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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알타이 걸어본다 6
배수아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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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가벼운 책을 거즘 일주일넘게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글을 갉아먹듯이 야금야금 읽어나갔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어쩐지 한꺼번에 다 읽어버리면 이 글들의 참 맛을 느끼지 못할것만 같아서 맛있고 좋은 걸 아끼듯 한꼭지, 두꼭지씩만 읽어나갔다. 그리고 아주 잠시동안이기는 하지만 나도 모르게 조금씩 알타이로 끌려가다가 끝내 알타이에 한발을 들여놓아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때쯤 그녀의 이야기는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여행기,일지도 모르지만 전혀 여행기처럼 읽히지 않는 이 이야기를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한꼭지씩 글을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너무 달라서, 작가가 "만약 내가 첫번째 여행을 마친 직후가 아니라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이 글을 썼다면, 아마도 그 내용과 느낌은 좀 달라졌으리라." 라고 말한 것처럼 나의 이 책에 대한 느낌 역시 글을 읽고 바로 썼다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아니,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가장 크게 울렸던 것은 두 개의 문장이었다.

 

"그리움만으로 너는 거의, 알타이에 있다"

 

" ...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이 우리들을 향해 오고 있구나. 우리는 오늘 저녁 그녀를 만나게 되겠구나. 그녀와 함께 양고기 죽을 먹고 밀크티를 마시게 되겠구나"

땔감으로 사용할 만한 나뭇가지를 주워서 손에 들고 어스름한 박명 속을 걸어오는 작가의 모습을 본 일행이 그리 생각했다고 한다. 글을 읽는 내내 여행자의 입장에서 알타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마치려고 할 때, 다른 누군가가 여행자의 모습이 아닌 생활자의 모습을 보았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알타이가 너무 가까워져버렸다. 그래서 나는 한순간, 나도 알타이에 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래, '그리움만으로 너는 거의, 알타이에 있다'((220)고 했으니.

그 느낌이 너무도 강렬해서 온통 그 생각에만 잠겨 알타이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했었는데, 이 간사한 기억력은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내 안에서 타오르던 알타이에 대한 열정을 다 지워버리고 그 황량하고 투박하고 차가운 바람의 기억만을 남겨버리고 말았다. 찬바람 부는 겨울만 되면 손이 부르터 버즘이 생기곤 하는데 그때의 그 불편함만이 떠오를 뿐이다.

하지만 얼마나 다행인가. 한번 보고 지나친 기억만으로 내 느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한번 읽어본 책을 다시 뒤적거리면서 내가 읽었던 글들을 되새김질할 수 있다는 것이. 그래서 다시 알타이에 대한 느낌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녀가 바라본 풍경, 그곳 유목민 가족들, 유르테, 눈빛이 강렬했다는 유목민 사내의 모습도. - 실상 사진을 통해 본 그 모습이 그녀의 설명만큼 강렬하지 않은 듯해 약간 어색했지만서도. 아무튼.

그녀의 경험을 나는 결코 해보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행기와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여행지인 알타이,에 차마 가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서만 그곳을 경험해보고 있는데 문득 그녀의 말이 다시 생각났다. "그리움만으로 너는 거의, 알타이에 있다"

나 역시... 그런것일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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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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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장마도 아닌데 장마처럼 줄창 비가 내린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이런 날은 부침개,라고도 하지만 만사 귀찮은 게으름뱅이인 내게는 집에서 라면으로 한끼니 떼우는 낭만이 딱이다. 아니, 이렇게 내뱉고 보니 뭔가 마음이 좀 미안해진다.

사실 어제 출근하는 길에 평소와 같거나 다른 풍경들을 찾아보면서 유난히 두리번거리게 되었는데, 동네 큰길가 건축현장을 들여다봤을 때 아침 끼니를 떼우고 있는 분들을 봤다. 건물의 뼈대만 세워져 있어서 이제 내부를 정리하고 점차 '집'의 형태를 갖추게 될 3층짜리 건축물의 1층 바닥, 공사자재가 쌓여있는 그 틈바구니의 바닥 한가운데 두분이 마주앉아 컵라면을 들고 계셨다. 아침 8시 30분에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먹는 컵라면.

나는 그에 대해 낭만이라고 이야기하면 안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 '라면을 끓이며'를 읽고 있으려니 자꾸만 나의 그 마음이 떠올라버린다. 그래서 책을 읽다말고 덮어버리고 그래도 읽어야겠기에 다시 꾸역꾸역 읽다가 덮어버리고.

