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크 에프 그래픽 컬렉션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 에밀리 캐럴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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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무려 삼십년전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한다. 물론 그래픽노블로 출판된 것은 그보다 더 이후의 일이지만.

원작을 읽어본것은 아니지만 그래픽노블로 표현된 이 이야기는 글도 그림도 빠져들게 하고 있다.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그저 고등학생이 된 멜린다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며 성적도 형편없고 문제아 취급을 당하는데 그 와중에 또 미술은 A인 것도 복선처럼 느껴진다. 아니, 사실 책을 다 읽고나니 그때야 표지가 새로 보여서 더 기억에 남는 것이다. 푸른 이파리 하나가 나무가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책 속에서도 나무를 살리기 위해 가지치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고 멜린다 역시 미술수업의 과제에서 나무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것은 왠지 삼십년전의 그 외침이 묻히지 않고 살아남아 조금씩 성장을 해 굳건한 나무로 자라나 함께 연대하며 숲을 이루어가는 모습을 상징하고 있는 듯 하다.

 

"내 속에서 얼어붙은 침묵이 녹아내린다. 얼음 조각들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더니 가득히 내리쬐는 동그란 햇빛에 스르르 사라진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멜린다를 통해 성폭력의 피해자가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하는지, 그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써도,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났어도 그 기억을 지워버릴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없고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할수가 없다. 그리고 성폭행을 당한 이후 멜린다의 일상은 완전히 무너져내린다.

하지만 멜린다는 성폭력 가해자의 실체를 폭로하고 친구에게 경고를 하고 자신을 이용하기만 하는 친구에게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밝히기 시작한다. 스스로 강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또다시 그 악몽이 되풀이 되었을 때 큰 소리로 강하게 거부하며 목소리를 낸다는 것 역시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잡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은 정말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것일것이다.

 

삼십년전이 아니라 지금 현재도 성폭력에 대해서는 쉽게 꺼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성폭력은 정말 이해할수없는 것이 가해자는 큰소리를 치며 다니고 피해자가 마치 죄인처럼 숨죽여있어야 하는 것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래도 삼십여년전의 수많은 멜린다들의 외침으로 지금은 성폭력이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아니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듯한 이 말은 인정할수가 없다. 우리 모두가 그것을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멜린다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라며 용기를 낸 그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다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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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셰프 서유구의 꽃음식 이야기 임원경제지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 5
서유구 외 지음 / 자연경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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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셰프의 음식 이야기 시리즈 중 한 권이라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아무튼 조선셰프 서유구의 음식 이야기는 처음이다. 꽃음식이라고 하지 않았다면 그저 전통 요리책 중 하나일까 생각하며 넘겼을지 모르겠느네 꽃음식이라고 하니 괜히 관심이 간다. 얼마전 티비를 보니 이탈리아 사람들은 호박꽃을 튀겨먹는다고 하더라. 우리 고추튀김처럼 호박꽃의 속을 채워 튀겨서 먹는다고 하는데 꽃모양을 보니 정말 호박꽃이다! 당연한 것을 새삼 확인한다 할지 모르겠지만 지역에 따라 조금씩 식물의 형상이 다르기도 하니 전혀 엉뚱한 말은 아닐 것이다. 해마다 여름철 입맛이 없을 때 어머니는 마당에 피어있는 호박잎, 그러니까 파먹은 호박에서 나온 씨를 묻어두면 호박줄기가 뻗어나오는데 꽃이 피어도 열매는 잘 맺지 않지만 잎은 무성하게 자라난다. 그 호박잎을 따서 찌고 쌈으로 먹거나 메밀범벅에 호박잎을 넣어 같이 끓여먹는데 그것이 또 가끔 생각나는 별미가 된다.

 

하지만 역시 꽃음식,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화전-진달래꽃잎으로 만든 전이고 나는 그마저도 먹어본기억이 없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꽃을 이용한 음식은 접하기가 쉽지 않다. 생화를 이용한 음식이 많아 그 특성상 즉석조리를 하기 위해서도 꽃모양과 색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고 또 그러다보니 가격 또한 만만치않다. 이것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의 집필자 역시 이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점을 보완하여 다양하게 꽃을 활용할 수 있는 음식과 요리법이 나오는데 솔직히 요릴법보다는 화사한 색감의 꽃과 꽃음식에 매혹되어 책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꽃차는 다양하게 마시고 있지만 음식은 본 기억이 없는데 어릴적에 동백꽃이나 사루비아꽃을 따 꿀을 빨아먹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 꽃을 이용한 음식이 꽤 색다르겠다는 생각은 든다. 유채꽃을 이용한 나물요리도 나오는데 제주에서는 꽃과 줄기를 같이 꺾어 나물요리와 김치를 만들어먹기도 해서 더 반가웠다. 그러고보니 유채꽃을 이용한 김치가 좀 그립기는 하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요리할 때 모든 꽃을 다 사용할수는 없을 것이라는 건 예상하지만 과연 어떤 꽃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가, 였는데 이런 팁같은 내용들이 요약 정리되어 있어 혹시나 꽃음식 요리를 해 볼 생각이 있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샐러드나 약식, 차, 술, 장아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되는 음식을 보니 한번 맛보고 싶어지기는 한데 직접 만들어본다는 것은 그리 쉬울 것 같지 않다. 그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책을 보는 내내 화사한 아름다움을 즐겼으니 지금은 그것에 만족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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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줘
야마우치 마리코 지음, 박은희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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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을 버리지 않은 여자들이 겪는 초조함과 좌절, 저항을 그린 12가지 이야기'라는 문구에 혹해서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외롭다, 라는 감정을 느껴보지는 않아서 이 글들은 도대체 어떤 느낌으로 읽으면 될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또 하필이면 첫번째 단편의 제목이 '사요짱은 추녀가 아니야'라니. 오래전에 친구가 못생긴 여자는 결혼을 할수가 없다, 라는 말을 해서 엄청난 시간을 들여 토론같은 대화를 했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서로의 생각은 바뀌지 않고 이상과 현실이 어떻든 우리의 현실은 그저 예쁜 여자들이 잘 산다, 일뿐인 것처럼 되었을 뿐이었다.

