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험난한 시대에는 그누구도 양심에 따라 자기 길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받아들이는 것 이상은 할 수 없어요."
"좋은 시대건 나쁜 시대건 인간은 그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없는 법이지." 캐드펠은 간결하게 맞장구쳤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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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정확한 셈을 요구하실 것입니다. 장관님은 헤스딘의 아눌프를 포함해 아흔네 명을처형하라는 지시를 받으셨지요. 그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든 아니든 간에 어쨌든 명령은 떨어졌고, 장관님은 그 명령에 찬동하셨으며, 그 일은 문서에 기록되었고, 납득된 사항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에 대한 셈은 훗날 다른 법정에서 치러지겠지요. 그런데 그 아흔다섯 번째 시신은 애초의 셈법에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왕도 그를 이승에서 추방하라 명하지 않았고, 그어떤 중신도 그를 처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없으며, 그는 모반이나 반역죄를 포함한 그 어떤 죄로도 고발당하거나 기소된 적이없는 사람이므로 그를 죽인 자는 살인을 저지른 것입니다." - P76

"저와 함께 가셔서 그 시신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캐드펠은딱 잘라 말했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습니다. 다른사람들처럼 교수형 당하지도 않았고, 두 손을 결박당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봤을 때 상태가 전혀 다릅니다. 이를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그저 셈에서 누락됐을 뿐이라고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프레스코트 장관님, 처형된 이들 중에는 숲속에 숨겨진 한 장의 나뭇잎처럼 은밀하게 살해된 사람이 하나 끼어 있습니다. 장관님은 제가 그를 찾아낸 것을 유감스럽게 여기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설혹 제가 못 봤다 할지라도 하느님까지 이를 보지 못하실까요? 설령 장관님께서 저를 침묵시킬 수 있다 쳐도, 제가 입을 다문다 해서 하느님까지 침묵하시리라 생각하십니까?"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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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쉬었다가 이 세상을 하직한 사람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러 가자. 언젠가 이 세상을 하직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누구나 다르지 않으니 죽음이 가장끔찍한 악은 아니야.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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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예상해야 했는데! 때를 가리지 않고 종교적 발작을일으키거나 신비스러운 열광에 휩싸이는 사람 아닌가, 특히 최근들어 그는 빛 속으로 이끌려 돌아올 줄을 몰랐다. 그러나 보아하니 콜롬바누스 수사는 땅바닥에 온몸을 맹렬하게 내던지면서도 조금도 다치지 않는 방법을 체득한 모양이었다. 환영으로 인한 것이든 죄악으로 인한 것이든 종교적 발작에 빠져 자신의 몸을 내던지면서도 그는 날카롭고 딱딱한 물체에 부딪치거나 혀를깨무는 법이 없었다. 술 취한 사람을 다룰 때처럼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이 고통에 짓눌린 수사를 살펴보는 동안, 그로서는 마음한 켠에서 일어나는 신랄한 생각을 도무지 막을 길이 없었다. 종교적인 열정의 과잉 또한 과음과 다름없는 도덕적 문제야.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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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시간을 두고 그 모든 것을 해결해주시겠지요." 의미심장한 대답을 남긴 채 카이는 어둠 속으로 터벅터벅 멀어져갔다. 캐드펠은 심란한 기분으로 오솔길을 걸었다. 그래, 하지만 반대로 하느님이 간혹 약간의 도움을 구할 때면 인간은 대개 훼방만 놓지.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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