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필요해 - 예술가의 마음을 훔친 고양이
유정 지음 / 지콜론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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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어디선가 구슬픈 소리가 들려 올려다보니 길가 담장위에서는 보기 드믄 - 아니, 거의 볼 수 없는 아기 고양이가 야옹거리고 있었다. 놀랠까봐 걸음을 멈춰섰는데 오히려 그게 더 무서웠는지 머뭇거리던 아기 고양이는 담장밑으로 뛰어내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나는 이렇게 길을 걷다가 만나는 고양이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십여년 전만 해도 모든 고양이가 무서웠었는데 고양이에 대한 책을 읽다보니 고양이의 알 수 없는 매력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심윤경 작가님의 이야기처럼 고양이의 매력은 매력이 아닌가, 싶어진다. 고양이는 사람이 먼저 다가가게 만든다는 것, 완전 공감하게 된다.

 

'고양이가 필요해'는 예술가의 마음을 훔친 고양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듯이 심윤경 작가님을 비롯해 만화가, 음악가, 연출가, 배우 등 고양이를 키우는 11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이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이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현재 함께 하고 있는 생활이야기가 설명되어 있고 인터뷰- 함께 사는 이야기를 통해 각자 자신이 키우고 있는 고양이의 특성이라거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터뷰의 내용을 읽고 나면 스토리를 통해 고양이의 이야기와 그녀 혹은 그의 이야기가 소설처럼 이어지는데 두 형태의 이야기가 맞물리며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특성을 좀 더 알게 되기도 한다.

이 책에도 탐묘인간을 쓴 만화가 SOON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탐묘인간은 고양이의 특성에 대해 좀 더 세세히 알게 되었다면 '고양이가 필요해'는 각기 다른 고양이들의 특색있는 모습에서 고양이의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고양이책을 많이 읽어보지만 여전히 나는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는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겠다. 키운다는 것에 대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고, 펫샵의 쇼윈도우를 보면서 고양이를 선택해 데리고 오는 것은 더더구나 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에서 고양이에 대해 말하고 있는 11명의 예술가 모두 지인을 통해서이거나 유기묘를 데리고 와서 키우고 있다. 길고양이가 적응하며 살아갈 잠깐 동안만 밥을 챙겨주다가 동거하게 되기도 하고. 원래 주인이 옥상에서 고양이를 떨어트려 - 난 처음에 내가 글을 잘못읽었나 싶었는데 사실이었다 - 죽음에 이르게 된 고양이를 안락사시켜달라며 동물병원에 버리고 간 녀석을 데리고 왔다는 이야기는 충격이었지만 끝내 그 고양이를 살려 내어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은 감동이었다. 그렇게 점핑도 제대로 못하는 고양이 사자를 돌봐주는 또 한마리의 고양이 아수라의 이야기는 가장 마음에 남는다. 정말 몇몇 인간보다도 더 훌륭한 영묘가 아닐 수 없다.

 

고양이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니 마음 한구석에서 고양이를 키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썩거리기도 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더 크니 내 욕심을 버리는 것이 당연해진다. 그것이 정말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겠지. 대신 고양이가 필요해진다면 책을 꺼내들어봐야지. 그들의 마음뿐 아니라 내 마음도 훔쳐간 녀석들의 이야기가 나를 위로해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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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로 가정상비약 만들기 -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허브
로즈마리 그레드스타 지음, 장인선.장소희 옮김 / 21세기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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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누군가가 허브를 우리식으로 쉽게 말하자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잡초와 같다고 보면 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사실 잡초라고 하면 베어내버려야 하는 필요없는 풀이 먼저 떠오르기는 하지만 우리가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풀들을 모두 잡초라고 일컬었던 것을 생각하면 허브가 어떤 것을 총칭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그래서인지 허브로 가정상비약 만들기라는 책을 봤을 때 내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꽤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책을 처음 봤을 때, 몇년 전 지구의 날 행사 프로그램중에 허브로 모기퇴치제를 만드는 체험이 있어서 만들어 썼던 기억이 떠올라 그런것이 있다면 상당히 유용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 그리 큰 효과는 없었지만 그래도 살충제를 뿌리기보다는 향도 좋고 몸에도 좋은 천연방향제인 허브를 사용하는 것이 꽤 좋았던 기억이있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허브라고 하면 흔히 서양에서 들어 온 바질, 로즈메리, 라벤더, 레몬밤, 민트 종류 같은 화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만 생각했는데 카모마일 차를 마시다가 우리도 국화차를 마신다는 것을 떠올리고 굳이 서양풀만을 허브라고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우도에서 나는 야생국화차는 그 효능이 다른 국화차보다 더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브'라는 것에 대한 생각의 폭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 책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고추, 마늘, 생강, 나도 예상치못한 계피와 우엉이 언급되고 있어서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이 책은 크게 허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그러니까 허브의 종류나 효능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허브를 이용해 시럽, 오일, 연고뿐 아니라 젤라틴을 이용해 알약처럼 만들어 보관하는 방법을 알려주고난 후 일반적인 허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각각의 허브에 따른 효능과 재배방법, 사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그러니까 허브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구체적으로 33가지의 허브에 대해 풀어놓고 있다.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고추'의 효능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매운 고추를 썰면 손이 아린다거나 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기본상식 아닌가.