아니,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나는 김훈작가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다. 이미 절판이 된지 오래어 헌책방을 누비며 책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방 책꽂이에 꽂혀있는 그의 책들을 바라보기만 했을 뿐 읽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그의 책들은 여전히 새 책처럼 간직되고 있는 헌책이 되어버렸을뿐이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집어 든 책이 안타깝게도 절판되었다가 고스란히 복간된 책도 아니고, 새로 씌여진 산문도 아닌 편집된 책이니 작가의 글쓰기에 대해 내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그가 말하는 '돈'의 이야기로 들어가서 나 역시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만 하는 일을 하고 있고, 더 많은 돈을 축적해보고자 서평을 써야한다는 의무하에 책을 공으로 받고  있을 뿐이고, 돈의 가치를 이야기하지만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위해 돈을 섬기고 있을뿐인 내가 '라면을 끓이며'를 읽다가 중간에 책을 덮고 작가가 이야기하는 맛있는 라면을 끓여먹을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쓸 수 없는 것들을 쓸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헛된 것들을 지껄였다. 간절해서 쓴 것들도 모두 시간에 쓸려서 바래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늘 말 밖에 있었다. 지극한 말은, 말의 굴레를 벗어난 곳에서 태어나는 것이리라"(작가의 말)

 

이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나는 이 책을 읽은 느낌을 조금 많이 뒤로 미뤄둬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작가의 다른 산문집, 그것이 안된다면 소설이라도 읽은 후에 다시 내 안에 남아있는 나의 느낌을 들여다봐야만 하겠다,라는 생각을 떨쳐버릴수가없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과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과 모든, 참혹한 결핍들을 모조리 사랑이라고 부른다.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230)라는 그의 글을 되새겨보게 될 때 나는 무엇을 사랑이라고 하게 될 것인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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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신문 <아베니레>의 기자 넬로 스카보는 아르헨티나 독재 정권 시절, 당시 예수회의 책임자였던 베르골료 신부는 무엇을 했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베르골료 신부에게 씌워진 혐의는, 정권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예수회 소속 신부 두 명이 체포되어 고문받은 사건을 방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르골료의 과거를 뒤지며 찾아낸 문서들과 증언들은 그가 정권과 어떤 결탁도 없었음을 보여 주었다. 아니, 그가 독재 정권하에서 박해받는 이들을 도운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브라이니님 덧글을 보고 찾아봤더니 이 책이 뜬다. 흠,,, 그렇지. 프란치스코 교종의 당선 이후 그런 얘기가 회자되기는 했었지. 젊은 시절 동료 사제들을 외면했다는 소문.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수많은 사람들을 살려내신 분이라니! 역시 교종은!

 

이번 시노드에 참가하셨던 강주교님께 '섬은 잘 있나요?'라고 인사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성직자, 수도자의 특권을 내려놓고 모든이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시고 있음에 감사할뿐이다. 아직 나는 그 발끝에도 닿지 못하고 있지만.

 

아침에 리스트를 보니, 그 거룩함과는 상관없는 나의 리스트가 떠올라서.

 

 

 

 

 

 

 

 

 

 

 

 

 

 

그러니까 [고슴도치의 우아함]이 드디어! 다시 출판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어지는 시리즈. 아니, 시리즈인가?

습관적으로 저자의 이름을 보면서 '이건 사야 돼' 하게 되는 책들. 그러고보면 별 리스트도 아니구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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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5-11-16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찾아서 보관함에 넣어두었습니다

chika 2015-11-17 08:15   좋아요 0 | URL
ㅎ 저도 다음번 구매목록에 올렸습니다
 

 

2. 오늘날 세상의 가장 큰 위험은 온갖 극심한 소비주의와 더불어 개인주의적 불행입니다. 이는 안이하고 탐욕스러운 마음과 피상적인 쾌락에 대한 집착과 고립된 정신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내적 생활이 자기 자신의 이해와 관심에만 갇혀 있을 때, 더 이상 다른 이들을 위한 자리가 없어 가난한 이들이 들어오지 못합니다. 하느님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고 그분 사랑의 고요한 기쁨을 느끼지 못하며 선행을 하고자 하는 열정도 식어 버립니다. 이는 신앙인들에게도 매우 현실적인 위험입니다. 많은 이가 이러한 위험에 빠져 삶을 잃어버리고 불만과 분노에 가득 찬 사람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이는 품위 있고 충만한 삶을 위한 선택이 아니고, 우리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도 아니며,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마음에서 솟아오르는 성령 안에서 사는 삶도 아닙니다.

 

 

 

3. 저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어디에 있든 바로 지금 이 순간 새롭게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으로 만나도록,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그분과 만나려는 마음, 날마다 끊임없이 그분을 찾으려는 열린 마음을 가지도록 권고합니다. 그 누구도 이러한 초대가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져다주시는 기쁨에서 배제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복음의 기쁨,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제대로 펼쳐보지 못했다. 프란치스코 교종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도 읽지 못했는데.

갈수록 지금 나는 뭐하고 있는건가, 싶기도 하고.

 

내적 생활이 자기 자신의 이해와 관심에만 갇혀있을 때...

나만 아는 나뿐 사람이 되면 안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아서... 갈수록 더 쉽지 않을 듯 해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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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5-11-1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분도 출판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 젊은 시절에 관한 책 나오지 않았나요? 그거 사보려구요.
 

   

지지지난 주말에, 길을 지나다가 사람이 살지 않는 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 속에서 유유자적 살고 있는 듯 보이는 냥이 한마리를 발견.

사진찍자고 다가가도 가만히 있더니 나중에는 자세까지 좌 우로 바꾸며 사진찍기를 기다리다가...

말 그대로 유유히 사라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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