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타워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이당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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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읽었던 책을 떠올리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인간의 능력에 감동했다고 합니다. '그런 극한 상황이 되면, 사람의 힘은 엄청나단다. 10년도 전에 한 번 읽었을 뿐인 책조차 정말 한자도 틀리지 않고 암송할 수 있었어'. 그것은 비단 아버지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아큐정전]과 [벚꽃 동산]같은 짧은 것뿐만이 아니라, [수호전]이며 [전쟁과 평화]같은 장대한 것조처 그랬습니다. 길면 길수록 모두들 기뻐했다는군요. 이야기의 세계에 그만큼 오래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 밤이 되기를 기다리며, 낮 동안의 강제 노동을 견딘 것입니다. 희한하게 책이 없는 독서회가 시작된 후로는, 아버지의 숙사에서는 이탈자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똑같이 최소한의 식사와 최악의 노동 환경인데, 수용소 사람들이 반대로 건강해져 간 것입니다. 여러분은 책 따위 살아가는 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지금도 책을 바닥위에 내려놓지 않으며, 절대 버리는 일이 없습니다. 아버지의 입버릇은 이렇습니다. '내 목숨은 책이 구해 주었다, 언젠가 이 은혜를 갚지 않으면 안된다'. ....

슈지는 상상을 했다. 불빛이 꺼진 열대야의 숙사. 유리 없는 창에 침대는 조잡했을 것이다. 이나 벼룩도 엄청났을 것이다. 그곳에서 바싹 마른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옛날에 읽은 책을 이야기하는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분명 어둠 속에서 눈은 반짝였을 것이다. 사람은 확실히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는 것도 사람의 힘이다.
-352-3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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