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네가 모르는 길과 나조차도 모르는 길이 있지
자기 자신조차 모르는 길이라니..... 그건 좀 무섭지 않나요?
원래 인간은 무서운 존재지. 전부 파악되지도 않고 완전히 제어되지도 않는......
그럼 인간은 뭘 믿으며 살 수 있는 거죠? 자기 자신조차도 파악할 수 없고 제어할 수 없다면?
니스는 다윈의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렸다. 나는 뭘 믿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걸까? 나 자신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제어하지 못하면서......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이중적이고 느닷없이 돌변한대도 흔들림 없이 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불멸의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맺어 주고, 이파리를 부딪쳐 자장가를 연주해주는.
니스는 싸늘한 바람을 막아주는 따뜻한 보호막을 느끼며 다윈에게 말했다.
사랑..... 사랑은 믿어도 된단다. 내 어머니가 나에게 주신 사랑, 엄마가 너에게 주고 간 사랑, 다윈 내가 너에게 주고 싶은 사랑. 거기엔 어떤 의심과 불안도 없지. 아마 너도 나중에 부모가 되면 네 자식에게 그런 사랑을 주게 될 거야.
니스는 들여다본 적 없는 자기 마음 깊은 곳에 그런 생각이 씨앗처럼 심어져 있었다는 것에 스스로도 낯선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재미있구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길을 품고 사는 무서운 인간도 결국엔 사랑으로 진화한 것이라니.
72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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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리 작가의 유작이라니...
여전히 내가 꿈속에서의 헛된 망상을 들은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검색을 해 봐도 잘 찾을 수 없는 부고 소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