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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2 ㅣ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1권을 읽으며 킬킬거리며 책장을 넘기기는 했지만.
문득문득, 키득키득거리는 웃음 뒤에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부모에 의해 조금은 고달픈 삶을 살게 되어버린 지로의 입장이 생각나버려 웃다가도 멈칫, 했었다.
학교를 찾아가서 선생님에게 마구 들이대는 정도,까지는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친구들과도 헤어져버리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작정 남쪽 머나먼 섬으로 간다고 하면 모모코의 이야기처럼 '아동인권'에 대한 방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적어도 나는 이런 불만을 속에 품고 있으면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작가가 이미 결론을 내어 이야기를 끝냈을터이고 나는 다 읽고나서 생각해보자는 심정으로 이리오모테 섬으로 떠난 우에하라씨네 가족의 일상에 빠져들어갔다.
결론부터 얘기해버리자면 도쿄에서 가족이 모두 모여 지내고 있을때보다 훨씬 더 강한 유대감을 갖고 서로를 이어주는 결속력을 느끼는 지로의 일상으로 끝을 맺고 있다.
아, 결론이라는 말을 내뱉고 그저 맹맹한 한 문장으로 설명해버린 내가 얼마나 얄미운가. 지로의 저 일상에는 얼마나 많은 뜻이 담겨있는가 말이다. 사무실에서 틈틈이 읽어대면서 너무 감동받아 또 버릇처럼 만사를 제껴놓고 책에 푹 빠져버릴까봐 자주 집중을 흐트러뜨려놔야했다는 정도의 이야기로도 그 느낌을 다 설명해낼수는 없다.
머나먼 남쪽의 해방공간 '파이파티로마'로 떠나는 그들의 여정에 왜 내가 다 감동받아 눈물이 나려하는지.....
그리고 어쩌면 이렇게도 우리네 삶과 똑같은 삶이 있는지... 울고 웃으며 정신없이 책을 읽어대는데 '아카하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진정시켜준다. 가만... '파이파티로마'는 우리의 이상향 '이어도'와 비슷할까?.....
분명 우에하라씨는 행복할 것이다. 그의 부인 사쿠라씨도 행복할 것이다. 물론 누나 요코도, 지로도, 모모코도 행복할 것이다. 가진 돈이 없어도 걱정없이 하루하루 잘 지내고 있을 것이고, 우에하라씨 가족은 그 어느때보다도 더 강한 유대감으로 한가족이 되었으니 어찌 행복하다 하지 않을 것인가.
이건 그냥 내가 믿고 싶은 환상일뿐이라고?
그래, 그러면 어떤가. 파이파티로마이든, 환상의 섬 이어도이든 저 멀리 남쪽 어딘가에 있는 그곳으로 가고 있는데 머....
섬은 안개에 싸인 듯 흐릿하고 꿈의 저 너머 같을지 모르겠지만, 그곳을 향해 가고 있는 우에하라씨 가족과 또 그 가족의 행복을 바라는 우리 모두 결국은 각자 그 섬을 찾게 될 터이다. 안그런가?
지로,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아버지는 그중 한 사람이다. 알겠냐?
하지만 너는 아버지 따라할 거 없어. 그냥 네 생각대로 살아가면 돼. 아버지 뱃속에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벌레가 있어서 그게 날뛰기 시작하면 비위짱이 틀어져서 내가 나가 아니게 돼. 한마디로 바보야, 바보.
뱃속의 벌레...... 아버지의말이 귓가에 남아 있었다.
아버지는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칼날을 벼리고 저항에 나섰다. 도저히 좋은 결과는 기대할 수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체포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파이파티로마가 있으면 좋겠다. 지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곳이라면 아버지도 자유롭게 살 수 있으리라. 하테루마 저 앞의 비밀스러운 낙원......
하늘에서는 별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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