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반드시 나가사키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김현우 피디의 글을 읽으니 정말 반드시 가야하는 곳이되었습니다.

 

조금 길지만 한 챕터를 그냥 퍼...오고 싶네요.

 

나가사키라는 도시 자체가 그런 의미의 '버림'을 한 번 받은 적이 있다. 일부러 여행 마지막날에 찾은 원폭기념공원에 있는 안내판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었다. 2차대전의 끝 무렵, 일본에 떨어진 두번째 원자폭탄의 일차 목표는 나가사키가 아니라 공업지대였던 기타큐슈였다. 하지만 폭격 당일 기타큐슈 상공에 구름이 많아 육안으로 정확한 폭탄 투하 지점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그 당시는 아직 조종사가 육안으로 목표물을 확인한 후 폭탄을 투하하던 시절이었다). 결국 미군은 목표물을 바꿔 나가사키에 두번째 폭탄을 투하했고, 십육만 명이 넘는 사망자는 '예정에 없던'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아무도 그 십육만 명을 '적극적으로 지켜주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그들은 버림받았다. 연애에서 버림받은 것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떤 버림은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세상은 원래 그렇게 무심하다. 자연도 무심하다. 그러니 크게, 한 인간의 일생보다 훨씬 큰 시간의 흐름에서 생각하면 버림받은 것 자체를 아쉬워할 일은 아니다. 그렇게 큰 우주에선 결국 모두가 버림받는다.

버림받은 것이 아쉽다면, 그건 인간이 무심하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가사키 원폭기념공원에는 폭격을 받은 성당에서 떼온 기둥이 하나 서 있다. 폭격을 받기 전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다는 우라카미 성당의 잔해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그건 무심하지 않은 인간이 '적극적으로 지켜주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미안함과, 앞으로는 그런 무심함에 희생되는 사람들이 없게 하겠다는 약속을 담아 세운 기념물처럼 보였다. 물론 기억이나 약속 같은 것들은 때론 너무 무력하다. 다시 무심해질 수밖에 없는 경우는 또 생길 것이고, 그때 그 약속이나 기억의 무력함은 여실히 드러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은 어느 정도는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역사는, 아무리 느린 속도라고 하더라도, '기억'과 '약소'의 힘을 조금씩 더 믿어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일까? '진보하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 연말연시에 버림받은 것 같은, 폐허가 된 것 같은 나의 상태를 위로할 마음은 없다. 다만 원폭기념공원의 안내문을 읽고 나니, 그러한 폐허를 겪었던 나가사키가  육십년 가까이 지난 지금, 아주 예쁘고 단정한 모습을 되찾은 것이 반가웠던 것만은 사실이다. 폐허가 된 도시를 다시 살아가야 했을 사람들이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도시를 재건했을 거싱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살아있으니, 그 폐허 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왔을 뿐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나의 상태가 폐허라면, 한번에 그 폐허를 흔적도 없이 말끔히 날려줄 일, 혹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 지금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밖에 없다.... 그렇게 '지금 할 수있는 것들'만 생각하기로 하고.....

 

 

 

 

여러 의미를 떠올리게 하지만. 역시. 지금 나의 상태가 폐허라고만 멈춰있었는데 이제는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세월호 1000일째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기억은 일부러 마음에 새기지 않으면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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