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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어떻게 책이 되었을까
윌리엄 슈니더윈드 지음, 박정연 옮김 / 에코리브르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성경을 읽기도 하고, 성경공부도 했고, 주해석서도 읽어봤고.... 그런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이 책을 읽는데 좀 더 수월하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기본적인 얘기를 건너 뛰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그나마 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조금씩 읽어나가면서 참 바보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겨우겨우, 뜻도 내용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장수만 넘길뿐이었다.
문자화된 기록으로 남는 것의 의미를 말하고자 한 것인지, 성경이 기록되어가는 과정을 말하고자 한 것인지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 경계선의 모호함속에서 나는 저자의 뜻을 깨닫지 못하고 후다닥 책을 덮어버렸다. 나같은 사람으로서는 도무지 흥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아마도 그리스도교 신자라고 한다면 대부분이 한번쯤은 성경필사라는 것을 해 봤을 것이다. 책을 그대로 베껴 옮기는 일에도 수많은 오자가 생기고 문장이 빠져나가 문맥의 흐름이 이상해져버릴 때도 있는데 과거에 구술되던 이야기를 기록한다는 것은 당시의 기록문자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뜻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기본적인 전제, 그러니까 성경이 구두전승되어 온 신앙을 기록한 것에 중점을 둔 것인지 아니면 권력을 잡은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다지기 위해 기록문자를 이용해먹은 것인지 분명히 밝혀두고 있지 않다. 책을 너무 허술하게 읽어버려서 깨닫지 못하고 있는건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서평이라는 걸 쓰고 있는 것도 거짓이 될 수 밖에 없네. 아, 어쩌나. 이것도 기록으로 남아버릴텐데 말이다.
"글은 무엇보다 국가에의해 통제되었고, 국력의 과시 수단이자 행정의 도구였다. 두번째로 글은 신의 선물이었다. 그런 경우 글은 저주문이나 ''쓴 물''의 의식과 같은 마술적 의식의 일부로 사용되었다. 글은 또한 하늘에서, 즉 ''생명의 책''에 사람들의 이름을 올리는 데 쓰이거나 하느님이 땅위에 거하실 처소의 설계방법을 기록한 점토판 위에 씌어지기도 했다. 반면에 구두전승은 문화를 후대로 이어주는 매개 수단이었다. 초기 이스라엘 사람들은 선조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노래를 불렀다. 금언과 옛 이야기, 노래를 통해 각 세대는 고대 이스라엘의 문화적 유산을 전수받고 또 전했다"(312)
나는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성경은 어떻게 책이 되었나''의 의문이 풀리기 보다는 유대 랍비들의 권위가 어떻게 세워지게 되었나,를 알게 된 것 같다. 저자는 또 글을 끝맺으면서 "랍비 유대교나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는 서기관 출신을 찾아볼 수 없다. 왜냐하면 사회 지도층이나 학식 있는 제사장들이 주도하던 신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랍비 유대교나 그리스도교는 평민이나 배우지 못한 이들 사이에 퍼져나갔고, 그에 따라 구두전승과 선생에게 권위가 주어졌다''라고 하고 있다. 내가 조금 비약해서 이 말을 받아들이자면 문자로 기록된 성경이 구두전승을 이어나가는 유대랍비의 권위에 못미친다는 말처럼 느껴진다. 아, 요즘 유행어처럼 ''그건 아니잖아~''를 외치고 싶은 심정은 또 뭔가.
문자,라는 것이 단지 지식인층이 점유하는 것이고 문자로 기록된 것은 지배자지식층의 것이다 라고 단정지을수는 없다. 물론 저자의 뜻도 그런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덮고나서 여전히 내게 남아 있는 건 이런 것들뿐이다.
오히려 기록문자의 역사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 훨씬 좋았을지 모르겠다. 그런 관점으로 성경을 바라보는 것이 명확해보일 것 같다. 괜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성경''이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고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