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난쟁이 백작 주주
에브 드 카스트로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하느님께서 행하신 기적을 통해 태어났다.(468)
책을 다 읽어갈 즈음 유제프가 독백처럼 말하고 있는 이 문장에 괜히 울컥해지는 마음에 잠시 책읽기를 멈췄다. 이건 유제프의 독백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또한 다른 그 누군가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아닐까.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면 그 부분을 빼놓아도 되겠지. 우리 모두는 기적을 통해 태어났다...
난쟁이 백작 주주는 실존했던 인물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여 씌여진 소설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이라기보다는 보루브와스키 백작의 평전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난으로 인해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버렸고 어머니는 혼자 아이들을 키울 수 없어 결국 다른 귀족에게 보내게되는데, 말이 후원자이고 입양이지 사실 키가 채 1미터도 되지 않고 다른 난쟁이와는 달리 전체적인 몸의 균형이 키와 비례하여 마치 살아있는 장난감처럼 취급되는 유제프는 광대로 팔려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그는 물건처럼 귀족의 소유물이 되어 구경거리가 될뿐이지만 글을 익혀 외국어를 배우고 사교 예절과 바이올린 연주까지 배워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나간다. 이런 그의 재능 역시 광대처럼 자기자신을 상품화하여 보여주며 돈을 벌게 되지만 그는 스스로의 품위를 잃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얻지만 그 역시 가난으로 인해 아이를 빼앗기게 되고 또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아픔을 당하고, 또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아이를 얻게 된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 행복한 삶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유제프의 긴 여정을 되돌아볼 때 '나는 하느님께서 행하신 기적을 통해 태어났다'라는 말의 의미를 깊이 깨닫게 된다.
살아있는 장난감처럼 취급되는 난쟁이 유제프는 인격체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고 그를 실험의 도구처럼 생각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받고 괴로워하는데 사실 18세기의 사회 문화적 상황이 21세기를 살아가는 내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는 것이 더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으며 실존 인물인 유제프 보루브와스키의 자서전을 직접 인용하기도 하고 있어 한 인물의 평전을 접하는 느낌이 드는데 수많은 역사 이야기 속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유제프 보루브와스키의 삶 속에서 드러나는 그의 절망하지 않는 삶에 대한 희망이다.
갈 길을 다 갔을때 인간은 자기가 어디 와 있는지 알기 마련이예요. 당신은 갈 길을 다 간 것 같은가요?(432)
아름다운 시간일까? 남은 시간들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들일 것이다.(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