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세오 마이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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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점 대상 수상작, 곁에 있는 사람들이 더 소중해지는 가족 소설, 이 두가지만으로 책에 대한 관심이 생겨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도 모르면서 '가족 소설'이라고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그런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느끼면서 뭔가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책장이 술술 넘어가면서 금새 이야기의 진행을 파악할 수 있었고 책을 다 읽고난 후 '서점 대상'을 받은 소설이라는 것이 실감 났다.

 

엄마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빠가 재혼을 하면서 새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유코는 아빠가 브라질로 파견을 가게 되면서 이혼한 새엄마와 함께 또 다른 새아빠와 가족을 이루며 살아간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새부모는 또 이혼을 하고 다시 재혼을 한다. 그리고 세번째 아빠를 남겨두고 새엄마는 집을 나가버린다. 그래서 결국 유코는 혈육이 아닌 세번째 아빠와 함께 살아가게 되는데, 이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현재의 시점에서 유코의 인생여정이 과거를 회상하듯 흘러나오면서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을 알 수 있게 된다.

 

사실 현실적으로 이렇게 가족의 형태가 바뀌고 성이 바뀌고 또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고 그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유코는 반듯하고 강하게 자란다. 학교에서의 생활에서도 그런 모습이 드러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그렇다. 소설,이어서 그럴 수 있는 것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말이 생각났는데 유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무한 책임을 지려고 했던 유코의 부모들- 혈연으로 맺어졌든 사회제도로 맺어졌든 부모가 된 모두가 유코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유코의 이런 처지에 대해 가엾고 불쌍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선생님들과 달리 무심한듯 하지만 유코의 강직한 면을 말없이 지켜봐주는 선생님도 유코의 성장에 한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유코의 현재를 있게 한 과거가 그 모습을 드러내며 그저 두명의 엄마와 세명의 아빠,라고 되어 있는 표면적인 유코의 가족이 어떻게 구성이 되었고 그 가족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어서 책을 손에서 놓을수가 없다. 무겁게 읽히지는 않지만 가족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따뜻한 소설이었다.

 

당장 살아 내야 할 하루하루를, 지금 곁에있어 주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자.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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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강희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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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새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이 소설을 며칠동안 붙잡고 있었다. 생각보다 무거운 주제가 담겨있으리라는 건 예상을 했지만 이건 그 정도가 아니다. 너무 끔찍하다. 허무하게 끝이 나버리는 건가, 싶었을 때 섬뜩한 결말이 다가온다. 이건 예슬이만의 운명이 아니다. 우리들의 운명이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야기의 시작은 투렛증상이 있는 예슬이가 대마에 취해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가는 장면이다. 처음부터 쏟아지는 욕설과 대마와 그녀의 원조교제 이야기에 슬그머니 책을 덮어놨다. 이게 현실인가, 비현실인가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판타지는 아닌게 확실하다. 어느 농촌에선가 대마를 재배하다 들켰고, 어느 아파트에서는 대마를 수경재배하다 검거됐다는 뉴스는 나도 언젠가 본듯하기 때문이다. 이주 여성들의 처참한 현실에 대해서는 말해무엇하겠는가. 바로 얼마전에도 베트남 여성을 폭행한 사건이 공분을 사지 않았는가. 이 무서운 이야기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카니발,은 축제라고 하지만 사실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의 살육제의 느낌도 있었는데 이 소설이 왜 카니발,인가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예슬이의 엄마는 똑똑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어쩌다 실연을 당해, 딱 그시기에 예슬이 아버지를 만나 한국의 산골마을로 시집을 오게 되면서 무지랭이가 되어버렸다. 아니, 무지랭이 취급을 받는다. 따갈로그어가 아니라 한국인 영어 선생보다 더 월등한 영어실력이 있어도 영어 못한다고 무시당하고, 고향에서 부부간의 사랑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배웠는데 한국에서는 부부가 사랑을 나누는 것도 손가락질 받는 요부, 화냥년이 되는 걸 모르는 바보인 엄마는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엄마'이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는 트렛증후군이 있는 예슬이를 위해 한국을 떠나 필리핀으로 가려 하지만 정작 똑똑해서 적응을 잘 하리라 믿었던 둘째 예진이가 그녀의 고향 친척들을 무시하고 싫어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별 소득없이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곳에서도 그곳에서도 그들은 이방인이 될수밖에 없는 것일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선뜻 할수가 없다. 작가의 묘사가 끔찍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누군가의 죽음만 섬뜩하다고 느꼈었는데 마지막의 대반전을 깨닫는 순간 아무런 말도 할수가 없다.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가는 아버지와 동생 예슬이와 할머니. 그들이 끔찍한가? 단지 그들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는 것일까?

개를 잡아죽이고 도축하던 백정인 아버지는 개를 잡는다는 혐오스러움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카니발은 즐길만한 축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외면해볼 걸 그랬다. 이제 출퇴근길에서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나갈 때도, 집앞 골목길을 잠시 걸을때도, 동네 목욕탕에서도 끊임없이 들려오는 외국어는 여전히 그들이 우리에게 이방인일뿐인가 생각해보자. 시골이 고향인 친구는 삼촌이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했다고 하는데 작년에는 남동생도 베트남인과 결혼을 했다고 한다. 이제 그들은 외국인이 아니라 가족이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많아지는 만큼 현실의 변화를 위한 우리의 실천도 필요한 때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 책을 두번 읽고 싶지는 않다. 여름철의 호러보다 더 무서운 이 소설은 지금도 대한민국의 어딘가에서 판타지를 가장한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는 걸 떠올리게 하는 호러...니까. 난 호러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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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피해자 없는 범죄, 성폭력 수사 관행 고발 보고서
T. 크리스천 밀러.켄 암스트롱 지음, 노지양 옮김 / 반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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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브레이스는 그 피해 학생이 사건을 쉬쉬하지 않고 알린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여성들은 성폭력 신고를 꺼린다. 전국적으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강간당한 여성 다섯 명 중에 한 명만이 경찰에 신고한다.
성범죄에 대한 편견이 크나큰 벽이 되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꺼리게한다. 친구나 가족들이 알게 될까 봐 겁먹기도 한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걱정한다. 이 일은 법이 관여할 만큼 충분히 심각하지는 않은 일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가해자이긴하나 그들의 남자 친구, 남편, 또는 아이들의 아버지를 교도소에 보내길 원치 않기도 한다. 131

