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인정받고 싶다. 용서받고 싶다. 빗살 사이에 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걷어내듯, 내 마음에 끼어 있는 검은 실오라기들을 누군가 손가락으로 집어내 쓰레기통에 버려주었으면 좋겠다. ...... 남에게 바랄 뿐이다. 남에게 해 주고 싶은 것 따위는, 뭐 하나 떠올리지도 못하는 주제에'' (96쪽)

그런 마음때문에 더욱 더 웅크리고 앉은 니나가와의 등짝을 발로 차주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혼자, ''나는 외롭지 않아''라고 당당히 말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무방비 상태로 보여지고 있는 나의 뒷모습은 한치의 거짓도 없이 외로움과 쓸쓸함이라는 고독을 보여줘 버린다. 그 뒷모습은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이라 말하고 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따뜻하게 꼬옥 안아주고 싶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사춘기를 지나는 소녀의 섬세한 마음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해 자꾸만 고통을 주고 싶다고, 발로 차주고 싶다고 해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통을 주고 싶다.
발로 차주고 싶다.
사랑스러움이라기보다, 뭔가 더욱 강한 느낌" (150쪽)

뭐라 표현 할 수는 없지만, 왠지 알수있을 것만 같은 느낌, ''사랑스러움이라기보다, 뭔가 더욱 강한'' 느낌을 나는 그렇게 표현한다. ''나와 같은, 또한 나와 같지 않은''
어딘가 쓸쓸하게 움츠린, 무방비한 등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와 똑같지는 않지만 무리에 섞일수도 없고 완전히 동떨어진 나머지, 가 되지도 못하고 있는 나의 움츠린 등이 떠올라 괜히 발로 차버리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아니, 내 마음속은 그런것이다. 정말은 그 외롭게 움츠린 무방비한 등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은.
하지만 청춘, 이라 할 수 있는 그 시절의 나 역시 하츠처럼 마음의 실체를 알지 못하고 감정의 색깔과 형태가 어떤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 어쩔 줄 몰라 그저 발로 퍽, 하고 차버리고 말았으리라.
어쩌면 이리도 섬세한 마음을 지독하리만치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을까. 마치 내가 겪어왔던 그 시절을 돌아보는 듯 하다.
그래서인가. 나와 같은, 또한 나와 같지 않은 하츠의 마음과 쓸쓸히 움츠린 니나가와의 등돌린 뒷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형태를 알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세심히 그려낸 어린 작가의 글솜씨가 대단하다, 라는 생각은 책을 덮고 한참 되새김질 할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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