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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을 일 리스트
파(pha) 지음, 이연승 옮김 / 박하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펼쳐들었을 때 책에 대한 정보를 대충 봤다는 것을 실감했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었고 다행히 그부분에 대해서는 맞는 것이 많았지만 나는 이 책이 재미있게 구성된 일러스트 책인줄만 알았다. 그래서인가. 괜히 글자가 너무 많다고 투덜거리며 책을 한쪽에 치워뒀었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읽지 않을 책 리스트'에 들어갈것만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슬그머니 훑어보기 시작했다.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은데다가 책을 읽는 것 자체도 왠지 읽어야만 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요즘, 해야만 하는 일들의 틈바구니에서 하지 않아도 돼,라는 말은 악마의 속삭임처럼 자꾸만 기웃거리게되지만 사실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 모든 것을 다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왠지 그래도 괜찮을거야, 라는 생각에 빠져들게 되곤한다. 잠시 힘을 빼고 뒤로 물러서서 내 일상을 되돌아보니 정말 그렇게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 이유가 뭔가, 싶어진다.
이 책은 그저 단순하게 '에이~ 그냥 하지마'라고 무책임하게 말을 내뱉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면서는 쉽게 술렁술렁 넘기고 있지만 한번 더 새겨보면 나름대로 자기 확신을 갖고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무소유처럼 거창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는 생활습관 -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쇼핑을 줄이고 셰어하우스에 사는 것이나 공유경제를 이용하며 소유 자체를 줄여나가는 것을 이야기하며 그런 생활습관은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의 성공을 쌓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두번째 장부터는 그 의미에 대해서는 수긍이 되지만 완전공감하지는 못하겠다. 공감하기 어려웠던 것 중 하나는 스케줄을 지키지 않는다,라는 것. 계획한대로 꼭 해야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책의 내용에는 자신의 계획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약속과 신뢰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핑계대며 어길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느껴져 좀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못받아들이면 하고싶은 것만 하겠다는 뜻이 될수도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사실 뭐, 저자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이 책 역시 굳이 애쓰며 열심히 읽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니 그리 심각하게 고민할 것은 아닌 듯 하다.
다만 적당히, 너무 고되지 않게,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게으르게 책임을 회피하며 이기적으로 살아간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은 무척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