여성 경찰들이 경찰서와 지역사회에 가져오는 구체적인 이익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들은 남성 동료들보다 물리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어 직무상 불법으로 인한 국가배상 소송에 휘말릴 확률이 적다. 시민들은 여성 경찰이 남성 경찰들보다 공감력과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고 느낀다. 여성 경찰들은 지역사회 치안 활동의 목표, 즉 협력 및 시민과의 소통이라는 법 집행 철학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또 여성 경찰들은 여성 대상 폭력 사건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1985년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 경찰들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더 인내심을 발휘하고 더 잘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1998년 전국 147개경찰서에서 수집한 표본 조사에 따르면 여성 경찰들은 남성 경찰들보다.
가정폭력범 검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60개 대도시 경찰서를 대상으로 한 2006년도 조사에서는 여성 경찰이 1퍼센트 증가할 때마다 그 관할 경찰서에 보고된 강간 사건 신고도 1퍼센트 증가한다는 결과가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들이 있다고 해서 매년 수천 명의 강간범들을 수사하고, 체포하는 남성 경찰들의 노력이나 성과가 폄하되지는 않는다. 여성 경찰이 자동적으로 남성 경찰보다 젠더와 관련된 폭력 범죄를 더 능숙하게 처리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같은 성별의 경찰에게 진술하는 것을 선오하는 여성 피해자도 있지만 남자 경찰 앞에서 더 안전한 느낌이 들고 차분해진다고 하는 여성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 경찰 교육 단체인 국제여성폭력방지위원회에 따르면 피해자와의 대화에 영향을 미지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수사관의 관심도와 진정성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성폭력피해자의 면담에서 수사관 개인의 역량과 공감 능력이 젠더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된다는 점이다.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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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피해자 없는 범죄, 성폭력 수사 관행 고발 보고서
T. 크리스천 밀러.켄 암스트롱 지음, 노지양 옮김 / 반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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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상담 정보가 담긴 봉투를 건네주었다.
마지막으로 콘하임이 마리를 본 건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는 자백을 철회하려고 애쓰던 때였다. 그는 리트간 형사가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에서 실패하면 감옥으로 보낼 수도 있다고 협박하는 장면도 보았다. 다시 마리를 보면서 콘하임은 그녀가 "이중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번은 강간범에게, 한 번은 경찰에게.
어떻게 다시 그녀를 전처럼, 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돌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그건 가능한 일 같지 않았다.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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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디 얀다르크 -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염기원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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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그랑. 보도블록에 동전이 떨어졌다. 그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는 건 빈부격차와 상관없는 조건반사다. 하지만 또르르 굴러가는 그 돈의 행방을 찾기위해 고개를 숙이는 삶과 다시 앞을 보고 자기 길을 가는 삶은 다르다. 앞으로 보고 가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는다"

 

첫 문장을 읽으며 '구디 얀다르크'가 무엇일까 더욱 궁금해졌다.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조금 혹해서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지만 왠지 잔다르크가 떠오르게 되는 제목의 의미심장함이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그런데 잔다르크는 용감히 나섰지만 결국은 마녀재판을 받고 처형당했다. 이 처첨한 결과까지 암시하는 것일까?

 

솔직히 내가 이 소설을 읽는 것은 쉽지 않았다. 구로디지털단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이티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 라는 것만으로도 내가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소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은 읽기 쉽지 않았다. 이야기의 전개는 소설인데, 주인공 이안의 일상과 관계에 대해서는 소설인데 그녀의 일에 대해서는 서술같은 느낌이다. 아니, 어쩌면 잔다르크를 떠올리며 영웅을 기대해버려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북트레일러는 동료들의 워라벨을 위해 구로디지털단지의 잔다르크가 되는 사이안,의 이야기라 되어 있지만 내가 읽은 이야기는 그저 대한민국에서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40대 여성의 이야기,로 읽힌다. 아니, 물론 그녀가 잔다르크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그 거대 줄기를 풍성하게 해 주는 잔가지들과 잎들이 가족과 친구, 애인이며 거리에서, 버스에서 마주치는 풍경들인데 내게는 나무보다는 잎이 무성한 잔가지들만 보이는 것이다.

 

일상처럼 벌어지는 성추행의 현장들, 가족의 자살에 대한 위로를 찾아 간 교회의 실체와 위선, 직장내에서의 성추행은 물론 계급적관계와 갑을의 관계... 이런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작가가 이안을 통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뭐였지? 하게 되어버린다.

사실 그건 이안이 되내이던 말때문이라는 핑계를 대 본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을 걱정하지 말자.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가족 같은 건 없지만, 다시 만들 수도 있잖아?"(238)

이 모든 것이 나 자신과 나의 가족을 위한 것이다,로 축소되는 느낌은 나 혼자만의 것이겠지? 결국은 그것이 곧 기반이 되어 모두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 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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