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이미 지나갔건만, 모든 것이 폭발해 산산조각나버렸건만, 이제 와서 어떻게 잘잘못을 따질 수 있으랴?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인생에서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으랴? -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나는 운명과 부모의 손에 놀아난 바보였다-돌바닥이 차디차다. 어서 이 돌바닥에서 일어나야 한다. 저쪽에는뚱뚱한 사내가 여전히 우뚝 서 있고, 그는 권총으로 내 심장을 겨누고있다. - P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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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노암 촘스키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6년 1월
평점 :
절판


역시 과거의 역사는 되풀이 되는걸까?

태양이 언젠가 소멸되고 지구도 우주의 역사속으로 사라진다는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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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 지평선, 이라니.
블랙홀 가장자리라는 설명을 보니.
잊그제 들었던 사건의 지평선이 그것이겠구나 싶어 찾아봤다.

유퀴즈에서 들을줄몰랐던 단어가 이렇게 바로 읽고있는 책에 나오다니.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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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새해 첫날, 나는 서른다섯 살 나이에 일흔 살이 되었다. 성경에 기록된 수명을 넘어서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불길한 사건이겠지만평균수명이 구약성서에서 약속한 나이에 훨씬 못 미치는 나라에서는더욱더 불길할 수밖에 없거늘, 하물며육개월마다 꼬박꼬박 일년치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불초소생에게는 얼마나 더 아찔하고 암담한 순간이었으랴. 그러나 인간의 정신은 비정상을 얼마나 쉽게 ‘정상화‘하는가! 정말 터무니없는 일마저 금방 있을 법한 일‘로 여기거나 더 나아가평범한 일, 굳이 생각할 가치도 없는 일처럼 당연시하지 않던가!-그래서 내 ‘상황‘의 경우에도 한때는 ‘불치‘라느니, ‘불가피‘라느니, 그 밖에도 지금은 기억조차 안 나는 온갖 ‘불 - 무엇무엇‘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어느새 따분한 일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나 자신조차 별로 신경을안 쓰게 되었다. 내 인생이 반토막이 나버렸다는 이 악몽도 그저 주어진 ‘현실‘에 불과했다. ‘현실‘이 그렇다는데, 내 ‘현실‘은 이러저러하다는 이야기 말고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아니, ‘현실‘과 협상을 해볼 수도 있을까요? 말도 안 되지! ‘현실‘을 늘이거나 줄이거나 비난하거나 좀 봐달라고 부탁해볼 수 있을까요? 안 된다니까, 그런 시도조차 지극히 어리석은 짓이지-그렇다면 이토록 비타협적인, 이토록 절대적인 ‘존재‘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이보시오, ‘현실‘은당신이 다가오건 내버려두건 아랑곳하지 않고, 그러니 그냥 받아들이며 사는게 상책이지 - ‘현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나요? 가령 램프처럼,
신발이나 선박처럼, 그렇게 고마운 온갖 물건처럼 낡은 ‘현실‘을 새로운 ‘현실‘로 바꿔볼 수는 없을까요? 그렇소. 만약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결론은 하나뿐인데, 처음부터 ‘현실‘이 아니라 ‘겉모습‘ ‘겉치레‘ ‘속임수‘였다는 뜻이겠지. 진정한 ‘현실‘은 당신이 말하는 그 불타는 ‘촛불‘
처럼 맥없이 녹아내려 촛농으로 굳어지는 것이 아니오. 그렇다고 연약한 필라멘트가 달린 ‘전구‘ 같은 것도 아니고, 그 불빛을 찾아 날아들어명을 재촉하는 ‘불나방‘ 같은 것도 아니지. 흔해빠진 가죽 구두도 아니니까 물이 새는 일도 없고, ‘현실‘이라면 번쩍번쩍 빛나야지! 잘 걸어다녀야지! 물에 떠야지! 맞습니다! - 영구불변 - P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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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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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녀시절부터 쥘 씨의 식당에서 서빙 일을 해 오던 루이즈는 어느 날 단골손님인 의사에게서 '당신의 벗은 몸을 보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의 끝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데, 책을 다 읽고난 후에도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라는 생각을 멈출수가 없다. "악마 같은 플롯을 지닌 책"이라는 르 파리지앵의 평은 인정할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소설은 1940년 4월 6일에서부터 6월 13일까지, 초등학교 교사인 루이즈와 군인인 가브리엘과 라울, 페르낭 그리고 내게는 사기꾼(?)으로 여겨졌던 테지레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도 아닌데 소설의 줄거리를 풀어놓는 것이 쉽지 않다. 등장인물들 각자에게 숨겨져있는 이야기를 독자인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순간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파리가 독일군에게 습격당하며 점령되는 그 짧은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등장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전쟁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된다. 루이즈의 가정사에 얽힌 이야기는 그렇게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현재를 떠올리게 하지만 라울과 가브리엘의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과거에 얽매이던 것이 어떻게 풀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페르낭의 이야기는 부인 알리스와 꿈꾸던 세상을 이루기 위해 현재의 자신을 부정해야하는 딜레마에 빠지며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미래의 세상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그리고 테지레, 엉터리 라틴어 미사를 하는 우리들의 신부님 이야기는 정말 절대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아도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전쟁의 참상을 이야기하면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모습이 감동이다. 비겁한 야바위꾼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도 인간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자신의 아이가 아니지만 그 아이들을 위해 걸인이 되기도 하고 도둑이 되기도 하며 당당하게 협박을 하여 생존을 이어나가기도 하는 모습은 인간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슬픔의 거울'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것 아닐까. 더구나 등장인물들의 뒷 이야기를 상세히 풀어주는 친절한 피에르씨의 에필로그 역시 얼마나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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