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프랑스 여행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나는 지금 맛있는 와인을 마시고 싶단 말이지.하지만 어쩔건가. 프랑스 여행도 나와는 거리가 멀지만 맛있는 와인을 마시는 것조차 나의 일상은 아닌데.프랑스의 뒷골목은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했지만 - 그 골목의 풍경에 대한 것이 아니라 평소에 느끼는 프랑스의 예술적이고 낭만적이고 감성이 풍부한 그런 느낌이 아닌 살벌하고 추악한 풍경이 예상되었다는 뜻이다. - 무미건조한 나의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으며 뒷골목의 그늘만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아니 그 인상이 너무 강해 뒷골목의 그늘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천주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파리 외방 전교회의 앙베르 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 감동없이 읽어가다 결국은 책의 끄트머리에 나온 프랑스 가족의 사진을 보고, 앙베르 신부님의 동생마저 한국에서 순교의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에는 어쩔 수 없이 뭔가 뭉클함이 올라와버린다. 이 책의 느낌은 딱 그정도인 것 같다. 어릴적에 즐겨 뛰놀던 정감어린 우리네 뒷골목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프랑스의 뒷골목은 그리 유쾌한 여행이 되지 못할 것 같다는. 그래서 입맛이 좀 쓴 듯 하지만, 그래도 뒤끝맛은 향이 남으려한다. 그러니까... 모든 걸 다 잊고 - 프랑스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 박물관을 찾아 골목을 돌아돌아 걸어가다 만난 길거리의 그 환상적이던 케밥 비스무레 한 걸 못먹어본 한도 잠시 잊어버리고 - 오늘은 맛있는 와인 한 잔으로 프랑스를 추억하고 갈망하고 싶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