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스피러시 - 미디어 제국을 무너뜨린 보이지 않는 손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박홍경 옮김 / 책세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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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엊그제 팩트체크를 하며 반대의견을 가진 자들에게도 자신의 글을 읽게 하는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음모와 관련해 옐로저널리즘의 글을 읽고 있으려니 순간 좀 당황스러웠다. 

이 책 컨스피러시는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과 미디어 업체 고커사이의 법적인 소송건에 대해 다룬 이야기이다. '침묵을 거래하는 손'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까지 한 내용이라고 하는데, 이들의 표면적인 법정 싸움에 대한 것 이상으로 물밑작업을 하는 과정과 결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더구나 고커를 무너뜨리기 위해 5년이 넘는 시간을 준비했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황색저널리즘에 대한 내용일 것이라 생각하며 보편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이 책은 그 하나의 사건을 이야기하며 수많은 의미를 담아내고 있었다. 사실 진행과정이 믿기지않을 만큼 소설 같으면서도 실제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권력의 힘'을 넘어서는 '자본의 힘'이 생각이상으로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 이런 실감은 사실 '정의와 진실'이 아니라 그저 자본의 힘에 의해 많은 것이 바뀌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 씁쓸한 뒷맛을 남길뿐이다. 


사건의 발단은 억만장자 틸이 '게이'임을 밝히는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지금의 관점이라면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2007년의 이야기라면 다르다. "뼛속까지 게이, 본질적으로 게이다"라는 댓글로 덴튼은 틸이 성적취향을 비밀로 하는 이유를 다른 사람들이 추측하도록 조장했다(41)라는 것에서 틸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 이후 틸은 자신이 당한 것 이상으로 되돌려주기 위한 컨스피러시를 꾸미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 음모의 과정이 처음의 시작은 황색저널리즘이라 생각이 들지만 뒤로 가면서 또 다른 관점을 갖게 되는 이유다. 

솔직히 이 글을 읽으며 말하고자 하는 관점이 명확하게 와 닿지 않아 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문장의 연결이나 문맥의 흐름이 내게는 쉽게 느껴지지 않아 글읽기가 좀 힘들었다. 

'음모'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 시작이 황색저널리즘에서 연유된 것이라 말하는 듯 하면서도 그에 대한 보복이 음모로 이루어지고 '돈의 권력'이라 말하며 또한 다음과 같은 인용을 하고 있기도하다. 

"사람들이 책임을 지게 될까 두려워서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게 될 것을 경계했다. 기자들이 중요한 기사에 위험을 무릅쓰지 않게 될까봐 우려했다." 고커의 한 기자는 사이트에 고커의 부고를 올리며 "우리는 억만장자가 언론사를 문 닫게 할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고 썼다. (356)


그래서 어쩌면 컨스피러시,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정의와 진실'이라는 것 역시 그 자체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음모로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낼수도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불과 몇년 전,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것을 떠올려도 그렇지 않겠는가. 여전히 음모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실제 검증까지 끝낸 노트북의 내용을 언론사에서 조작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나마 노트북을 발견해서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현재 많은 것이 달라졌을것이라 생각하면 좀 끔찍해진다. 그에 더해, 만일 지금도 최순실의 막대한 자금이 풀려 또 다른 음모를 꾸미고 있다면 또 우리의 역사가 달라질 수도 있을까, 생각해보면 더 끔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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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에 자신의 글을 제안하는법

이미 어떤 이야기가 소개되었는지 살피고 새로운 시각을 찾아라
자신의 주장을 하고 해결책을 찾아라
주제에 집중하라
본론을 빨리 꺼내라
시의성이 중요한 주제라면 서둘러라
글의 순서를 고려하라
진부한 표현과 전문용어가 글을 망친다
너무 뻔한 이야기는 피하라
뻔뻔할 정도로 자신을 홍보하는 글을 쓰지 않는다




로마의 웅변가이자 정치인인 키케로 Cicero의 글을 읽다가 그의 글이 얼마나 아름답고 명료한지 새삼 깨달았다. 예시를 들자면 많지만, 통찰력이 가득해 읽고 또 읽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한 구절만 발췌해 아래 실었다.


인류가 세기를 거듭하며 반복하는 여섯 가지 실수가 있다. 타인을 짓밟는 것으로 자신의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믿음, 변할 수도 고칠수도 없는 일을 걱정하는 태도, 성취할 수 없으므로 어떤 일이 불가능하다는 주장, 사소한 일에 기우는 마음을 다잡지 않는 것, 정신을 발전시키고 개선하지 않는 것, 자신이 믿는 바와 사는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 P202

