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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맑음 - 일본 아이노시마 고양이섬 사진집
하미 지음 / 반정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일본 아이노시마 고양이 섬의 사진집이라는 말에 꼭 보고 싶었다. 사실 그동안 고양이 사진집과 에세이를 낸 꽤 유명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고양이들의 다양한 모습과 상상의 여지가 있고 깊이가 있는 글을 기대하고 있었기에 바쁜 연말에 아껴뒀다가 연휴가 되는 날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그런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가만히 살펴보면 같은 고양이를 여러 컷 찍어 내용만 바꾼듯한 느낌도 들고 고양이의 모습과 제목을 꿰어 맞춘듯한 느낌이 드는 어색한 사진도 보였다.
굳이 여러 제목을 붙여 장을 나누어 책의 페이지를 늘릴 필요가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이어 '사진집'임에도 불구하고 제본 편집이 완전히 펼쳐지는 형태가 아니라 책의 전면을 채우는 고양이 사진도 가운데 부분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 책은 정말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닥 맘에 드는 책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아이러니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장 좋았던 부분이 비컷이었다. 야생의 고양이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는지 손이 찍혔다는 이유로 비컷이 되고, 촛점이 흐려지거나 배경이 되는 나무에 촛점이 가버렸다는 이유로 비컷이 되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촛점이 살짝 빗나가기는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어서 좋았다. 앞쪽의 가만히 앉아있는 고양이들의 사진과 제목들이 오히려 더 작위적인 느낌이어서 비컷이 더 좋았던 것일까?
그래도 저자의 글에서 '고양이 맑음'에 대해 다시 한번 읽어보니 사진의 느낌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다. 고양이 섬이라고 알려졌지만 그렇다고 그곳이 고양이들의 천국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했고, 작고 앙증맞은 이쁜 고양이들의 모습보다는 상처입고 털이 고르지 않은 고양이들의 모습에서 저자가 얼마나 고양이들을 사랑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나 고양이들이 맑음,이었으면 좋겠다는 그 소망은 저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소망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