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시급이 다른 곳의 두 배나 되는 곳이어서 고민하고 있어요.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단지 마음이 불편해요.

웨이트리스예요. 그런데 서빙을 하진 않아요.

하루종일 입구에 서 있는 거예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메뉴를 설명하고,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해요.

그러니까 너의 웃음과 몸매가 하는 일이구나.

일하는 조건이 바지는 입을 수 없고 몸에 딱 달라붙는 원색의 원피스를 입는 것이에요.

물론 그게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너무 안타깝구나.

하지만 시급이 10유로예요. 아테네 어디에도 그렇게 주는 곳은 없어요.

아나스타샤는 그리스의 정통적인 미인상이었다. 검은 눈동자는 한없이 깊었고 검고 윤기나는 머리는 허리까지 늘어졌다. 깊고 깊은 아나스타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 아나스타샤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아나스타샤의 첫 직장

 

 

 

 

 

=========================  본문을 그대로 옮겨넣은 건 아니예요. 그런데. 분명 이전에도 이 글을 읽은 것 같기도 한데. 책으로 다시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아나스타샤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를 읽는데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나올뻔했어요.

백가흠 작가의 그리스 여행기 같지만 여행기가 아닌 소설은 내가 그리스의 한 골목길 안쪽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군요.

언젠가 그리스에 가게 되면 수도원에서 꼭 하루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또 언젠가 그리스에 가게 되면 느긋하게 발 올리고 드러누워 하늘 위 구름이 떠가면 그 구름이 펼쳐놓는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겠다는 생각도 했었고, 또 언젠가 그리스에 가게 되면...

하... 해변에 쓰러져 짧은 생을 마감했던 한 난민 꼬마의 죽음을 애도하며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지, 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제는 어쩌면 아나스타샤도 떠오를지 모르겠네요. 아니, 그리스를 걸어보기 전에 백가흠 작가님의 소설을 소환할지도 모르겠어요.

뭐 어쨌든.

언젠가,의 그 날이 내게 있을까? 가 가장 궁금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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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지금이 가장 고통스러운 법이다. 지금을 넘기면 괜찮아진다는 것을 어린 그녀는 알고 있었다. / 215. 이제 가족들은 헤어지지 않을 거야.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만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인간에 대한 풍요로움을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더 큰 가치가 맞을 것이다.

....

언덕과 언덕 사이에 고대의 시간이 놓여 있다. 그 길을 걸으며 느낀 것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몇천 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세상이 바뀌고 바뀌었어도, 그 안의 사람들의 마음이나 본성은 그리 큰 변화가 없는 듯 고대의 시간이 지금도 여전히 흐른다. 가족이 주는 안정감과 평화로움이 고대의 도시에 여전하다. / 마무리하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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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이 지나 퇴근을 미뤄가며 잠시 사무실에 앉아 책을 마저 읽는다. 중간에 잠시 책을 덮어두고 다른 책을 읽어볼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 그대로 읽어나가기를 잘 한 듯 하다.

그리스는 달랐다,는 것처럼 역시 백가흠 작가는 달랐다, 싶은 생각에.

걸어본다,의 이야기가 산문이 아니라 소설이라는 것이 이상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소설로 형상화해주고 있어서 더욱 더 그리스와 가까이 걸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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