나는 설득의 힘을 믿는다.
내 삶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몸소 체험했던 것이 큰 이유다. 글쓰기로든 사람과의 소통으로든 세상과 관계를 맺는 것이야말로이 세상의 본질이자 삶의 본질이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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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s 테이블 - 엘리와 헨케의 사랑 가득 스웨디시 키친 레시피 엘리's 테이블
엘리.헨케 지음 / 알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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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엘리의 일러스트를 보게 되었고 북유럽의 분위기가 넘쳐나는 귀여운 그림에 반해 일러스트 책도 읽고 인스타그램을 찾아 더 많은 그림을 보곤했었다. 일러스트 그림과 색감만 봐도 북유럽이야! 라는 걸 느낄 수 있는데 나도 색연필을 집어들고 따라 그려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 너무 좋다. 그런데 이번에는 엘리가 아니라 그녀의 남편 헨케가 스웨덴 가정식 요리책을 쓰고 요리 과정을 엘리가 일러스트로 그려넣은 책이 출판되었다. 엘리의 일러스트만으로도 좋다 생각했는데 스웨덴 가정식이라니. 요리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조합은 봐줘야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처음 책을 펼칠 때 일단 북유럽의 분위기가 낯설지는 않지만 요리는 낯설기만 하고 재료 자체도 현실적이지 않을 것 같아 요리책으로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미 우리나라에서 7년동안 거주를 한 이력이 있어서인지 요리재료는 우리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준비를 하고 - 없어도 되는 재료나 대체재료도 알려주고 있고 링곤베리 등 북유럽 특산품은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으로 구해볼 수 있는 것이라는 안내도 해 준다. 어쨌거나 구하기 어렵지 않은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요리와 음료 레시피 19가지가 담겨있다. 이 책 한 권이면 메인부터 시작해서 가벼운 식사와 디저트, 음료까지 북유럽 가정식을 코스처럼 즐길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웨덴의 가정식이라 뭔가 좀 달라보이지만 요리 과정이나 냉장고 속 채소들로 구성하여 만든 피티판나는 우리의 볶음밥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었고 요리 이야기와 곁들여진 스웨덴에서의 일상과 숲속에서 공수하는 과일과 야채들은 완벽하게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좀 부럽기도 했다. 겨울 캠핑은 들어봤어도 겨울 피크닉이라니 뭔가 했는데 얼어버린 호숫가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겨울 피크닉은 또 색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요리책이지만 스웨덴에서의 소소한 일상의 모습과 3대를 거쳐 전해지는 가구, 남편 헨케가 어린시절 사용하던 커다란 머그를 이제는 아내가 된 엘리가 사용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보면 집 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조카의 어린시절 작품인 머그컵을 치우지 말고 그대로 둬야하나...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이처럼 스웨덴 가정식으로 시작해서 북유럽의 가정 분위기와 그들의 일상 생활의 멋, 자연친화적인 생활도 엿볼 수 있는데 사진과 엘리의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한 권의 멋진 요리책을 완성하고 있어서 나 개인적으로는 참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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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포프 Alexander Prope 의 보편적 기도문 The Universal Prayer 이 자주 인용되는 이유가 있다.

타인의 아픔을 느끼고
타인의 결점에 눈 감는 법을 가르쳐주시옵고제가 사람들에게 베푼 자비를
부디 제게도 베풀어주시옵소서


공감은 본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다.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타인을 향한 관대함으로 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이기심으로 사용될 수 있는 수단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웨일 코넬의과대학교 교수이자 뉴욕타임스>의 고정 기고가인 리처드 프리드먼은많은 사람들이 공감이란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이들이 공감을 타인과 동일시하고, 타인의 감정에 동조하고, 상대의 고통을 진심으로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공감은 타인의 심리적 기제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에 가깝다. 영리한 정치인들, 선동가들, 사이코패스들은 공감에 능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최고의 정신과 의사들도 그러한데, 프리드먼 또한 이들 가운데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목표로 한 타깃이 이해와 위로를 받는다는 기분이 들게끔 한다. 이들의 도덕성에 따라 공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공감은 사람들에게 당신의의견을 납득시키는 연결고리가 된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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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 -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
앤 헬렌 피터슨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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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왜 번역서 제목을 '요즘 애들'이라고 했을까 궁금해진다. 누군가의 말처럼 방점은 '요즘'에 있지만 시선은 애들에게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역시 나 자신의 상태보다는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마음을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을 읽어가면서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는 조금 다른 시점에서, 내 개인의 환경과는 조금 많이 다른 환경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어떤 공감을 형성하고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시대와 세대의 관점에서 번아웃되어가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중점을 두며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책의 내용이 실감나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 시점에서부터 책이 조금 더 흥미롭게 읽히기는 했지만 '요즘 애들'에서 나는 반걸음쯤 떨어져 있다는 생각은 여전히 버릴수가 없다.


'부모처럼 살기 싫지만 부모처럼 되기도 어려운 세대'라 일컫고 있지만 사실 부모 세대는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살아갈 여유가 없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내 관점에서 지금의 젊은이들은 번아웃될때까지 자신을 소진하지는 않는 것 같아 보여서 이 생각의 갭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저자의 글을 계속 읽다보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결코 자애롭지 못한 자본주의'(194)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상위계층으로 진입하기 어렵고 긱 경제제도에서 더 강도높은 노동을 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생활을 하는 현재의 노동자들의 고됨이 밀레니얼세대의 경제활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요즘 파이어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들었다. 경제적 독립을 하여 40대에 퇴직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고 들었는데, 40대 은퇴자의 인터뷰를 보니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지며 삶을 즐기고 노동없이 논다는 개념이 아니라 번아웃되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고 느꼈다. 30대후반, 40대 초반에 벌써 경제적으로 노후대비까지 할 수 있는 경제적 자립을 할만큼의 소득이 있었다는 것이 조금, 아니 많이 부럽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그들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당연히 부정적이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애들'에 대해 알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이 책을 통해 요즘 시대의 노동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요즘 세대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조금 더 넓게는 번아웃되어 소멸되어가버리는 노동자들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엄마처럼 살기 싫은 엄마들'에 대한 이야기에서처럼, 저자가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이 모든 것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하고 기를 쓰며 살아가야하는 것이 아니라 번아웃되기 전에 '이렇게 살 필요는 없다'(380)'를 되내어보자. 되는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모두가 연대하며 함께 더 나은 삶을 위해 살아가야함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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