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셔로 1 - 특별하게 평범한 동네 슈퍼히어로
team befar 지음 / 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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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게 평범한 동네 슈퍼 히어로'이야기라고 한다. 그래서 관심이 갔다. 아니, 그냥 특별한 동네 슈퍼 히어로, 라고 했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특별하게 '평범한' 슈퍼 히어로라니. 이건 어쩌면 진짜 평범한 사람들의 영웅적인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리퍼 끌면서 슈퍼마켓에 물건 사러 나가다가 어느 순간 영웅으로 변하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캐셔로'가 뭘까, 싶었는데 캐시와 히어로의 합성어란다. 그러니까 캐셔로는 현금과 관련있는 영웅이라는 이야기다. 그 주인공 상웅은 현금만 두둑히 갖고 있으면 그 무엇도 무섭지 않고 못할일이 없는 초인류 슈퍼 히어로가 된다. 하지만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만화적 상상은 또한 만화적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찢어지게 - 아, 이런 상투적인 말은 빼자. 부모없이 남매가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상웅에게는 두둑히 갖고 다닐만한 현금이 없다는 것이 영웅이 되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니까 항상 돈이 들어오면 바로 스치듯 빠져나가버리기 때문에 자신이 현금을 갖고 있으면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된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할만큼 빠듯한 생활을 하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라는 것.

 

그저 조금은 황당무계하지만 만화적 상상력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 넘기듯이 책을 보다가 문득문득 이 책 안에 담겨있는 일상의 이야기에 마음이 쓰리다. 거기에 더하여 또다른 슈퍼 히어로인 수오는 술을 마시면 초인적 힘을 발휘한다. 더구나 수오는 미성년자, 거기에다가 평소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에 사그라져만가고 있다.

말 그대로 평범한 이들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들 자신에게는 초인적인 인내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자기 자신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려면 정작 그들 자신에게는 희생이 필요한 것. 여기에서 정말 그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모닥불 옆에 있는 것 같아.

한 번만이라도 이런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면

난 그거면 충분할 것 같아.(223)

 

정말 얼마나 아름다운 영웅들의 이야기인가. 특별하지만 평범한 우리 동네 슈퍼 히어로들의 이야기는. 아니, 그만큼 더 좋은 이야기가 또 있다. 우리를 구해내는 슈퍼 히어로의 특별한 능력이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 

 

- 힘이 없어도 돼. 이런 일에 그런 힘이 필요해선 안돼. 이런 작은 일에 그 소중한 힘을 써선 안 된다 같은게 아니라 그냥 사람끼리 아웅다웅 하는 데 그 힘이 필요해선 안돼. 내가 조그만 여자애이기 때문에, 특별한 힘이 없으면 저런 사람한테 뭐라 할 수도 없는 세상이어선 안돼. 그런 세상이면 안 돼.

- 하지만 네가 그런대도 세상은

- 아까 나는 그 세상에 살았어. 방금 내가 그 사람 나무랄 때, 난 아주 당연하게 두려워하지 않고 조그만 여자애가 큰 남자에게 밤에 그렇게 나무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었어. 내가 그 세상을 살아갈수록 그 세상이 이 세상과 가까워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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