 없음을 보여주며 고양이 역시 경계심을 풀고 크게 괘념치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한걸음 멀찍이서 고양이를 지켜보기만 한다. 고양이들이 친숙해진 것은 사진 에세이를 통해서인데 그렇게 고양이들의 귀여움에 반하게 되면서 무서움은 조금씩 사라졌다. 언젠가 한번은 골목길에서 서로 지나치던 고양이들이 마주보고 코를 비비는 것을 보고 내가 지금 뭘 본거지? 하고 있었는데 친구 고양이들이 마주치면 그런 행동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무척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고양이들의 인사 모습을 본 이후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 고양이가 되었고 여건상 키울 수는 없어서 책을 통해서 고양이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도리스 레싱의 고양이 에세이는 지금까지 읽었던 이야기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수십년을 고양이와 함께 생활했으니 당연히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겠지만 그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뿐만 아니라 고양이의 생애,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집고양이들의 생애와 인간들과의 관계에 대해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풀어놓는 이야기가 절로 감탄하게 만든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은 물론 고양이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문학적인 에세이로서 추천하고 싶어지는 글이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는데 습관처럼 뭔가 자꾸 늘어지는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은 망설임때문에 선뜻 끝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고양이의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를 살처분해야했던 경험이라거나 아픈 고양이를 조금 늦게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심각한 상태가 되어버려 고양이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음식을 거부하는 이야기들은 충격적이면서도 마음아픈 이야기들이었다. 물론 임시로 데려 온 고양이에게 집사를 빼앗길까봐 질투하면서 도리스 레싱 앞에서는 기침을 하고 제대로 움직일 수 없던 녀석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안에 들어가 망원경을 들고 관찰하니 너무도 멀쩡히 마당을 누비려 산책하고 있더라는 부분에서는 이 약삭빠른 고양이 녀석 같으니라고! 하게 된다.

아주 자잘한 부분에서도 고양이의 습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고양이에 대해 알고 있다면 흐믓하게 확인할 수 있고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른다면 신기하게 이 에세이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도리스 레싱도 고양이가 다른 녀석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갈 때 고양이 입장에서는 고양이 녀석의 방이라고 표현을 하며 고양이의 특성과 습관들에 대해 슬쩍슬쩍 풀어놓는데 그런 내용들이 설명이 아니라 문학적 표현으로 하고 있어서, 글을 읽는 재미가 더 크다.

 

이상적이고 환상적인 아름다운 이야기뿐만 아니라 냉혹한 현실의 이야기도 담겨있고, 책임을 진다는 것의 의미와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는 도리스 레싱의 고양이에 대하여는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당연히, 고양이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특히 더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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