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밤 - 문명이 풀지 못한 미스터리를 읽는 밤
기묘한 밤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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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 풀지 못한 미스터리를 읽는 밤'이라니. 이 책은 '기묘한 밤'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다뤘던 주제 중 조회수가 높은 이야기들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거인의 이야기를 하면서 조회수가 급증하며 채널을 유지하게 되었다는 k의 픽인 칸다하르의 거인 이야기는 나 역시 이 책을 설렁거리며 펼쳐 읽다가 기묘한 밤의 유튜브 동영상까지 보게 만들었으니 '기묘한 밤'의 이야기들이 여러 의미에서 흥미롭다. 

사실 칸다하르의 거인 이야기는 증거는 없이 증언에 의한 것뿐이어서 백퍼센트 신뢰를 할 수는 없는 이야기지만, 얼마전에 읽은 '마지막 거인'이라는 동화책이 떠올라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알면 알수록 미스터리한 인류의 역사이지만 솔직히 나는 그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은 의문으로 남는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지 않고 기획의도만 생각해 읽기 시작하다보니 세상의 풀리지 않는 - 그러니까 현재의 과학기술과 문명으로는 풀지 못한 이야기들에 대해 명쾌한 답이 아니라 추론과 상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것임을 알고 좀 허탈하기는 했다. 불가사의한 이야기는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 아닌가. 


물론 L이 언급한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는 미확인비행물체인 UFO의 이야기도 증언뿐 아니라 증거품까지 나오고 있다고 하니 그의 주장처럼 기묘한 밤이 다큐채널이 되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기묘한 밤의 이야기들 중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가 아니라 과학적인 증명으로 명확히 밝혀지는 이야기가 될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게 되기도 한다. 

모아이 석상이나 마추픽추, 피라미드, 앙코르와트, 그리고 아틀란티스나 거인의 이야기 등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고대문명의 흔적이나 전설로만 내려오는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그 의미에 대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 믿어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내 살아생전에 가능할지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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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걸 볼 필요가 없다
"얘야, 너무 빨리 가지 마라."
할아버지는 내 걸음을 따라오지 못했다. 오늘 나는 머릿속이 온통 일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때의 엄마 아빠처럼걸었다.
"그렇게 가면 아무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하지만 이제 거리를 다 외웠는걸요!"
"그건 네 생각이지."
할아버지가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플라타너스로 다가갔다. 먼저 뿌리 쪽을 바라보고 나서 그다음에는더는 고개를 들 수 없을 때까지 고개를 위로 젖혔다.
나도 할아버지를 따라했다. 하지만 특별한 걸 볼 수는없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내가 손으로 할아버지를 잡아끌 때까지.
"할아버지, 뭘 보셨어요?"
"그냥 봤어. 꼭 특별한 걸 볼 필요는 없어."
그러고 나서 할아버지는 나에게 그 문장을 기억해 두라고 표정으로 말했다. 더는 말을 하지 말고 위를 바라보고 기다리라고 할아버지는 바로 그때 기억을 만들고 있었다고. - P36

우리는 베짱이가 될 수 있어나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우화인 줄 몰랐다. 옛날에아빠가 읽어 주었지만, 할아버지가 이야기해준 게 훨씬 좋았다.
"그런데 할아버지, 우리는 개미처럼 해야 하는 거죠? 그렇지요?" 다 읽고 나서 할아버지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이렇게 말했다.
"아니다. 우리는 베짱이가 될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러면 겨울에......."
"겨울은 잊어버려라. 아직 오지 않았잖아."
할아버지가 조금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내 머릿속에 그날 오후에 보았던 개미들이 떠올랐다. 모두 일렬로 서서 부지런히 빵 부스러기를 나르고 있었다.
"그런데 할아버지, 개미굴에 도착하기 전에 누가 밟기라도 하면요?"
할아버지가 내 눈에서 개미들을 보았다는 것을 알았고,
나를 이해시키려고 설명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았다. 할아버지는 마치 내가 답을 알고 있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우화는 동화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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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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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니요. 미미여사의 글은 늘 반갑지만 이번은 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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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강하다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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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귤 작가의 첫 청소년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궁금한 책이었는데 며칠 바쁘게 지내다보니 그걸 또 금세 잊어버리고 책을 펼쳐들었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느 한쪽을 따라가야만 하는 하다는 어린시절 자신을 키워 준 할머니와 함께 살 수 있는 엄마를 선택한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생활환경이 바뀌는 것이 힘들지만 그것을 이켜낼 수 있을 만큼 할머니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학교에 간 하다는 4월 기말 시험에 바쁜 친구들 틈에서 존재감 없는 전학생이 되지만 교실에서 여자애들에게 둘러싸인 이은우와 우연히 눈이 마주치는 순간... 을 읽을때까지만 해도 김청귤 작가의 소설임을 잊고 있었다. 내가 이 청춘소설을 왜 읽고 싶어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기는 순간 장면 전환이 이루어진다. 갑작스러운 비명과 피투성이가 되어 달아나는 학생들,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는 순간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구를 애타게 부르는 은우를 보게 된 하다는 잘 걷지 못하는 은우를 업고 도망쳐나와 집으로 돌아가는데......


