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은 기억으로 경험으로 남지만 내 의지로 바꿀 수는없기에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내일은 오늘 자고 나면 생기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단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오늘의 행동에 따라 무한하게 바뀔 수 있고, 극단적으로 없을 수도 있다. 결코 무심하게 다가오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좀 격한 비교일지는 몰라도, 어제 운명을 달리한 사람에게는 세상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 오늘이라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알고 있다. 공기가 늘 있을 거란 생각에 호흡하고 있음을 잊고 사는 것처럼.
그럼 오늘은 어떻게 살 것인가. 물론 열심히 보내야 하는 것도 맞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반드시 본인의 의지가 개입되어야 한다. 싫든 좋든 그 하루 동안에도 수많은 선택을 하는데, 본인 생각과 같은 선택도, 어쩔 수 없는 다른선택도 해야 한다. 하지만 결국 결정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 좀더 자신다운 모습으로 사는 경우가 많기를 바란다. 행복하고 싶다. 오늘의 할 일을 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내일로 미루지 않기를 원한다.
세상 한가운데서 나는 밀가루와 물을 섞고 그 반죽에 내 체온을 더한다. 그렇게 고스란히 빵 하나를 만든다. 나는 원하는 빵을 만들고 있고, 바쁘고 고단하지만 몸에서 빵냄새를 풍기며 가게 - P250

를 나온다. "수고했고, 멋지다" 라고 오늘도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따뜻한 마음으로, 혹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어야 할 때 차갑지않게 잡아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잘 살고 있다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해본다. "저는 아직 버틸 만하고, 나름 행복하니 저까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열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저녁하늘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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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하지만 복잡해보지 않았다면 어떻게 적요의 깊은 맛을 알까. 그 가을, 갈증 때문에 석류가깨어졌듯이 말이다

젊음을 다 보내버릴 때까지도 나는 네 귀가 꼭 들어맞는 도형처럼 살았다. 그러기에 젊음은 내게 아무런 거름도 남기지 않았다. 내
- P389

가 성긴 투망으로 인생이라는 푸른 물을 건져올리려고 밤새워 헛손질을 하던 가혹한 기억은 더이상 젊지도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 외로움이 소설을 쓰게 했을까.
낡은 흰 벽에 등을 기대고 밤늦도록 텔레비전 화면 속의 ‘드라마게임‘을 보면서 세상 모든 남자들의 귀향을 기다리던 시절도 있었다. 베란다로 비쳐드는 달빛 아래에서 발톱을 깎으며. 그 시절 나는 누군가에게 뺨을 맞고 종일 맛있는 반찬을 만들면서 경쾌한 허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다. 내가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힘이 나. 그 안간힘이 소설을 쓰게 했을까.
세상이 내게 훨씬 단순하고 그리고 너그러웠다면 나는 소설을 쓰지 않았을 것이고, 아마 인생에 대해서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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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가고 있나.. 싶더니. 다시 덥다. 아니 더 더운 것 같다. 에어컨 바람은 춥고, 선풍기 바람은 덥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들이다. 그래도 무더위에 지쳐 넋놓고 있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드는 걸 보면 이제 여름이 가고 있기는 한가보다.

집에서 쉬는 동안 최대한 많은 책을 읽어야지, 했지만 더위에 지쳐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다. 적어도 책탑 세개정도는 허물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겨우 하나를 허물까말까. 방출한 책이 책탑 두어개는 되는 것 같지만 새로 들어온 책들이 또 그만큼이니 이제 더하기 빼기는 큰 의미가 없고.  그래도 열심히 읽고 내쳐야겠다.

책 기부하라고 하셔서 열심히 사무실 창고에 쌓아뒀는데 몇달이 지나도록 그상태 그대로여서 계속 갖고 가야하나.. 싶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책의 반이 사라졌다. 두어박스 정도 되는 분량인데... 장르불문,이라고 해서 만화책도 갖다놨었는데 그것도 가져간 걸 보면 그냥 방출할 수 있는 책들은 모두 갖다둬야겠다. 열심히 읽고 열심히 갖고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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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4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4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4 19: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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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후, 인생의 멋을 결정하는 습관들 - 온전히 나답게 사는 행복을 찾다
이시하라 사치코 지음, 신은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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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후, 인생의 멋을 결정하는 습관들...이라는 제목은 솔직히 크게 끌리는 제목은 아니다. 그런데 패션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인 저자의 이력을 보고 있으려니 뭔가 사소하고 소소하지만 나만의 멋을 찾아내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게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왠지 너무 잘 갖춰진듯한 인테리어를 보면 괜히 나와는 상관없어 보여 괜한 자괴감이 생기는데 그렇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느낌이랄까, 뭐 그런.

 

역시 저자 이시하라 사치코는 소소한 자신의 일상과 그 일상을 특별하게 해 주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고, 타인의 시선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면서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일상의 이야기를 적은 글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생각을 말랑말랑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꽃을 꽃병에 꽂지않고 컵에다 꽂는 것이 왜 이상한 것이고 생각을 유연하게 하는 것인지 좀 당황스러움으로 프롤로그를 읽었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일본인들은 메뉴얼대로 움직이는 것만 안다고 들었었는데, 실제로 여행갔을 때 햄버거를 주문하고 받으면서 케첩을 하나 더 달라고 했더니 알바생이 멈칫하면서 뒤쪽의 매니저에게 문의하고서야 하나를 더 내어주는 것을 보고 정말 메뉴얼대로 생활하나보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떤 면에서는 일관되고 정직함일 수 있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답답하고 융통성없는 고지식함일 것이다. 그런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컵에 꽃을 꽂는것을 이상하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책의 첫머리부터 좀 당황스러웠지만.