 

라벤더와 스피아민트는 햇볕이 잘 드는 마당에 심어놓고 무심한 듯 물을 주면 잘 자란다는 것은 이미 경험을 하였고 마구 자라는 것을 뜯어 가끔 요리할 때나 심심할 때 우려내어 차로 마셔보기는 했는데 이 책을 보고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좀 연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레몬차와 생강차는 각각 따로 만들어 마시곤 했는데 시럽으로 만드는 법과 레몬생강을 같이 넣어 만들어마시는 것도 꽤 효과가 크다고 하니 이번에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가정상비약'이라고 해서 뭔가 좀 거창하고 내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외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허브가 많이 언급되고 있고 이미 일상적으로 차로 마시거나 꿀에 재워놓고 (시럽형태보다는 차의 형태로 많이 활용하기는 하지만) 음용하고 있는 것도 많아서 꽤 활용도가 높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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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by 이밥차 2 - 완벽한 레시피로 다시 만나는 삼시세끼 by 이밥차 2
이밥차 요리연구소.tvN 삼시세끼 제작팀 공동 기획 엮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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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가 많이 익숙하게 들린다고 생각을 했는데 시즌이 되면 돌아오는 그 자급자족 삼시세끼를 의미하는 게 맞는거였다! 처음엔 그냥 비슷비슷한 요리책이 한 권 더 나왔나보네 라고 생각했는데 이 초간단 레시피가 적혀있는 요리책은 내가 그동안 봤던 요리책들에 비해 비교적 도전해볼만한 요리들이 많아서 조금은 신나는 기분이다.

사실 삼시세끼에 나오는 호스트들 중에서 요리라고 하면 단연 차승원을 꼽을 수 있겠는데 차승원이 만들어내는 온갖 요리를 보면 밑반찬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날마다 고민하며 상차림을 하는 국과 찌개뿐만 아니라 국수나 부침개같은 별식도 어렵지 않게 뚝딱 해치우고 있어서 나도 한번 도전해볼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 책 삼시세끼는 티비 프로그램 자급자족 삼시세끼와 요리연구소 이밥차가 결합을 해 좀 더 쉽고 맛나는 요리를 해 볼 수 있는 레시피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말을 하면 좀 더 정확해질까? 아무튼 이 책에 실려있는 모든 요리를 해 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이미 해봤던 요리에 대해서는 레시피를 살펴보며 동일한점과 차이점을 파악해보기도 하고, 또 새로운 요리에 대해서는 레시피를 살펴보며 언제쯤 해보면 좋을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요리책이라는 것이 그저 막연하게 볼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지만 일단 한번 마음먹고 초간단으로 뚝딱 해봐야지 라는 결심을 하면 의외로 정말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도 꽤 많다. 실제로 해 보면 모든 것이 간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실려있는 많은 요리레시피 중에 하나를 만들어봐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더운 여름철이고보니 밥맛도 없고 뜨거운 불 앞에서 뭔가를 해보는 것도 귀찮아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늘어져 있으며 식사를 거르고 있었다. 종일 굶고 있다가 그래도 뭔가 해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삼시세끼 책을 처음 봤을 때 초간단으로 가정 먼저 해보고 싶었던 마늘볶음밥을 하기로 했다.

