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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의 컬러풀 아프리카 233+1
미노 지음 / 즐거운상상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막연히 아프리카를 꿈꿔왔다.
끔찍한 더위와 (난 이미 시원한 찬물로 샤워를 할 수 있고, 땀을 식힐 수 있는 에어컨이 있는 곳에서 얼음 가득한 아이스티를 마셔야 하는 여름에 익숙해져 있기에 더욱더 끔찍한) 그와 견주어 뒤처지지 않는 벌레들을 떠올리면 아프리카는 더 이상 꿈이 아니라 망상일뿐이다.
그래, 내가 갈 수 없다고 아프리카 얘기를 굳이 외면할 필요는 없는거야. 사실, 아프리카, 라고 하면 모두 사자와 초원 이야기만 하지 않는가. 나는 또 다른 아프리카의 모습을 봐야겠는걸.
해서 펼쳐든 책이었다. '미노'라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녀가 이야기 한 아프리카가 어떨지도 모르면서 별 기대감 없이.
그런데 이건, 정말이지 '즐거운 상상'이다.
나는 사람들 넘쳐나고 복잡한 지하철을 타야하고 어디가 어딘지 전혀 모르지만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약간의 헤매임을 극복할 수 있는 서울조차 길을 찾아 가는 걸 회피하는 소심쟁이다. 그런 내게 미노의 아프리카 이야기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오지여행을 다녔던 한비야님의 여행기를 읽을때는 그저 현실감없이 읽었었기에 충격이랄것도 못느끼고 지나쳤는데, 여행과 생존이 이렇게 맞물려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들어버리는 아프리카 이야기는 아프리카에 대한 '끔찍함'을 넘어 책을 덮을즈음엔 정말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어버렸다.
이제 충격을 좀 벗어나니 감탄뿐인가.
나는 차마 해내지 못할 여행,이라거나 혼자서 그 위험한 곳을,이라거나 따위의 말은 필요없다. 여행을 떠난 그녀와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나를 비교하기 위해 이 책을 펼쳐든 것이 아니니까.
군더더기 없는 글과 사진들, 솔직함으로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들, 좋다고 입발린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나쁘다고 비난하는 것만도 아닌 그녀의 아프리카 이야기가 좋았을뿐이다. 어느날 문득 아프리카로 떠나고, 어느날 문득 아프리카를 떠나기 위해 짐을 싸고 길을 나섰다. 거기에는 '왜?'라는 물음이 들어갈 자리는 없는것이다.
** 책 뒤에 실려있는 아프리카 여행을 위한 특별 팁은 말그대로 '진짜 아프리카인처럼 먹고 진짜 아프리카인처럼 자야 할' 또 다른 여행자를 위한 훌륭한 안내서이다. 그걸 보니 갑자기 꼼꼼하게 여행 전 준비상황을 점검해야 할 것만 같다.
아, 아프리카. 끔찍함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꿈과 낭만도 사라지지 않았다. 꿈꾸는 것만으로도 상상이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