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아
램(lamb) 지음 / 팜파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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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은 어떤 것일까. 

나는 사실 죽을만큼 힘을 내어 살아야겠다는 마음 근처에도 가본적이 없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왔을뿐이고 삶을 지속하는데 그리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조차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내가 죽을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난 후부터 덤으로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조금 더 살아가고 있음에 대한 감사함이 생길즈음 '살고 싶어서 죽을 것 같다'는 말 속에 담겨있는 간절함이 뭔가 다르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공황장애'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공황장애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불안증이 증폭되며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인 불안 속에 지내게 되는 괴로움이 무엇일지는 알 것 같기도 하다. 


'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아'라고 외치는 램은 다른 사람보다 불안증이 조금 더 심하다고 말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닥쳐 온 스트레스 - 엄마의 투병생활을 간병하며 직장생활을 하는 나날 속에서 갑자기 답답해지며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고 병원으로 가 결국 공황장애 진단을 받게 된다.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인해 공황장애가 더 심해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가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무서워 일상생활이 쉽지 않게 되었을 때의 느낌일까 생각해보지만 어쩌면 실제 공황장애의 증상은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예전에 치과진료를 받을 때 치료를 시작하려고만 하면 숨이 막혀 숨을 쉴수가 없어 계속 치료를 중단시키고는 했었는데 편히 숨을 쉬면 되는데 자꾸 숨을 못쉬겠다고 말한다며 모두 이해할수 없어 했었던 적이 있다. 불안해서 그런가 싶어 마음을 편히 갖고 숨을 깊이 들이마셔봐도 도무지 숨을 쉴 수가 없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순간을 떠올려볼때마다 공황장애라는 것이 그 비슷한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곧 공황장애일지도 모르겠지만 병원에 가는 것도 겁이 난다. 


갑자기 시작된 불안 증상과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가족에게도 알리고 약을 먹으며 치료를 이어나가는 과정이 한컷 그림만화에세이로 표현되고 있는데 작가 램의 바람대로 이 책이 누군가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것, 끝나지 않을 불안속에서 살아가야하겠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웃으며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잊지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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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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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인들한테는 아주 괴로운 일이 있었어. 무척 슬픈 일이있었거든, 엄청나게 하지만 두 사람은 그걸 무사히 극복해냈지. 그래서 지금 두 사람은 둘에게 있어 최고의 행복 속에서 살수 있는 거지. 그렇게 된 거야. 두 사람이 모든 걸 극복하고 도달한, 평범해 보이는 저 방이 실은 헤븐이야." - P71


고지마에게 헤븐이 두 연인이 괴롭고 슬픈 일을 극복해내고 도달한 평범해 보이는 방,이라고 한다면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소설 속 화자인 나에게 헤븐은 어떤 곳이었을까.


학교에서 집단 폭력과 따돌림을 당하는 '나'는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눈이 사시라는 이유만으로 반친구들에게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믿는 '나'에게 어느 날 편지 한통이 도착한다. 만나자,라는 편지 한 통으로 시작된 두 왕따의 이야기는 그냥 그렇게 헤븐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권선징악, 사회정의 실현으로 이어지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할 때쯤 이야기의 전개는 다르게 흘러간다. 

'나'와 또 다른 왕따 고지마의 우정이 이어져가고 그것만으로도 폭력과 괴롭힘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고 죽고 싶다는 그 마음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 역시 녹록치않고 반친구들의 괴롭힘은 점점 더 강도가 높아져간다. 요즘 뉴스로 접하게 되는 십대청소년들의 폭력성은 상상을 초월할만큼 끔찍한데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폭력성 역시 불편한 마음 이상으로 너무 잔인해 순간순간 현실이 아니라 믿고 싶어진다. 


그런데 더욱 모호한 것은 병원에서 만난 모모세와의 만남을 통해 모모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일종의 궤변처럼 느껴졌는데 그에 대한 어떠한 반론도 없고 '나'의 생각도 명확하지 않다. 결국 소설을 읽으며 소설속의 '나'가 아닌 현실속의 내가 존재의 의미와 관계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소설 속 '나'가 왕따를 당하는 이유가 친구들과 달리 '사시'이기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모모세는 그것은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자꾸 그것이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 그냥 우연히 이루어지는 상황일뿐이라는 것처럼 느껴져 불편했다. 모모세와 고지마가 자신의 생각을 그리 장황하면서도 명확하게 주장하고 있는것과 달리 '나'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는 것이 더 현실적인 묘사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 비치는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나는 울면서 그 아름다움 속에 우두커니 서 있었고, 동시에 어디에도 서 있지 않았다. 눈물은 소리를 내며 흘러넘쳤다.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것은 보통의 아름다움이었다. 누구에게 전할 수도, 누구에게 알아달라고 할수도 없는 보통의 아름다움이었다."


어쩌면 결국 '나'가 바라보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나의 눈으로 - 사시의 시선이 아니라 보통의 시선이라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바라보는 세상이며 그 세상이 곧 보통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에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깨닫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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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림은 말이지, 연인들이 방에서 케이크를 먹는 그림이야. 빨간 양탄자랑 테이블, 엄청 근사해. 거기 있는 연인들은목을 마음대로 자유롭게 쭈욱 늘릴 수 있어서, 어디에 있든 뭘하든 금방 서로 딱 붙을 수 있어. 편리하지?˝
˝편리하네.˝
˝맞아.˝
고지마는 기쁜 듯이 웃었다.
˝그 방은 언뜻 보면 평범한 집의 평범한 방처럼 보이지만,
거긴 사실 헤븐이야.˝
˝천국이란 거야?˝
˝노, 헤븐.˝
고지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의 깊게 말했다.
˝헤븐이란 건, 그 연인들이 죽었다는 뜻이니?˝
내가 되물었다.



˝그 연인들한테는 아주 괴로운 일이 있었어. 무척 슬픈 일이있었거든, 엄청나게 하지만 두 사람은 그걸 무사히 극복해냈지. 그래서 지금 두 사람은 둘에게 있어 최고의 행복 속에서 살수 있는 거지. 그렇게 된 거야. 두 사람이 모든 걸 극복하고 도달한, 평범해 보이는 저 방이 실은 헤븐이야.˝

"그 연인들한테는 아주 괴로운 일이 있었어. 무척 슬픈 일이있었거든, 엄청나게 하지만 두 사람은 그걸 무사히 극복해냈지. 그래서 지금 두 사람은 둘에게 있어 최고의 행복 속에서 살수 있는 거지. 그렇게 된 거야. 두 사람이 모든 걸 극복하고 도달한, 평범해 보이는 저 방이 실은 헤븐이야."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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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증이 심한걸보면 나 역시 언젠가 한번쯤 그랬을지도.
아니. 치과진료받을때 갑자기 숨이 안쉬어졌던것이 그 증상이었을까.
아무튼.
불확실한 것에 대한 두려움은 나의 현재를 더 불안하게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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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이따금 생각할 때가 있어."
나는 무심코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말을 하는 건 인간뿐이잖아. 개도, 교복도, 책상도, 꽃병도 말은 안 해."
고지마는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렇지. 모든 존재 가운데 우리는 압도적으로 소수야" 하고 나는 말했다.
"이러쿵저러쿵 말로 떠들고 그걸로 이런저런 문제를 잔뜩 만들어서 별별 짓을 다 하는 게 이 세상에서 인간뿐이라니, 생각해보면 좀 바보 같아."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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