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 - 어떤 역사 로맨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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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역사 로맨스,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임신중절은 소설의 줄거리를 따라 읽게 된다면, 샌프란시스코의 한 독특한 도서관에서 일하는 남자와 그 도서관에 자신의 책을 기증하러 찾아왔다가 도서관에서 일하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임신을 하게 되지만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임신중절 수술을 받고 그 사이에 남자는 도서관의 일자리를 잃게 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는 조금 특이하기는 하지만 별다를 것 없는 연애이야기로 읽을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이 책을 읽어나간다해도 바로 내가 그랬으니까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필력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소설이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은 생뚱맞은 느낌의 임신중절이라는 제목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더구나 제목과는 달리 처음 시작은 도서관에서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었고, 정식 사서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사명감을 갖고 24시간 도서관을 지키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그 독특함과 도서관에 기증되는 책들의 내용들로 인해 임신중절을 잊고 단순히 이야기속에 빠져들어가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도서관에 기증되는 책의 내용에 담겨있는 은유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1960년대라면 온갖 차별과 불평등에 반대하는 운동이 있다하더라도 여전히 그곳에는 인종차별, 남녀차별이 존재하고 동성애가 죄악시되며 금지되고 있었고 임신중절도 불법이었으며 이 모든 내용들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소설의 줄거리와는 별개로 그때부터 책을 읽는 내내 문장에 담겨있는 은유와 블랙유머로 인해 이 짧은 소설을 생각보다 길게 읽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렇다고 문장에만 그런 은유가 담겨있다고 이해를 하면 안된다. '임신중절'은 그 줄거리 자체에도 하나의 맥락처럼 은유와 블랙유머가 담겨있어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왠지 이런 문학이 바로 리처드 브라우티건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버린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사회의식이 없는 예술이란, 돈 있고 배부른 귀족들의 사치일 뿐, 결코 인간정신의 고양이나 잃어버린 전원의 회복에는 도움이 될 수 없을 겁니다."라는 그의 말을 통해서도 그가 그의 문학작품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그 의미를 말한다면 왠지 별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그 의미심장함만을 찾으며 심각해질지도 모르겠지만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글을 접해본 이들에게는 특별한 언급이 없어도 이 책을 읽게 될 것이고, 혹 그를 모른다고 한다면 그의 작품은 실제로 읽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다양한데,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도서관에 기증된 도서의 작가로 브라우티건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이 도서관의 정신을 기리며 출간되지 못한 모든 책의 원고와 문서를 기증받아 설립된 브라우티건 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왠지 조금 더 멋있어보이는 건 그동안 내가 틀에 박혀 살아왔기 때문일까?

어쨌거나 여러의미에서 브라우티건의 작품은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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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1 14: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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