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 살인
혼다 데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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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난 후에야 이 책이 2014년에 출판된 '짐승의 성'의 개정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명 책 정보를 확인하고 책의 내용을 살펴보고 읽을 생각을 했을텐데 너무 읽고 싶은 마음이 앞서 보고 싶었던 글만 읽었나보다. '세뇌 살인'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가스라이팅 범죄에 대한 관심때문에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소설의 내용이 궁금했을뿐인데 이 책은 솔직히 조금 감당이 안되어 버거운 느낌이 들만큼 범죄의 세세한 묘사가 가장 크게 남아있다. 


예전에 토막살인이라고 하는 단어만 봐도 끔찍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은 시신을 토막내고 장기의 해체와 처리까지 생각만해도 끔찍한 피범벅의 세계에 대한 묘사가 정말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하드고어를 좋아하지 않는 내게는 솔직히 좀 견디기 힘든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적나라한 묘사에 책읽기가 더디었는데 계속 읽다보니 무심결에 그냥 쓱쓱 읽고 있는 나 자신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니, 그조차도 내가 깨달았다기보다는 아쓰코를 심문하던 경찰들이 아쓰코의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니 그에 익숙해져가고 있다는 문장을 읽으면서 나 역시 그들과 같은 느낌이야,라는 걸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조금 더 구체화시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반복되는 것 같은 이야기를 그만 해야겠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세뇌시키는지를 보는 과정이 끔찍하게 느껴지고, 나는 아니야 라고 부인하고 싶지만 서서히 악의 올가미 늪으로 빠져드는 인물들을 보면서 그곳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약점이 잡히고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생각해보면 또 그럴 것 같다는 생각에 나 역시 그들과 같은 행동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싶어지기도 한다. 


수많은 논란이 있었다는 것이 이해될만큼 이 소설은 과연 누가 범인인가, 요시오는 누구인가를 찾기 위해 집중을 하고 싶은데 그것을 방해할만큼 살인의 묘사가 너무 끔찍하다는 것만 남아있어서 솔직히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부분을 슬쩍 건너뛴다면 악인들중 최악은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에 흥미를 느낄수는 있을 것 같다.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이 쓰여졌다는 것도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조금씩, 한명씩 서서히 올가미에 얽혀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음을 넘어서는 것이기도 한데 소설을 읽다보면 그 인과성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그럴 것 같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한다. 

어쩌면 정말 우리 모두는 악마와 짐승, 그 어디쯤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맞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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