평소에도 볶음밥은 자주 해 먹어봤고 마늘을 비롯한 온갖 야채를 넣고 해봤었기때문에 그리 색다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이니 책에 나온 레시피대로 대파를 채썰어 기름에 볶다가 다른 재료들을 넣고 볶은 후 기본 양념장을 만들었다. 솔직히 양파에 간장과 식초, 설탕, 액젓을 넣어 만든 양념장이라 별다른 맛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의외의 맛을 느끼게 해서 역시 요리 레시피의 존재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달걀은 스크럼블을 만들라고 되어 있는데 - 내 생각에도 그래야 음식의 모양이 훨씬 맛깔스럽게 보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게 생각처럼 쉬워야 말이지. 그냥 저렇게 엉겨붙은 덩어리가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꽤 괜찮았다. 게다가 양념장의 양파는 좀 더 다져넣어야 될까 싶었는데 밥과 같이 볶은 양파의 맛과 달리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다.

평소 밥을 볶아서 김치에 먹다가 이렇게 마늘볶음밥을 해서 양념장과 같이 먹으니 마늘 특유의 향과 간장양념장의 소스가 상큼하게 어우러져 나름 맛있는 한끼 식사를 했다.

처음 시도해 본 마늘볶음밥이 예상외로 맛있어서 그런지 [삼시세끼 by 이밥차]에 대한 레시피요리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는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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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처럼 생활의 '모든' 기술이 서술되어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아직 정독을 한 것은 아니지만 대충 휘리릭 살펴 본 결과. 절박한 필요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알아두면 나쁘지는 않을, 그런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사실 지금 우리의 현실에 딱 들어맞는 것도 아니고.

요즘 동네에 하수정화 시설 공사를 하고 있는데, 여기저기 길을 파헤쳐놓고 있어서 이게 언제쯤 끝나려나, 하고 있는 중이다. 그 와중에 공사팀 반장이 다른 공사도 하고 있으며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도 공사를 한다나. 그리 비싸게 받는 것 같지 않다며 오래된 우리집 화장실을 새단장해볼까, 하더라. 그런데말이다.

어머니는 이런저런 말끝에 - 요즘들어 더 자주 그러는 것 같은데 - 내가 하는거 잘 봐뒀다가 혼자 살아도 잘 해놓고 살아라, 따위의 말들. 오래된 것들 깔끔히 공사하고 수리해놓고 준비를 해 놓는 듯한 그런 느낌의 말들. 물론 언젠가 닥쳐올 일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런것에 대한 준비는 힘들다. 언젠가는 혼자 살게 될 날이 오겠지만 어머니의 부재는 아직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무튼. 단독주택에 어머니와 둘이 지내다보니 이것저것 손써야하는 부분들, 소소하게 내가 해낼 수 있는 부분들은 당연히 내가 하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 답답하다. 이를테면 전기가 안된다거나 수도관련, 싱크대가 막히는 것도. 하... 예전엔 다들 어찌 살았을까.

 

"만일 모든 도구가 우리의 명령을 받거나 우리의 뜻을 미리 알아차리고 제 과제를 완수할 수 있다면, 그리고 다이달로스가 제작했다는 입상들이나 또는 '저절로 신들의 회의장으로 갔다'고 말하는 헤파이스토스의 세발솥들처럼 베틀의 북이 저절로 천을 짜고 픽이 저절로 리라를 뜯는다면, 장인에게는 조수가 필요없고 주인에게는 노예가 필요없을 것이다" 아이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 나온말. 아리스토텔레스가 상상한 첨단기술의 세계에서 인간은 자유를 얻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그러니까말이다. 생활의 모든 기술을 보고나니 이 책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데. 정말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많은 책이 궁금하기는 하지만,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어떻게 읽힐지 더 궁금하다. 음악영화,라고 하지만 치유의 내용이 담겨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러들리스,인가? 아직 보지 못하고 언제 여유가 생길지 틈을 찾고 있는데. 아무튼 그 영화도 궁금하고 이 책도 궁금해. 내가 나를 위해 변명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못한 것들, 그리고 그로인해 파괴된 결과를 가져온 많은 것들.

 

 

 

 

 

 

 

[어차피 우리가 하는 부탁의 8할은 거절받을 운명이다. '거절이 당신연하고 기본이며 승낙을 받으면 좋은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일에 접근하는게 여러모로 좋다. 이 책은 거절하지 못하는 수많은 '착한 사람들'을 위한 감정 전달법도 담았다. 우리는 지금보다 좀 더 솔직해져도 괜찮다.

