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평점 :
혹시나 싶어 찾아봤더니 '과학인문학'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은 느낌이 딱 그런것이었다. 과학을 인문에세이로 풀어낸 느낌이라고 말하면 되려나? 이 책을 통해 전문적인 과학 지식을 배워나간다기 보다는 우리 삶의 영역을 좀 더 과학적으로 근거와 논리를 따져가며 확장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튼 책을 읽는 동안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얻게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존재'와 '존재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좀 더 해볼 수 있었다.
어쨌거나 과학의 분야에서 뇌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왔고, 해부해서 살펴보거나 전쟁 이후 표면적으로는 뇌를 다쳤다는 것은 똑같지만 그에 따란 후유증은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통해 뇌구조와 뇌의 역할에 대한 연구는 좀 더 심화되어갔다. 이런 내용들은 구체적인 실험과 그 결과물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현시대에 뇌에 대한 연구는 더 세분화되고 있으며 인간과 로봇을 구별하는 그 미묘한 '의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예전에 친구의 조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부모님이 충격받으실까봐 그 사실을 숨겼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실존의 문제와는 좀 별개의 문제지만 그 경우 친구의 조카는 적어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또 그와 상관없이 원래 그 친구 조카의 존재를 몰랐던 내게는 그의 존재의 의미가 그리 유의미하지 않고. 이런 이야기는 원래 데카르트의 존재론에서 튀어나오는 이야기일텐데 이 책 '과학으로 인간을 읽어내다'를 읽다보면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긋지않고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이 책 자체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 어렵게 씌여진 책이 아니라 읽기에 부담이 없었는데 다 읽고 나니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무의식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의식의 세계와 존재의 의미에 대해 별 생각없이 읽었다는 뜻이겠지. '대부분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라는 문장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의 물음에 뇌과학이 답하다,라고 되어있지만 여전히 내게는 답을 내린 것 같지 않을뿐이다.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이야기와는 좀 별개의 이야기로 저자가 원숭이 실험을 한 이야기는 뭔가 좀 섬득하다. 날마다 원숭이 한마리씩 데리고 나가 뇌를 해부하는데 먹이를 갖다준다고 해도 저자가 나타날때마다 원숭이들이 그를 적대시하고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물건을 집어던지고 했다는 이야기는 원숭이들도 자의식이 있다는 뜻일거다. 그런 존재를 연구목적으로 뇌를 해부하기 위해 죽인다는 것은 뭔가 인문학적 과학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저자는 원숭이들의 반응을 보고 즉시 그 연구를 중단했다고 한다. 뇌과학의 세계는 무한을 논하는 것 이상으로 내게는 어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