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새만으로 책을 고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예외는 있다. 생김새만으로도 무작정 책을 끄집어 낼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끄집어 낸 책이 겉보기만 그렇다면 잠시 망설일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안의 생김새까지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그 책은 당연히 내가 갖고 와야 할 책.
아주 격하게 적극적으로 갖고 싶은 책,이 나왔네. - 라고 써 놓고 잠시 달력을 본다. 어차피 지금 주문해도 다음달이 되어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며칠만 참고 9월에 구입하는 것으로 할까....
9월이면 생일도 있으니 미리 받는 생일선물이라고나 할까.
아니, 이런저런 핑계가 없어도 사게 될 책 아닌가. 다만 시기를 노리고 있을뿐.
며칠전 어머니가 삼일 넘게 두통이 심하다고 하셔서 병원에 다녀왔다. 정기적으로 다니는 병원은 휴무인지라 다른 내과를 찾아갔는데 그곳에서 왜 이런 약처방을? 왜 이렇게 되도록 뒀는지 모르겠다는 등등등... 그동안 계속 다녔던 병원에 대한 불신만 키워놓고는 아무런 처방 없이 다니던 병원에 가서 의사소견서를 받고 대학병원에 가보라고만 했다. 어떻게 판단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어찌어찌 아는 분을 통해 대학병원 의사에게 물어보니 처방하지 말아야 할 약은 아니고 당연히 반드시, 먹어야 하는 약인 것 같지만 걱정된다면 대학병원의 신장내과로 찾아가 검사를 받아보라고.
다음날 아침 일찍 원래 다니던 내과에 가서 의사소견서 들고 대학병원 가보라는데, 왜 그런지는 얘기도 안하고 그냥 그렇다고만 했더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시던 의사쌤, 걱정되신다면 가는 건 환자분과 가족이 결정할 일이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시며 2014년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혹시 모르는 다른 질병과의 연관이 있을까 대학병원에서 엑스레이, 초음파 기타등등의 검사를 하고 그 결과지를 보면서 꾸준히 약처방을 하고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하면서 신장기능까지 다 확인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니,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왜 그 병원 의사는 하지 말아야 할 약처방을 했다는 말을 보호자에게 흘린건지!!! (물론 이 말은 우리끼리만 했다. 의사 앞에서 의사를 욕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몇달을 다닌 내과에서 약을 받아도 갑자기 쓰러지시는 걸 못 잡더니 지금 내과로 옮긴 후로는 한번도 쓰러지신 적도 없고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다. 가끔 두통이 있다고 할때도 진료받으며 물어보면 그게 근육통이라고. 물론 단지 두통만 있다면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어머니의 경우 검사로 확인을 하고 있고 - 심장 초음파는 바로 한달전에 검사를 했고. 그래서 그게 근육통, 자세의 문제로 인한 통증일 수 있다고 하신다.
나도 그렇게 알고 어머니 어깨를 주물렀는데 교통사고 후 잘 쓰지 못하는 오른쪽만 미칠듯이 아프다고 하셨다. 그리고 엊그제 한의원에 가신 어머니가 머리 아프다 했더니 한의사 쌤도 똑같이 머리만 아프면 다른 검사를 해봐야겠지만 그 두통은 어깨로 오는 거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어머니가 그러게 어깨를 주물렀는데 한쪽이 아파 죽겠더라고.
하아... 의사가 다 똑같을 수는 없지만. 사람의 목숨이 달렸다고 한다면. 좋은 의사를 만난다는 걸 그저 재수 좋은거라고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인지.
남들은 더 큰 수술도 하고 회복되었는데, 나는 채 1년이 되기도 전에 수술 후유증처럼 신장 하나를 떼어내야 하고... 이런 것들을 정말 그저 재수 없었다,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것인지.
뭐 아무튼. 삼일 넘게 계속된 두통때문에 다들 걱정을 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때, 어머니는 또 새삼스럽게 콧줄도 안할꺼고 연명치료도 안받을꺼란다. 의사에게 본인이 소견을 이야기하면 된다며 다음번 진료가서는 그거 말씀하시겠단다.
멀리 돌아왔지만. 인간의 마지막 권리.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 이 책을 보니 생각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