라고 되어있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뭔가 사소한 것도 거절하고 나면 하루 종일 심지어 그 다음날까지도 감도는 어색함과 부담감. 그러고보니 이 책은 내가 필히 읽어야 하는 것인지도.

 

 

 

 

 

 

 

 

 

 

 

 

 

 

 

 

가만히 있는 무인도는 흔들리는 사람의 마음 중심에 떠 있는 것들이라 여기기로 했습니다. 이를테면 포기하고 떠내려보낼 것들과 꽉 잡고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해. 이곳은 그저 그런 세계의 바깥입니다.

 

지금까지 걸어 온 이 길을 의심하진 마. 잘못 든 이 길이 때로는 지도를 만들었잖아. 잘하고 있어.

 

그저 재밌겠다, 라고만 생각하고 펼쳤는데 이야기는 뜻밖의 글로 시작되고 있고, 무인도도 바다 아래로는 육지와 연결되어 있으니 보통의 존재라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나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있는 유일한 곳, 이라고 말하는 그 무인도에 내가 가지고 가야 할 것들에 대해... 신나게 생각해봐야할지도.

 

 

 

 

 

 

 

 

 

 

다시 또 셜록이네. 여름에는 역시 장르소설이야, 하고 있지만 사실 지금같은 더위가 계속된다면 책이고 뭐고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의 한낮에 집에 있어보면 알게 되겠지. 아무 생각없이 그저 드러누워 땀을 닦으며 딱히 잠이 드는 것도 아니면서 비몽사몽, 더운 여름에는 시체놀이조차 하기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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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 먹고 마시고 걷는 36일간의 자유
오노 미유키 지음, 이혜령 옮김 / 오브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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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이었는지, 몸상태가 별로 안좋고 일상생활을 버티는데 기력을 다 소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뜬금없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는 것'은 내 버킷리스트에서 빼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그저 막연하게 언젠가는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만 했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도 않았는데 그 순례길을 포기하는것은 이렇게 단호하고도 손쉽게 결정을 내리다니.

지금 생각해봐도 조금은 어이가 없다. 그렇게 나는 머리속으로만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섰다가 금세 포기해버렸다.

 

하지만 내가 그 길을 포기하려고 했던 것은 내 마음속 깊은 어딘가에서 '나는 안될꺼야'라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섣부른 행동을 하지 말자,라는 안일한 마음이 더 커서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산티아고에 대한 이야기를 읽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눈길이 간다. 그래서 결국 또 이렇게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것도 다른 산티아고 순례 에세이와는 달리 구체적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필요한 정보가 들어있다는 말에 혹해서.

 

이 책은 크게 분류해서 산티아고 순례 에세이가 실려있는 부분과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가 담긴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모든 산티아고 순례기를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읽어봤던 수많은 책들은 같은 길을 걸어가지만 각자가 체험하고 느끼고 변화되는 것이 모두 달랐다. 그건 당연한 것이겠지만 순례길 위에서 각자의 구체적인 체험은 다르지만 그래도 그 길의 끝에서 얻는 깨달음은 그들 모두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순례 이유를 물어보기에 `종교적 동기`라고 대답했다. 처음 걸을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걷고 난 지금은 아주 조금이나마 신앙의 의미를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독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종교였다. 지금 여기에서 생활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공부한다면 감상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이 길에서 접한 건 대지에 묵직하게 뿌리를 내리고 잎을 피우는 나무처럼 커다랗고 따뜻하고 가까운 것이었다."(137)

 

짧고 간단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나는 그녀의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실적인 종교라는 것은 세속적인 것을 의미한다기보다 우리 일상의 삶 자체가 신앙의 삶이라는 것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뭐 그런 뜻이 아닐까.

 

이 책은 순례길의 팁과 추천 알베르게, 챙겨야 할 물건 목록, 산티아고 순례길 외에 근처에 더 가보면 좋을 곳까지 추천을 하고 있어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계획하고 있다면 꽤 유용한 내용도 많다. 8일간의 단기 코스부터 33일간의 완주코스도 나와있는데 무엇보다 각자의 체력과 상황에 맞게 완급을 조절하고 숙박시설을 이용하고 때로는 짐만 운반하는 택시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순례길을 걸을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어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대로, 계획한대로만 순례길을 걷기를 바란다는 것은 모든 것을 다 비우고 걸어야 하는 순례길에서 여전히 자기자신만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

이제 나는 안될꺼야,라는 생각은 버리기로 했다. 조금 소극적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게 되기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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