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정확한 셈을 요구하실 것입니다. 장관님은 헤스딘의 아눌프를 포함해 아흔네 명을처형하라는 지시를 받으셨지요. 그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든 아니든 간에 어쨌든 명령은 떨어졌고, 장관님은 그 명령에 찬동하셨으며, 그 일은 문서에 기록되었고, 납득된 사항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에 대한 셈은 훗날 다른 법정에서 치러지겠지요. 그런데 그 아흔다섯 번째 시신은 애초의 셈법에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왕도 그를 이승에서 추방하라 명하지 않았고, 그어떤 중신도 그를 처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없으며, 그는 모반이나 반역죄를 포함한 그 어떤 죄로도 고발당하거나 기소된 적이없는 사람이므로 그를 죽인 자는 살인을 저지른 것입니다." - P76
"저와 함께 가셔서 그 시신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캐드펠은딱 잘라 말했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습니다. 다른사람들처럼 교수형 당하지도 않았고, 두 손을 결박당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봤을 때 상태가 전혀 다릅니다. 이를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그저 셈에서 누락됐을 뿐이라고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프레스코트 장관님, 처형된 이들 중에는 숲속에 숨겨진 한 장의 나뭇잎처럼 은밀하게 살해된 사람이 하나 끼어 있습니다. 장관님은 제가 그를 찾아낸 것을 유감스럽게 여기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설혹 제가 못 봤다 할지라도 하느님까지 이를 보지 못하실까요? 설령 장관님께서 저를 침묵시킬 수 있다 쳐도, 제가 입을 다문다 해서 하느님까지 침묵하시리라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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