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셰프의 음식 이야기 시리즈 중 한 권이라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아무튼 조선셰프 서유구의 음식 이야기는 처음이다. 꽃음식이라고 하지 않았다면 그저 전통 요리책 중 하나일까 생각하며 넘겼을지 모르겠느네 꽃음식이라고 하니 괜히 관심이 간다. 얼마전 티비를 보니 이탈리아 사람들은 호박꽃을 튀겨먹는다고 하더라. 우리 고추튀김처럼 호박꽃의 속을 채워 튀겨서 먹는다고 하는데 꽃모양을 보니 정말 호박꽃이다! 당연한 것을 새삼 확인한다 할지 모르겠지만 지역에 따라 조금씩 식물의 형상이 다르기도 하니 전혀 엉뚱한 말은 아닐 것이다. 해마다 여름철 입맛이 없을 때 어머니는 마당에 피어있는 호박잎, 그러니까 파먹은 호박에서 나온 씨를 묻어두면 호박줄기가 뻗어나오는데 꽃이 피어도 열매는 잘 맺지 않지만 잎은 무성하게 자라난다. 그 호박잎을 따서 찌고 쌈으로 먹거나 메밀범벅에 호박잎을 넣어 같이 끓여먹는데 그것이 또 가끔 생각나는 별미가 된다.
하지만 역시 꽃음식,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화전-진달래꽃잎으로 만든 전이고 나는 그마저도 먹어본기억이 없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꽃을 이용한 음식은 접하기가 쉽지 않다. 생화를 이용한 음식이 많아 그 특성상 즉석조리를 하기 위해서도 꽃모양과 색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고 또 그러다보니 가격 또한 만만치않다. 이것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의 집필자 역시 이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점을 보완하여 다양하게 꽃을 활용할 수 있는 음식과 요리법이 나오는데 솔직히 요릴법보다는 화사한 색감의 꽃과 꽃음식에 매혹되어 책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꽃차는 다양하게 마시고 있지만 음식은 본 기억이 없는데 어릴적에 동백꽃이나 사루비아꽃을 따 꿀을 빨아먹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 꽃을 이용한 음식이 꽤 색다르겠다는 생각은 든다. 유채꽃을 이용한 나물요리도 나오는데 제주에서는 꽃과 줄기를 같이 꺾어 나물요리와 김치를 만들어먹기도 해서 더 반가웠다. 그러고보니 유채꽃을 이용한 김치가 좀 그립기는 하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요리할 때 모든 꽃을 다 사용할수는 없을 것이라는 건 예상하지만 과연 어떤 꽃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가, 였는데 이런 팁같은 내용들이 요약 정리되어 있어 혹시나 꽃음식 요리를 해 볼 생각이 있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샐러드나 약식, 차, 술, 장아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되는 음식을 보니 한번 맛보고 싶어지기는 한데 직접 만들어본다는 것은 그리 쉬울 것 같지 않다. 그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책을 보는 내내 화사한 아름다움을 즐겼으니 지금은 그것에 만족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