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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디 얀다르크 -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염기원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7월
평점 :
"땡그랑. 보도블록에 동전이 떨어졌다. 그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는 건 빈부격차와 상관없는 조건반사다. 하지만 또르르 굴러가는 그 돈의 행방을 찾기위해 고개를 숙이는 삶과 다시 앞을 보고 자기 길을 가는 삶은 다르다. 앞으로 보고 가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는다"
첫 문장을 읽으며 '구디 얀다르크'가 무엇일까 더욱 궁금해졌다.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조금 혹해서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지만 왠지 잔다르크가 떠오르게 되는 제목의 의미심장함이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그런데 잔다르크는 용감히 나섰지만 결국은 마녀재판을 받고 처형당했다. 이 처첨한 결과까지 암시하는 것일까?
솔직히 내가 이 소설을 읽는 것은 쉽지 않았다. 구로디지털단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이티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 라는 것만으로도 내가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소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은 읽기 쉽지 않았다. 이야기의 전개는 소설인데, 주인공 이안의 일상과 관계에 대해서는 소설인데 그녀의 일에 대해서는 서술같은 느낌이다. 아니, 어쩌면 잔다르크를 떠올리며 영웅을 기대해버려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북트레일러는 동료들의 워라벨을 위해 구로디지털단지의 잔다르크가 되는 사이안,의 이야기라 되어 있지만 내가 읽은 이야기는 그저 대한민국에서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40대 여성의 이야기,로 읽힌다. 아니, 물론 그녀가 잔다르크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그 거대 줄기를 풍성하게 해 주는 잔가지들과 잎들이 가족과 친구, 애인이며 거리에서, 버스에서 마주치는 풍경들인데 내게는 나무보다는 잎이 무성한 잔가지들만 보이는 것이다.
일상처럼 벌어지는 성추행의 현장들, 가족의 자살에 대한 위로를 찾아 간 교회의 실체와 위선, 직장내에서의 성추행은 물론 계급적관계와 갑을의 관계... 이런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작가가 이안을 통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뭐였지? 하게 되어버린다.
사실 그건 이안이 되내이던 말때문이라는 핑계를 대 본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을 걱정하지 말자.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가족 같은 건 없지만, 다시 만들 수도 있잖아?"(238)
이 모든 것이 나 자신과 나의 가족을 위한 것이다,로 축소되는 느낌은 나 혼자만의 것이겠지? 결국은 그것이 곧 기반이 되어 모두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 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