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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마을의 푸펠
니시노 아키히로 지음, 유소명 옮김, 노경실 감수 / ㈜소미미디어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출간되기 전, 우연히 책 표지를 보게 되어 이 책은 무조건 실물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화사한 그림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가 그저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확신도 들었다. 사실 그냥 마음대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클라우드펀딩으로 천만엔을 달성했다고 하고 무려 35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여 장장 4년의 시간을 들여 완성한 그림책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들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소심한 나는 책을 받고 황금빛에 눈이 어두워져 괜히 마음이 혹했던 것은 아닌가,라는 불안한 마음으로 첫장을 펼쳤다. 기대 이상으로 정교한 그림책이야! 라는 외침은 나오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색감과 그림의 어우러짐은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내 눈을 홀리고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그림만 보면서 책장을 넘기다가 중간중간 내용이 궁금해져서 글을 읽다가 도무지 그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다시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림이 먼저였다가 중간에 다시 글이 먼저가 되어 그림'동화'를 읽기 시작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어쩌면 식상하게 넘어가는 그런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겠지만 결국 막판에 가서는 감동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겉모습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신도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것.
안개를 헤치고 하늘로 날아오를 때의 그 장면, 익숙한 냄새의 근원을 찾아냈을 때의 그 감동... 다시 떠올려봐도 괜히 내 마음이 더 벅차오른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에 몰두하며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 내게는 그림이 아닌 이야기가 남아있다. 물론 이야기를 다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그림을 살펴보기는 했다. 그리고 잠시 이 감동이 사그라지기 전에 그림이 표현해내는 감동 역시 마음에 담으려고 했다. 엄청난 광고가 아니라 그저 가만히 가만히 옆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는 그림동화책이다.
책을 읽을 때는 앞서나가지 말고 푸펠과 루비치의 이야기에만 전심을 기울여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예상치못한 커다란 진실과 진심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