"추녀를 대하는 남자들의 냉정함은 상상을 초월합니다"(18) 같은 문장을 읽다보면 이것이 현실이야, 라는 생각도 함께.

물론 10대와 20대를 지나던 시기에는 그런 냉정함이 뾰족하게 다가왔지만 지금의 내게는 그 모든것이 별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런 것에 상처받지 말고 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주기를.

 

이미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완성하고 책 본문을 인용하려고 글을 쓰다가 마우스를 잘못 클릭해 다 써놓은 글이 사라져버렸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새로 글을 쓰려니 내가 써놓았던 문장들이 마구 뒤섞여버린다. 이것이 현실이야, 라니.

"이것은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때로 상처받고 좌절해도 꿈을 잃지않는"

뭔가 좀 놀림을 받는 기분이 들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고, 누군가는 지금의 이야기 또 누군가에게는 오래전에 지나온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옛이야기가 되었을테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상처를 받고 좌절하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지만 결국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노라면 그저 평범한 삶일뿐이겠지만 각자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주인공들의 일상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소설이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읽으면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평범한 일상들을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들은 그리 강렬함을 전해주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가만히 읽다보면 뭔가 평범함 속에 담겨있는 특별함이 느껴지는 듯 하기도 한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러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리운 일이 많아지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나는 앞으로 점점 둔해지고 무감각하여서 무엇보다도 마음이 콩닥콩닥 뛰지 않는 돌 같은 노인이 되고 싶다. 외롭다거나 슬프다거나 쓸쓸하다거나 그런 감정을 느끼는 마음의 주름들이 모두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49, 옛날 이야기를 들려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이런 문장은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야기가 주는 흥미로움보다는 오히려 이야기속에 담겨있는 이런 문장들이 더 마음을 울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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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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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 퓰리처 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작가라고 하지만 나는 처음 듣는 낯선 작가다. 순수의 시대라는 작품은 영화제목으로 알고 있지만 영화 역시 본 기억은 없다. 그런데 올드 뉴욕을 읽으며 찾아보니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 징구의 작가였다! 그러고보니 올드 뉴욕에 실려있는 첫번째 단편을 읽고 이 아이러니한 유머는 서머셋 모옴의 글을 읽는 느낌이었고 그냥 그런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징구의 작가라니 새삼 올드 뉴욕의 단편들이 더 반가워진다.

 

애초에 이디스 워튼의 단편 모음집이 올드 뉴욕이라는 제목으로 출판이 된 것인지 설명이 없어 잘 모르겠는데 작품이 씌여진 시기를 생각하면 당시에 올드 뉴욕이라고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얼마 전에 에이모 토올스 작가의 우아한 연인을 읽어서 그런지 내가 생각한 올드 뉴욕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조금 달랐다. 아무튼 이 단편집에는 모두 4개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19세기 초 뉴욕 상류사회의 단적인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사실 여성작가의 시선과 감성이 느껴지는 이 작품들은 천천히 잘 읽어야 그 특유의 담백한 문장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편 '노처녀'를 읽을 때 별 생각없이 문장을 넘겼다가 다시 되돌아가 베일을 쓴 부인이 멋진 망토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거나 백달러짜리 수표와 함께 아이를 놓고 갔다는 것, 특히나 '흑인' 잡역부의 집에 아이를 놓고 갔다는 글을 읽어야했다. 그저 한 갓난아기가 버려졌다,라는 의미만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다시 글을 읽기 시작하니 역시 그 맛이 다르다.

 

이디스 워튼의 글을 읽으며 문장이 그려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한편의 잘 짜여진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촌철살인의 단편도 아니고 대서사가 담겨있는 장편도 아니고 조금은 늘어지는 느낌이 드는 분량의 글은 아무리 촘촘한 짜임새로 글이 씌여졌다고해도 마냥 재미있다고만은 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이런 느낌은 문학읽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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