세세하게 도입을 설명할 생각은 없었지만 평범한 청춘소설로 시작하는 것 같았던 이 소설의 시작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아파트 위층에 살고 있는 은우와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 온 하다는 뉴스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태전이 특별재난 지역으로 되어 도시 봉쇄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태전의 65세 이상 노인들이 좀비로 변해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그들의 공격을 피해 하다는 할머니와 함께 집안에 갇힌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소설을 읽어나갈수록 몇년 전 봤던 드라마 '해피니스'가 떠오른다. 기본적인 설정이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좀비가 출현한 지역의 아파트에서 생존을 위해 벌이은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인간의 상황에 따른 천태만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의 성인 버전과 청소년 버전을 보는 느낌이기도 하다. 

하다와 하다의 할머니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에피소드는 어쩌면 식상해보일수도 있겠지만 좀 더 현실적이고 좀비바이러스로 세상이 종말을 향해가는 것 같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이상향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이 소설을 밝고 활기찬 분위기로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그들의 삶이 있고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의 마음을 아기 사랑이를 돌보는 엄마 지혜를 통해 느끼게되기도 하고 부모의 태도로 인해 자격지심을 갖고 있는 은우가 조금씩 그 자신의 존재자체로 의미가 돌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따뜻하고 희망적이며 또한 용감함이 넘쳐나는 '달리는 강하다'를 추천하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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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 살인
혼다 데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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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난 후에야 이 책이 2014년에 출판된 '짐승의 성'의 개정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명 책 정보를 확인하고 책의 내용을 살펴보고 읽을 생각을 했을텐데 너무 읽고 싶은 마음이 앞서 보고 싶었던 글만 읽었나보다. '세뇌 살인'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가스라이팅 범죄에 대한 관심때문에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소설의 내용이 궁금했을뿐인데 이 책은 솔직히 조금 감당이 안되어 버거운 느낌이 들만큼 범죄의 세세한 묘사가 가장 크게 남아있다. 


예전에 토막살인이라고 하는 단어만 봐도 끔찍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은 시신을 토막내고 장기의 해체와 처리까지 생각만해도 끔찍한 피범벅의 세계에 대한 묘사가 정말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하드고어를 좋아하지 않는 내게는 솔직히 좀 견디기 힘든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적나라한 묘사에 책읽기가 더디었는데 계속 읽다보니 무심결에 그냥 쓱쓱 읽고 있는 나 자신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니, 그조차도 내가 깨달았다기보다는 아쓰코를 심문하던 경찰들이 아쓰코의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니 그에 익숙해져가고 있다는 문장을 읽으면서 나 역시 그들과 같은 느낌이야,라는 걸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조금 더 구체화시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반복되는 것 같은 이야기를 그만 해야겠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세뇌시키는지를 보는 과정이 끔찍하게 느껴지고, 나는 아니야 라고 부인하고 싶지만 서서히 악의 올가미 늪으로 빠져드는 인물들을 보면서 그곳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약점이 잡히고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생각해보면 또 그럴 것 같다는 생각에 나 역시 그들과 같은 행동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싶어지기도 한다. 


수많은 논란이 있었다는 것이 이해될만큼 이 소설은 과연 누가 범인인가, 요시오는 누구인가를 찾기 위해 집중을 하고 싶은데 그것을 방해할만큼 살인의 묘사가 너무 끔찍하다는 것만 남아있어서 솔직히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부분을 슬쩍 건너뛴다면 악인들중 최악은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에 흥미를 느낄수는 있을 것 같다.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이 쓰여졌다는 것도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조금씩, 한명씩 서서히 올가미에 얽혀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음을 넘어서는 것이기도 한데 소설을 읽다보면 그 인과성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그럴 것 같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한다. 

어쩌면 정말 우리 모두는 악마와 짐승, 그 어디쯤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맞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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