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무더운 여름이다. 샤워를 금방 하고 나와도 끈적끈적 땀이 배어나오는 무더운 여름... 이런 여름의 한나절을 나는 '두개골의 서'를 읽으며 보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책을 읽는동안은 참을만했던 더위가 갑자기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한 이 느낌을 뭐라 적어넣으면 좋을까? 급박하게 전개된듯한 이야기의 마무리에 나는 아직도 마음이 멍할뿐이다...

"여기서 얻은 게 있다고 생각해?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네가 구하는 걸 얻을 수 있으리라고 정말로 생각하는거야? 무서운 공포의 순간, 울어서 충혈된 눈으로 차가운 미래를 내다보는, 내가 늙고 쭈글쭈글해져서는 헛된 세상의 먼지로 변해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의심의 순간은 갑자기 찾아왔던 것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막연한 불만의 정처없는 바람이 태평양을 향해 날아가다 잠시 멈춰서 나를 흔들고 지나간 것인지도 몰랐다"(360-361)
그래, 여름철 한줄기의 바람이 태평양을 떠돌다 내게도 불어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야기의 시작은 네명의 친구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길을 떠나는, 아니 이미 길을 떠난 상태에서 서로의 이야기로 그 내용을 전하고 있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필요한 네명의 인원, 그리고 그중 한명은 죽임을 당하지만 한명은 다른 두명의 영원불사를 위해 완전한 자의지로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아야만 한다는 '두개골의 서'의 비밀을 찾아 떠난 네명의 친구. 영원불사를 믿든 믿지않든 그들은 길을 떠났고 그 길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과거를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여정이 어떤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어가고 있는지 전혀 알수가 없다.

내게는 이 이야기가 SF의 장르에 속하는지 그렇지 않는지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 무서운 장면은 하나도 없는데, 단지 네명의 친구들 각자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을 뿐인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무.서.움을 느껴버렸다. 삶에 대한 이 끔찍한 이야기들은 단지 그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독백이자 고백으로 나타나는 그 감정으로 인해 무서움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이들의 독백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책의 끝장을 읽고 나서야 휴우~하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건 영화 인디아나 존스식의 아슬아슬한 모험때문에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그런 느낌과는 다른 것이다. 어린아이가 TV를 보다가 귀신이 나오면 무섭다며 울면서도 화면에서 얼굴을 돌리지 못하는 그런 느낌일까?
나는 이 이상 '두개골의 서'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못하겠다. 중요한 것은 내 느낌이 아니라, 이 책을 직접 읽어보고 깊이 각인되는 인상을 받게 될 당신의 느낌일터이니.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책은 SF인가 아닌가가 논란이 될 만하다는 것이고 단지 '영원한 생명'을 갈구하는 모험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속에 담겨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에 빠져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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