 

글의 하나하나를 따져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흐름대로, 사치코씨가 말하듯이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되고 어떤 즐거움을 주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이유일 것 같다.

화장을 하지 않고 염색도 하지 않고 굽이 없는 플랫슈즈만을 신고... 이 책이 이미 인생의 중반을 지난 시점에서 자기자신만의 멋을 찾는 습관에 대한 이야기임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실제로 반백이 넘는 시점에서 나는 어떤 삶을 지향하고 진정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번 고민하고 삶의 방향을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의식주와 관련된 자신만의 돋보이는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게도 도움이 되는 글들이다. 나의 스타일을 잡는것은 힘들겠지만 내 경제적 여건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나 자신만을 위한 선물을 고르는 것이라거나 때로는 골동품같은 멋진 식기에 음식을 플레이팅하는 것, 똑같은 식탁과 침구류지만 이색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천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것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가장 크게 와 닿는 이야기는 내가 생을 마감할 때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 내게는 정말 소중하고 값진 것들이지만 내가 죽고난 후 타인에게는 전혀 쓸모없는 것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진같은 경우 더욱 그럴 수 있을텐데, 추억할 수 있는 잘 나온 사진 몇장을 빼고 과감히 지워버릴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치코씨의 경우 사진을 정리하고, 집에 찾아오는 지인들이 자신의 집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바로 이야기해달라고 하는데, 나 역시 무조건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이제 조금씩 미니멀라이프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가볍게 글을 읽어서 좋았다,라는 생각뿐이었는데 다시 되짚어보니 이제 확실히 와 닿는 느낌이다. 50이후, 인생의 멋을 결정하는 습관들... 이제 정말 좋은 습관을 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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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도시에는 아름다운 다리가 있다 - 공학으로 읽고 예술로 보는 세계의 다리 건축 도감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에드워드 데니슨.이언 스튜어트 지음, 박지웅 옮김 / 보누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어렸을 때 동네 하천에 배고픈 다리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천으로 나뉜 이웃동네를 연결하기 위해 평소 마른천인 곳에 시멘트로 연결선을 만든 것 뿐인 다리인 것 같다. 그렇게 실용성만을 갖춘 다리를 보다가 바닷가에 짧게 놓여있기는 하지만 흔들거리는 구름다리를 보고, 더 시간이 지나서는 배고픈 다리의 고급버전인 잠수교를 보게 되고 2년전에는 유럽에서 아름답다고 알려진 카를교도 걸어보게 되었다.

몇백년전에 만들어진 카를교는 수많은 관광객이 건너다니면서 붕괴의 위험이 커졌다는 뉴스를 본것도 같은데, 지금은 과학적인 공법으로 다리를 건축하지만 그 옛날에 어떻게 보와 무게하중과 미적인 감각까지 갖추면서 긴 다리를 만들 수 있었을까...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잔뜩 기대를 하고 이 책을 펼쳐들었다. '공학으로 읽고 예술로 보는 세계의 다리 건축 도감'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내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고 덤으로 세계의 아름다운 다리를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름다운 다리는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솔직히 공학적인 건축 설계 도감과 설명은 이해하는 것이 쉽지도 않았고 재미도 없었다. 공학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만 확인을 했지만 그래도 베네치아의 코스티투치오네 다리로 인해 베네치아 교량 발전이 가속화되었다고 하는 설명이라거나 기술과 설계의 발전으로 더 다양하고 많은 다리가 건설되었다는 것들은 이동하중이나 교량 같은 것을 몰라도 그저 다리를 만드는 재질만 이해하면서 봐도 좋았다.

한강다리에 대해서도 특별히 생각해본적은 없는데 도시발달의 한 축으로 이해하는 것도 색달랐고, 보석상과 강변의 건축물의 조화로 명성이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베키오 다리를 다시 보는 것도 좋았고, 아주 오래전 사진배경으로만 인식했던 타워브리지가 새삼 건축물이 아닌 다리로서의 역할을 하며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좋았다.

 

스페인에 가본적이 없는데 언젠가 스페인에 가게 된다면 톨레도에도 꼭 가보고 싶었다. 그곳에 엘 그레코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이 있기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트라야누스황제의 명으로 만들어진 알칸타라 다리도 보고 싶어진다. 알칸타라 다리는 이천년이 넘었는데 트리야누스 황제가 영원히 남을 다리를 건설했다, 고 하는데 실제 현재까지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그 옛날에 석조로 다리를 만들어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워 톨레도에 가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건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조차도 석조아치교라고 하면 정말 세밀한 설계로 견고하게 만들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실제 이 다리의 유선형 교각은 하류와 달리 상류쪽이 강이 범람할 때 받는 물의 저항을 줄일 수 있도록 유선형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홍예석과 벽돌의 조화로 건설된 알칸타라 다리는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놀랍다.

알칸타라를 포함해 세상의 많은 아름다운 다리를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올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일이 되기를 기다려보며 지금은 그저 책장을 넘겨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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